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FTON

만우절에 진심인 PUBG의 ‘POBG’

지난 4월 1일, 만우절 특별 모드인 ‘POBG’가 공개되었다. 이는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PUBG, 이하 배틀그라운드)를 아케이드 형식 게임으로 재탄생시킨 게임으로, 특유의 레트로 감성을 엿볼 수 있는데. POBG 프로젝트의 PD겸 디렉터 역할을 한 펍지 스튜디오의 김현준 님을 만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안녕하세요. 독자들에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크래프톤의 펍지 스튜디오 라이브 프로덕션 유닛 프로덕션 팀의 김현준입니다. 프로덕션 팀은 펍지의 개발 PM들이 모인 팀이에요. 제 주 업무는 해외에 있는 개발팀과 커뮤니케이션하며 일정을 관리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었는데요. 올해 배틀그라운드의 만우절 특별 모드인 ‘POBG’의 PD와 디렉터 역할을 맡아 원래 업무와는 성격이 조금 다른 일을 시도했습니다.

POBG의 반응이 굉장히 좋은데요. 현준 님이 담당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히스토리가 궁금해요.
POBG를 만들게 된 계기 자체는, 만우절을 기념하여 플레이어들이 깜짝 놀랄 만한 새롭고 즐거운 경험을 전달하자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긍정적인 반응이 많아 목표 달성에는 성공한 것 같아요.
 
사실은 꽤 개인적인 계기도 있는데요, 저는 늘 게임을 창작하는 역할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개발PM은 컨텐츠 크리에이션보다는 컨텐츠가 잘 만들어지도록 제작 관리를 하는 역할이잖아요. 물론 제작 관리도 매우 중요한 역할이지만 당시 저는 직접 창작을 할 수 있다면 맨땅에 헤딩이라도 하는 심정으로 퇴사까지 고려하고 배틀그라운드 총괄 PD인 장태석 님께 면담 요청을 드렸었고, 마침 만우절을 위한 새로운 컨텐츠의 개발을 고민하시던 중에 창작욕에 불타는 저를 보시고 태석 님도 과감하게 기회를 주셨습니다. 결과적으로 플레이어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고, 저 역시 작지만 완결성 있는 미니 게임을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 개발에 대한 자신감도 얻은 정말 특별한 기회이자 경험이었습니다.

POBG 로고

POBG는 어떤 게임인가요? 직접 소개해주신다면?
POBG는 탑다운 싱글 플레이어 슈팅 게임으로, 배틀그라운드를 2D로 유쾌하게 재해석했어요. 플레이타임이 짧은 로그라이크 장르인데요. 배틀그라운드가 메인 디쉬라면 POBG는 컵라면 같은 게임이죠. 호불호가 적고, 누구나 부담 없이 쉽게 플레이할 수 있거든요. 유저들이 메인 디쉬인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하다가 조금 질리면 간식으로 POBG를 플레이하길 바라며 둘의 상호 보완 관계를 고려했어요.

이번 POBG 프로젝트는 외부 스튜디오와 함께 제작했다고 하셨는데.
폴란드의 ‘IMGN.PRO’ 스튜디오와 함께 협업했어요. 저희가 개발하려는 장르의 마니아인 개발자가 계셨고, 기획 단계에서부터 굉장한 열의를 보여주셨죠. 아이디어도 많이 내주셨고요. 새로운 자극을 받으며 정말 즐겁게 일했어요.

POBG의 출발점이 궁금해요. 처음 로그라이크 장르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미니 게임이다 보니, 사람들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하는 게임을 만들지 먼저 고민했어요. 흐름이 너무 긴 게임은 지양했어요. POBG와 같은 로그라이크 게임들은 클리어까지 20~30분 정도면 충분하지만, 입맛에 맞는 플레이어들은 긴 플레이타임을 가지며 플레이할 수 있는 매력이 있습니다. 짧은 플레이타임과 게임의 깊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거부감 없이 누구나 편하게 즐거움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탑다운 슈터 형태는 직관적인 장르라 호불호가 적을 것이라 생각해 선택했죠.

