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FTON

첫 온라인 지스타, 그리고 ‘크래프톤의 겜성’

국내 최대 게임쇼인 지스타. 지난 11월, 지스타가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다. 오프라인 부스 없는 게임쇼는 상상할 수 없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다양한 영상 콘텐츠들이 그 빈자리를 충실하게 메꿨다. 크래프톤도 재밌는 영상 콘텐츠와 이벤트를 선보이며 온라인 지스타에서 활약했는데… 올해 지스타 콘텐츠를 준비한 BX실을 만났다.

반갑습니다. 네 분 소개 부탁드립니다.
BX실 Development팀의 구교선, 정수인, Design팀의 김경우, 도세진입니다.
 
기획자 분들과 디자이너 분들이 함께 계신데, BX실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구교선(이하 구): BX실은 크래프톤의 브랜드 경험을 만드는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Development팀에서 기획과 운영을, Design팀에서 디자인 리소스와 제작물을 주로 담당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두 팀이 함께 투입되어 공동의 과제로 진행하고 있어요.

올해 크래프톤의 온라인 지스타 콘텐츠도 BX실에서 진행하셨다고 들었어요.
구: 저희 BX 실에서 방향성 기획과 캠페인 키비주얼 디자인을 맡았고, 세부 콘텐츠 기획은 엘리온과 PCS3 담당자분들과 함께 준비했어요. 올해 지스타는 온라인으로 진행되어서 많은 차이점이 있었죠. 이전의 지스타는 오프라인 부스를 통해 고객분들을 만나 저희 브랜드와 게임을 보여드리곤 했는데 이번에는 코로나 19 때문에 그게 불가능했죠. 온라인으로 개최하는 것도 늦게 결정되어서 준비 기간이 많이 짧았어요.
 
온라인 지스타 개최 소식을 들었을 때 발등에 불이 떨어지신 거네요.
도세진(이하 도): 청천벽력이었죠. (웃음)

구: 8월말에 소식을 들었는데, 그때는 아직 지스타TV라는 채널의 정확한 실체가 없었어요. 구체적으로 뭘 준비해야 할지 막연했죠. 크래프톤은 지스타처럼 게임 업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고, 팬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라면 적극적으로 참여해요. 그래서 개최 방안이 확정될 때까지 고민하면서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었죠. 

김경우(이하 김): 저희 조직이 3년째 지스타를 준비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정된 장소, 계획된 동선과 고정 관람객이 있는 형태로 기획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정말 달랐어요. 특히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지스타 콘텐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온라인 콘텐츠와 경쟁해야 했죠. 자연스레 기대도 높아져서 이견을 조율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꽤 길었어요.

BX실 Design팀 김경우 님

크래프톤 지스타 콘텐츠에서 ‘승부겜성’이라는 키워드가 돋보여요.
구: ‘승부겜성’은 예측할 수 없는 승부를 통해 짜릿한 게임의 감성을 전달하겠다는 크래프톤의 메시지를 담았어요. 올해 지스타를 통해 MMORPG 신작 ‘엘리온’과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인 ‘펍지 콘티넨털 시리즈 3(PUBG Continental Series 3, 이하 PCS 3)’를 동시에 소개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어요. 오프라인으로 진행했다면 부스 공간을 다르게 기획하는 방식으로 접근했겠지만, 온라인으로 진행하니까 두 가지를 포괄할 수 있는 콘셉트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게이머분들이 각각의 게임에서 공통으로 느낄 만한 요소를 뽑아서 키워드를 완성했죠. 내가 게이머거나, 게이머가 아니라도 궁금증이 생기고 공감할 수 있는 말이어야 했어요. 온라인에서 흔히 쓰는 ‘갬성’을 ‘겜성’으로 바꿔 표현했죠. 게임의 갬성이란 승부겜성이니까요. 이 겜성이 충분히 느껴질 수 있게 디자인을 요청드렸고, 경우 님이 타이포그래피를 직접 디자인해주셨어요.
 
김: 승부겜성 타이포그래피는 한글이지만 너무 오리엔탈 느낌이 나는 건 지양했어요. 단어 자체가 주는 느낌에 집중했죠.

크래프톤의 지스타 2020 캠페인 메시지는 “승부겜성” / 벡스코 현장
BX실 Development팀 구교선 님

이번 영상 콘텐츠는 ‘엘리온 원정대’와 ‘배그겜성 e스포츠 클라쓰’ 두 축으로 진행됐어요. 기획 과정이 궁금해요.
정수인(이하 정): 일반적인 게임 쇼케이스와 다르게 게이머분들에게 재미를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토크쇼, 예능 프로그램 같은 핏으로 영상 콘텐츠를 기획했죠. 정해진 각본이 있는 콘텐츠가 아닌, 패널분들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나 깜짝 이벤트 등에 주목했어요.

