KRAFTON

게임 회사 고인물이 말하는 사내문화의 실체

* 게임 회사 사람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피플온] 시리즈에서는 크래프톤 직원들의 이모저모를 낱낱이 살핀다.
 
여기, 크래프톤과 펍지를 모두 겪어본 레알 게임회사 고인물이 있다! 그 주인공 이방연 님을 만나 크래프톤과 펍지의 회사 생활과 사내 문화 전반을 들어봤다.  

유로운 사내 이동 제도
크래프톤에서 펍지로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펍지 Dev본부 인게임디자인팀 소속 이방연입니다. 쉽게 말해 게임 기획 일을 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레벨 디자인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게임 속 지형지물이나 건물 등의 배치, 즉 유저 동선을 고려해 게임 세상의 공간을 설계합니다. 

이전에 크래프톤에서 일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때도 같은 일을 하셨나요?
직무 자체는 게임 디자인으로 같았어요. 레벨 디자인, 시스템 디자인 등 이것저것 많이 했습니다. 제가 게임 업계 경력이 10년차 정도 되는데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를 하게 되더라고요. 프로젝트도 3~4개 경험했죠. 크래프톤에서는 현재 개발 중인 MMORPG인 <엘리온>에서 일을 했습니다.

오늘의 인터뷰이 펍지 Dev본부 인게임디자인팀 이방연 님

크래프톤에서 펍지로 이동하셨는데, 그 히스토리가 궁금해요. 이직(?)인가요?
크래프톤이 연합이잖아요. 내부에서는 사내이동이라고 하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법인은 달라지니 4대보험 납부 법인도 당연히 바뀌고 이직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체감하는 건 팀 이동과 이직 그 중간쯤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크래프톤 연합사 내에서 이동이 자유로운 편인가요?
각 연합에서 필요한 인원이 있다면 먼저 내부에서 충원을 고민할 수 있는 사내이동 제도가 있어요. 매월 사내이동 포지션이 열리면 연합 전체에 공지되고, 원하는 사람은 신청하고 면접을 보게 되죠. 그리고 회사에서도 사내이동을 권장하는 편이에요. 사내이동을 진행한 팀에 대해 베네핏이 주어지는 경우도 존재하는데, ‘신입 케어링 제도’라는 것이 있어요. 프로젝트가 해산되었을 때, 게임업계 경력이 짧은 주니어들은 신입 케어링 제도 적용을 받는데, 만약 어떤 팀으로 사내이동을 하게 되면 1년간 TO에서 제외가 되므로 사내이동 과정에서 주니어 직원을 좀더 배려하는 것이죠.

사내 이동을 신청했다가 탈락하는 경우도 있죠?
당연하죠. 제가 많이 탈락해봤습니다. (웃음)
 
이동을 하신 계기가 궁금해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어요. 가장 큰 이유는 매너리즘 때문이죠. 모두가 그런 건아니지만 게임 개발자로서 한 프로젝트를 오래 진행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워요. 그리고 신작 프로젝트 관련 일을 하면 신기술을 접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이동하게 됐죠. 정말 새로운 걸 하고 싶었거든요.

 크래프톤과 펍지의
수많은 세미나와 공유 문화

 
크래프톤 재직 시절, KDC 위원회로 참여하셨다고 들었어요.
KDC는 ‘KRAFTON DEVELOPER CONFERENCE’의 약자로, 처음에는 강연 위주의 개발자 컨퍼런스의 형태로 시작됐어요. 정확하게는 블루홀 시절이라 BDC(BLUEHOLE DEVELOPER CONFERENCE)였죠. 현재는 강연을 통한 ‘지식 공유의 장’이기도 하지만, 동료들 간의 만남을 통한 ‘직군 교류의 장’이기도 해요. 지금은 크래프톤의 피플실에서 주관하시지만, 초기에는 개발자들이 모여서 직접 컨퍼런스를 기획하고 진행했어요. 매년 개발자 중에서 진행위원회가 결성됐죠. 저는 입사 후 2014년의 3회부터 2017년의 6회까지 위원회로 참여했어요.
 
본업과 병행하는 게 어려웠을 것 같은데,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KDC의 기획 의도에 정말 공감했어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지식공유를 활발히 하고, 서로에게 영감을 줄 수 있어야 우리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와닿았죠.
 
KDC 위원회로 활동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기억에 오래 남는 발표가 있어요. 초기 KDC는 개발 직무 관련 발표를 주로 했는데, 심리학을 전공한 한 직원이 개발자의 심리상담에 대해 발표했어요. 사회적으로 번아웃 증후군 같은 것이 이슈가 되는 시점이기도 했고요. 그 직원분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자가 상담을 받아야 하는 순간과 그 이유에 관해 이야기했죠. 개발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이야기였지만, 개발자들이 꼭 알아야 할 이야기라서 인상 깊었어요.
 