픽셀 아트도 돋보여요.
배틀그라운드 팬이자 아티스트인 ‘알렉세이 가쿠신(Alexey Garkushin)’의 픽셀 아트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2018년, 아티스트의 픽셀 아트가 공개되었을 때 팬들 사이에서 반응이 폭발적이었죠. 당장 픽셀 버전의 배틀그라운드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도 많았던 만큼 이번엔 이번에 꼭 픽셀 아트를 활용하고 싶었어요. 사실 초반에는 배틀그라운드를 2D, 픽셀로 표현하고, 적들을 치킨으로 설정하는 아이디어밖에 없었는데요. 협업 과정에서 콘셉트가 재밌게 디벨롭됐어요. 레트로 느낌이 더해지고, 사운드도 조금 뽕짝스럽게(?) 나왔죠. (웃음) 처음에는 당황하기도 했는데, 많은 이들의 해석을 곁들이면서 레트로 정체성에 모멘텀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가 상상한 것 이상의 무언가가 탄생했어요.”. 이를 바탕으로 POBG 홍보 영상 콘텐츠, 아케이드 게임기가 제작되었죠.

아케이드 게임기를 실제로 보니 정말 신기했어요. 직접 제작했다고 들었는데.
아케이드 게임기는 Central Creative실에서 직접 제작하셨어요. POBG는 콘솔과 PC용으로 개발한 게임인데, 이를 아케이드 게임기로 이식하기 위해 PUBG Dev Div. CDPU에서 컨트롤 스키마를 완전히 새롭게 개발해주셨죠. UI도 게임기용으로 변경하셨고요. 처음에는 반대도 많았지만, Central Creative실에서 가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끈질기게 설득해서 추진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쉽지 않은 작업인데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 정말 퀄리티 높은 작품이 탄생했어요. 레트로 감성도 더욱 돋보이고요. 현재 펍지 서초 오피스 라운지에 게임기가 설치되어 있는데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정말 많아요. (웃음) 덕분에 게임회사라는 정체성이 강하게 느껴져서 좋고, 저도 볼 때마다 신기하고 뿌듯해요.

POBG에 여러 가지 패러디 요소가 있다고 들었어요. 몇 개 소개하자면?
POBG는 ‘PLAYEROMNOM’S BATTLEGROUNDS’의 줄임말이에요. 무엇을 먹을 때 표현하는 ‘옴뇸뇸’이라는 신조어를 활용했죠. 그리고 POBG의 세계관은 늘 잡아 먹히는 치킨들이 분노해서 인간들에게 복수하는 것인데요. 아이러니하게 보스들의 이름이 치킨 요리와 관련되어 있어요. (웃음) 첫 번째 보스는 “’Eggsplosives Guy’인데, 액션 영화를 보면 멤버들 중에 꼭 폭발물 전문가(“Explosives Guy”)가 있는 것을 보고 떠올렸죠.

그리고 두 번째 보스의 영어 이름은 ‘코코뱅’이에요. 프랑스 요리 이름인 코코뱅에서 따왔죠. 뱅이 와인이라는 뜻인데, 총을 쏠 때 빵! 하는 의성어와 비슷해서 선택했어요. 한국어로는 ‘샤를발골’로 변역되었는데, ‘살을 발골’한다는 느낌이 더해져서 재밌었어요. 나중에는 영화 매드맥스의 한 장면처럼 적들이 얼굴에 페인트칠을 하고, 마네킹 머리를 달고 나오기도 해요. 마네킹 머리는 리메이크 이전의 오리지널 매드맥스에 등장했던 악당을 오마쥬한 것인데, 조금 매니악하지만 이왕 패러디하는 거 디테일을 살리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만우절이니까요. (웃음)