구: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엘리온 사업팀과 PUBG 이스포츠TF의 담당자분들과 소재부터 섭외까지 많이 고민하고 논의했어요. 배그 겜성 e스포츠 클라쓰는 PCS 3를 함께 즐기는 콘텐츠로, 김블루, 에일리, 레이나, 미라클, 우기 님이 패널로 출연했는데, 평소 친분이 있거나 배그 합방을 진행한 적이 있는 분들을 함께 섭외했어요. 자연스러운 케미가 나왔죠. 특히 영상에 내년 ‘펍지 글로벌 인비테이셔널.S(PUBG GLOBAL INVITATIONAL.S)’ 개최를 발표하는 언베일 영상이 담겨 있어 의미 있었죠.  PCS3의 경우, 전년도 지스타도 함께 준비했던 이스포츠TF 정현섭 님의 디테일한 피드백과 가이드로로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배그 겜성 e스포츠 클라쓰 촬영 현장

구: 엘리온 원정대는 오랜만에 나오는 신작 MMORPG인 만큼, MMORPG의 즐거움을 잘 살려서 보여드리는 게 포인트였어요. MMORPG의 즐거움은 지인들과 역할을 나눠 플레이할 때 느낄 수 있는 서로의 합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실제 친하고 케미가 좋은 패널분들을 섭외해 던전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드렸죠. 

정: 각자 다른 역할을 수행하며 하나의 목표를 이뤘을 때 재미가 아주 큰 게임이라, 촬영장에서도 패널분들이 마지막 44초를 남기고 미션에 성공했을 때 월드컵에서 골 넣은 것처럼 환호성이 나왔죠.

김: 저는 엘리온 사전 테스트부터 쭉 참여해온 찐 MMORPG 유저인데, 제가 엘리온을 플레이하며 느꼈던 재미가 콘텐츠에서도 잘 드러난 것 같아요. 

엘리온 원정대 촬영 현장

√ 지스타 2020 크래프톤 ‘엘리온 원정대’ / 배그겜성 e스포츠 클라쓰 보러가기(클릭)

BX실 Development팀 정수인 님

지스타 하면 굿즈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올해 크래프톤 굿즈는 어떻게 제작되었나요?
도: 원래 지스타는 관람객들이 부스를 방문해 이벤트에 참여하고 굿즈를 받아 가는 재미가 있어요. 올해는 온라인이라 그런 부분이 아쉬웠죠. 그래서 이번엔 저희가 온라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택배로 굿즈를 보내드리지만, 원래 오프라인 지스타에서 느꼈던 ‘득템하는 재미’를 유지하고자 했어요. 택배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접하는 게 택배 상자잖아요. 그래서 승부겜성이라는 메시지를 이용해 상자를 디자인했어요. 언박싱 과정부터 즐겁게 만드는 게 목표였죠. 

지스타 2020 크래프톤 굿즈 사진. 스웨터, 마우스패드, 모자 등
지스타 2020 크래프톤 굿즈

정: 품목 선정도 승부겜성이라는 공통 타이틀 아래 진성 게이머들을 위한 그래픽 카드와 헤드셋, 모두가 좋아하는 맨투맨, 스냅백, 스티커 등으로 구성했어요. 특히 맨투맨은 엘리온 원정대에서 패널분들이 입고 출연하셨는데, 특히 맨투맨은 엘리온 원정대에서 패널분들이 입고 출연하셨는데, 패널분들이 의상이 마음에 든다고 말씀을 주시기도 했어요. 

김: 제품 자체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늘 완성도와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BX실 Design팀 도세진 님

이번에 온라인 지스타 진행하시면서, 뿌듯했던 순간이 있다면?
정: ‘어려운 상황인데 준비를 많이 했네’ 같은 댓글을 봤을 때, 저희의 고민을 알아주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했어요.

구: 모니터링을 하는데, 지스타 TV ‘엘리온 원정대’ 본방 1회보다 2회 시청자 수가 많더라고요. 갈수록 시청자 수가 많아지는 것을 보면서 게이머분들이 저희가 준비한 콘텐츠에 공감하는 것 같아 좋았어요. 연결되는 콘텐츠라서, 이전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나 선호가 없으면 다음 걸 보기 어렵거든요.

아주 만약에 내년에도 지스타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면..?
구: 저희를 포함해 조직위원회분들, 다른 참가 게임사들 모두 올해 지스타가 큰 도전이고 배움이었을 거예요. 지스타가 끝나는 순간, 다시 고민을 시작하는 시점이라는 생각을 했죠. 팬분들과 만날 수 있다면 저희는 어떤 방식으로든 또 준비하겠지만, 올해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더 나아진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올해는 팬분들도 분명 아쉬우셨을 거예요. 저희도 아쉬운 것들이 있거든요. 세계적으로 게임 업계가 함께 고민하고 있으니, 앞으로 방안을 찾아 나가야죠.

게이머들과 만날 수 있다면 언제든,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하는 크래프톤. 작은 내 방 PC 속에서 즐기는 게임이지만, 그것들이 그토록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는 안 보이는 곳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있어서가 아닐까. 앞으로도 게임과 그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피플온]에서 밀착 취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