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FTON

온라인으로 간 이 시국 게임쇼

전 세계 게임쇼 3대장이 있습니다. 미국의 ‘E3’, 독일 ‘게임스컴’, 일본 ‘도쿄 게임쇼’가 주인공입니다. 매해 성장하는 게임 시장과 함께 게임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코로나 19라는 ‘이 시국’ 씨가 마스크와 비대면 문화를 전파하면서 게임쇼의 모습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E3, 게임스컴, 도쿄게임쇼 모두 오프라인 행사를 취소했고, 게임쇼는 사이버대학처럼 온라인 공간으로 무대를 옮겼습니다.

문제는 게임쇼의 핵심이 체험 중심의 전시라는 점입니다. 현장 체험 학습처럼 새로운 게임을 몸소 경험하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오프라인 게임 시연을 빼면 전시회를 여는 의미가 퇴색되기 마련이죠. 기업 입장에서도 현장에서 이뤄지는 관객들의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없고, 무엇보다 게임을 알리고 판매할 잠재적 사업 파트너들과의 네트워킹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완전히 행사를 취소한 E3를 제외하고, 게임스컴과 도쿄 게임쇼는 온라인 전시를 열었습니다. 두 게임 쇼는 상반된 평가를 받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게임쇼가 나아갈 방향과 시사점을 짚어주었습니다.

시공간을 넘어 무대를 확장한 ‘게임스컴’

게임스컴은 매년 8월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게임쇼입니다. 국내에는 E3나 도쿄 게임쇼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34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는 유럽 최대 규모 게임 전시회입니다. 이번에 열린 게임스컴 2020은 8월 27일(현지시간)부터 30일까지 나흘간 오프라인 행사 없이 온라인으로만 진행됐습니다.

게임스컴2020 공식 사이트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최대 34만 명 규모의 행사는 180개국 이상의 수백만 명의 게이머가 참여하는 게임쇼로 확장됐습니다. 370개 파트너사가 참여한 가운데 3,200개 이상의 비즈니스 미팅이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졌습니다. 개막 쇼 생중계에는 200만 명이 넘는 동시 접속자가 몰렸습니다. 온라인이라는 시공의 폭풍 속에서 콘텐츠 도달 범위를 넓혀 무대 확장에 성공한 셈입니다.

게임쇼를 주최하는 쾰렌메세의 게랄트 뵈세 CEO는 “올해 디지털 콘셉트가 이토록 잘 받아들여진 것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동시에 우리는 커뮤니티 피드백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사이트에서 함께 축하하고 플레이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것은 게임스컴을 매우 특별하게 만든다”라고 자평했습니다.

게임스컴2020에서 가장 주목받은 게임 ‘사이버펑크 2077’ (이미지 출처. 사이버펑크 2077 공식 홈페이지)

이처럼 게임스컴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온라인의 특성을 잘 활용해 각 콘텐츠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게이머들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게임스컴은 개막 쇼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를 비롯해 ‘어썸인디’, ‘게임스컴 스튜디오’, ‘데일리’, ‘베스트오브쇼’ 등 5개 쇼를 중심으로 세계 최초 게임 공개, 인터뷰, 게임 시연 등의 콘텐츠를 제공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10월 ‘글로벌 게임 산업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게임스컴 온라인은 방대하며 성격이 서로 다른 콘텐츠들을 쉽게 찾을 수 있게 사이트를 설계했고, 파트너사들의 콘텐츠를 포함해 콘텐츠 범위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라고 전했습니다. 또 SNS 채널을 활용해 물리적으로 떨어진 게이머와 게임쇼를 잘 연결한 점도 온라인으로 열린 게임스컴의 성공 요인 중 하나입니다.

게임스컴은 내년에도 온라인 무대를 활용할 계획입니다. 8월 25일부터 29일까지 독일 쾰른과 온라인 공간에서 온·오프라인 병행 방식으로 열릴 예정입니다.