POBG 스크린샷

실제 POBG 유저들이 배틀그라운드의 건 플레이가 잘 반영된 것 같다는 평을 했어요.
IMGN.PRO 스튜디오에서 게임의 기본기를 정말 디테일하고 맛깔나게 개발해주셨어요. 이를 바탕으로 저는 배틀그라운드에서 총을 쏠 때의 반동, 탄이 날아가는 속도와 거리, 데미지를 POBG에서도 마찬가지로 해석하고 반영했어요. 조금만 손을 보고 선택적으로 반영하니 2D 게임에서도 정말 매끄럽게 돌아갔습니다. 새삼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의 기본기에 감탄했어요. POBG의 타겟은 배틀그라운드 유저에요. 플레이해보면 바로 배틀그라운드의 건 플레이가 반영되었다는 걸 알 수 있죠. 유저들에게 ‘말 안 해도 다 알지?’ 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기억에 남는 유저들의 피드백이 있다면?
POBG는 우선 이벤트성 게임이고 만우절 기간 한정 모드라 대부분 좋은 평을 해 주신 것 같아요. POBG는 정말 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팬들에게 무료로 선물처럼 배포하는 거라, 정해진 예산 안에서 가장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게 목표였죠. 이벤트성 게임이지만 게임의 깊이가 있길 바랐어요.

종종 팬분들이 ‘만우절에 너무 진심인 거 아니냐, 1년 동안 준비한 것 같다, 스팀에 출시 안 하냐?’ 하고 댓글을 달아주시는데 볼 때마다 정말 뿌듯해요. 그리고 스트리머 김블루님이 ‘게임 자체가 재밌고, 게임을 잘 아는 사람이 만든 것 같다.’ 라고 말해주셨어요. 그거 보고 너무 좋아서 평생 소장하려고 클립 땄어요. (웃음)

저뿐만 아니라 모든 펍지 스튜디오 직원들이 다 비슷할 텐데, 게임을 정말 좋아하기에 지금까지 게임을 해온 경험이 기반이 되어 새로운 시도를 하거든요. 살면서 20년 동안 게임만 하며 쓴 시간이 보상받는 기분이 들고 정말 행복했어요.

또한 플레이 중에 “나 좀 잘하는데?”라는 말씀을 하시는 스트리머들도 계셨는데, 정확히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기 때문에 기뻤습니다. 배틀그라운드는 승자는 한 팀 밖에 없는 배틀로얄 게임인 만큼, 패배를 맛본 유저들이 잠시 POBG를 하며 자신감을 회복하고 다시 배틀그라운드에 도전할 용기를 얻어가기를 바랬습니다.

단독 출시 계획은 없나요?
POBG는 만우절 기념 이벤트로 팬들에게 선물한다는 개념의 게임이기 때문에 후한 평가를 받는 부분도 있을 것이기에, 단독 출시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인 것 같아요. 

오히려 개인적으로 ‘우리는 펍지니까 이런 거 언제든 만들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요. 단독 출시도 고려해볼 만큼 퀄리티가 높은 게임도 미련 없이 쿨하게 한정판으로 풀고, 매년 더 재밌는 게임을 선물처럼 들고 오는 거죠. 저희도 게임이 정말 재밌고 좋아서 이런 시도를 계속하는 것이니까요.

벌써 내년 만우절이 기대되네요.
이번 POBG는 제작에 9개월이 소요됐어요. 만약 내년에도 만우절 기념 컨텐츠를 선보인다면 이제 슬슬 내년 만우절을 준비해야 하죠. 지금까지는 매년 특별 모드 담당자가 바뀌어 왔기 때문에, 이것이 배틀그라운드의 전통처럼 정착된다면 내년에는 또 다른 분들이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컨텐츠를 만들며 이어가 주셔도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렇게 각자의 개성을 살려 무료 배포용 소규모 게임을 개발할 기회가 흔치 않다고 생각해요. 게임 제작자로서 정말 뜻깊은 경험이었죠. 팬들을 위한 선물이기 때문에 그 의미도 남달랐고요. 앞으로도 팬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꾸준히 전달하고 싶어요.

배틀그라운드의 팬들에게 선사하는 선물 같은 게임, ‘POBG’를 제작한 김현준 님. 팬들의 진심과 그 가치를 알기에, 펍지 스튜디오는 올해도, 내년에도 만우절에 계속 진심일 예정이다. 앞으로도 게임을 만드는 크래프톤 직원들의 진심을 [피플온]에서 계속 밀착 취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