그리고 한 번은 본인의 발표에 자신 없는 분이 계셨어요. 리허설하면서 실제 발표할 때에는 제가 질문을 하기로 말을 맞췄죠. 막상 발표 당일에 제가 그걸 까먹은 거예요. 직원분이 계속 눈짓을 보내셨는데, ‘잘하고 있어요. 시간 많이 남았어요.’ 이러고만 있고. (웃음) 다행히도 반응은 좋았지만, 나중에 원망을 좀 들었어요.

KDC 위원회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직원분들과 교류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렇죠. 진행위원회로 활동하면서 늘 즐거웠어요. 그리고 회사와 회사의 구성원에게도 관심이 많았거든요. 보통 게임 개발사는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여요. 프로젝트별로 분위기도 상이하죠. 서로 교류하지 않으면 내가 소속된 곳만 보고 회사를 판단하게 돼요. 그걸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원래 관종(?)이지만 드러내지 못하는 직원분들이 종종 있어요. 제가 관종이라 잘 알거든요. 그런 분들에게 자리를 마련해주고 발표를 독려하는 게 보람 있었어요. 발표를 끝내고 만족하신 분들이 많았거든요.

펍지에도 KLT(KRAFTON LIVE TALK)와 비슷한 올핸즈미팅(All-Hands Meeting)이 있다고 들었어요. 어떤 것인가요?
KLT가 크래프톤에서 매달 한 번씩 열리는 소통 프로그램이라면, 올핸즈미팅은 펍지에서 별도로 열리는 소통 프로그램입니다. 펍지 전 직원이 참여하고, 펍지의 방향성과 현재의 성과 등을 자유롭게 브리핑하고 소통해요.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현장보다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보면서 참여하고 있어요. (웃음)
 
크래프톤과 펍지의 또 다른 지식 공유 문화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크래프톤과 펍지 내에는 수많은 공식/비공식 세미나가 있어요. 직군별 세미나도 다양하고, 해외의 뛰어난 세미나들을 번역해서 발표하는 세미나도 있죠. 스터디 모임도 아주 많은데, 저는 지금 저희 팀 내부 스터디에서 UE4(언리얼엔진4) 강사로 참여하고 있어요.
 
스터디와 세미나는 개인이 자유롭게 개설할 수 있는 건가요?
그렇죠. 자발적으로 만들고 모여요. 진행하다가 중단된 세미나를 신규 직원이 부활시키기도 하고요. 사내 동호회보다는 대학교 학회 소모임과 비슷해요. 함께 일하는 사람들끼리 공부하고 싶은 게 생기면 같이 모여서 하는 거죠.


알고는 있었지만, 분위기가 정말 자유로운 것 같아요.
그렇죠. 회사에서 업무 시간 내 스몰 토크를 권장해요. 요즘은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사람들이 한자리에 많이 모이는 건 피하고 있지만, 사내 카페에서도 많은 대화를 나누곤 했죠. 그리고 펍지에는 전 직원 채팅방도 있어요. 중요한 공지도 올라오고, 종종 웃긴 글도 올라와요. 나가고 싶으면 나가도 되고. 자유롭죠.

벌써 인터뷰가 끝나가네요. 크래프톤과 펍지 중에 입사 지원을 고민하시는 분에게 두 곳을 모두 다 경험하신 분으로서 차이점을 말해 주신다면?
서울 사는 사람은 펍지, 경기도 남쪽 살면 크래프톤! (웃음) 농담이고요. 어느 쪽이든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만드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보다는 소속 팀이나 프로젝트가 가장 결정적이긴 해요. 처음 입사할 때 팀이나 프로젝트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언제나 이동의 자유가 있으니 후에 선택할 수도 있어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요.
 
마지막으로, 최고 관종 방연 님의 개발자로서 목표가 궁금해요!
이 질문 사내 이동할 때도 받았는데? (웃음)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건 물론이고 개인적으로 게임 디자인 관련 교과서를 써보고 싶어요. 게임 업계 들어올 때부터 막연한 꿈이었는데, 언젠가는 해보고 싶네요. 그리고 제가 관종이라서 미국의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인 GDC의 연사로 초대받고 싶어요. 제가 직접 신청하는 게 아닌 제안! 그게 포인트입니다. (웃음)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영감을 얻어 발전해 나가는 회사. 그 이상을 이루기 위해서 먼저 개인이 자신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는 환경이 필요하다. 방연 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러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애써온 것은 소수의 리더가 아닌 크래프톤과 펍지의 평범한 구성원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앞으로도 평범한 사람들의 빛나는 노력을 [피플온]에서 밀착 취재할 예정이다.

에디터 클토니: 게임 좋아해요. 게임 회사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장인정신 넘치는 게임 유니온, 크래프톤 직원들을 탈탈 털어보려 합니다. 자칭 크래프톤패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