멈춰버린 온라인 ‘도쿄 게임쇼’

반면, 도쿄 게임쇼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온라인 접속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9월 23일부터 27일까지 열린 도쿄 게임쇼 2020은 개막 첫날부터 접속 에러가 발생하며 빈축을 샀습니다. 제공되는 콘텐츠 수준도 아쉬웠습니다. 온라인 전시 공간에서 부스 역할을 한 참가 기업의 배너를 클릭해도, 유튜브 영상과 스트리밍 방영 시간을 알리는 몇 줄의 안내 글만 제공되는 데 그쳤습니다.

도쿄 게임쇼 2020 공식 이미지 (이미지 출처. 도쿄 게임쇼 공식 홈페이지)

공개된 정보의 수준도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도쿄 게임쇼는 연말 소니 ‘PS5’와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시리즈 X’ 양 진영의 콘솔 대전이 시작되기 전에 열렸지만 새롭게 공개된 내용은 빈약했고, 루머로 돌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일본 게임사 인수 소식도 없었습니다.

닌텐도의 ‘젤다무쌍: 대재앙의 시대’, 캡콤의 ‘몬스터헌터 라이즈’ 등 신작 게임 플레이 영상이 호응을 얻었지만, 도쿄 게임쇼의 과거 위상을 생각하면 크게 새로운 소식도, 즐길 거리도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또 게임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 관람객들이 의견을 나눌 커뮤니티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힙니다. 유튜브를 비롯한 도쿄 게임쇼 전 채널의 총 콘텐츠 조회 수는 약 3,160만에 달하지만, 정작 이 관람객들을 이어줄 온라인 무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셈입니다.

도쿄 게임쇼 2020 기대 신작 ‘젤다무쌍: 대재앙의 시대’ (이미지 출처. 한국 닌텐도 공식 홈페이지)
도쿄 게임쇼 2020에서 기대를 모은 캡콤의 ‘몬스터헌터’ 신작 (이미지 출처. 한국 닌텐도 공식 홈페이지)
기대와 우려 속 ‘지스타’와 게임쇼의 미래

이제 남은 건 11월 19일부터 22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지스타 2020’입니다. 지스타 측은 코로나 19 이후에도 오프라인 행사에 대한 의지를 보여왔지만, 결국 오프라인 행사 없이 온라인으로만 진행될 예정입니다. 현장에는 지스타 조직위원회가 운영하는 방송 무대와 스튜디오, 비대면 홍보 시설물 등이 설치되지만, 현장 관람객은 받지 않습니다.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IT 인프라를 활용해 기획력만 더해지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온라인 게임쇼가 될 거라는 기대와 함께, 도쿄 게임쇼의 사례처럼 서버 대참사나 온라인 무대를 온전히 활용하지 못하는 콘텐츠 구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특히 최근 지스타가 게임 스트리머들의 방송과 e스포츠 대회 관람이 주가 됐다는 점에서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주최 측인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트위치 지스타TV 채널을 통해 예능과 e스포츠, 게임 컨퍼런스 등을 중계할 예정입니다. 또 비대면 화상 미팅 방식으로 비즈니스 미팅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지스타 2019’ 현장 (이미지 출처. 한국게임산업협회)

코로나 19는 한시적인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대륙의 기상으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오프라인 행사를 강행한 ‘차이나조이’를 제외하고, 한동안 게임쇼의 주 무대는 온라인 공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무대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고, 우리는 이미 온라인을 통한 소통에 익숙하지만, 몸은 오프라인에 묶여 있습니다. 오프라인의 관성대로 온라인 게임쇼를 기획한다면 성공의 어머니만 찾게 될 게 분명합니다. 체험 중심의 게임쇼를 어떻게 온라인에서도 경험하게 할 것인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게임쇼의 관건입니다.

내일 시작되는 온라인 지스타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요? 온라인 전환의 또 다른 성공 사례가 되길 바라며, 설레는 마음으로 지켜보겠습니다.

이기범 블로터 기자 spirittiger@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