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FTON

게임 아트 디자이너가 픽한 비주얼 담당 캐릭터는?

* 게임 회사 사람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피플온] 시리즈에서는 크래프톤 직원들의 이모저모를 낱낱이 살핀다. 이번에는 게임 아트 직군 사람들을 찾아가 10월 10일 출시 예정인 게임 ‘미스트오버(MISTOVER)’ 제작 뒷이야기를 들었다.

게임 회사는 정말 야근이 많을까? 아트 직군 디자이너는 예민할까? 각자 생각하는 게임 속 최애캐는? 안희진, 백은지, 이태헌, 이충열 님(이하 안, 백, 이, 충)을 만나 게임 아트 직군의 이모저모에 대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봤다.

기대작 ‘미스트오버’가 10월 10일 출시를 앞두고 있어요. 기분이 남다를 것 같아요.

안: 이제 개발은 다 완료가 되었고요. 홍보를 위한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어요. “화면상 이런 건 조금 어려우니까 유저들이 알기 쉽도록 친절하게 바꿨으면 좋겠다.” 싶은 걸 수정하는 중이죠.

게임 회사의 아트 직군이라니! 신기해요. 각자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안: 저는 게임 캐릭터를 디자인해요. 파트장이기 때문에 게임 아트 전반에 관한 컨펌도 하고요.

백: 저는 UI/UX 디자이너예요. 실제로 게임을 할 때 조작하게 되는 유저들의 화면, 버튼이나 창을 만들죠.

이: 연출, 이펙트를 맡고 있어요. 게임 속 마법이나 스킬을 시각적으로 구상해요. 캐릭터가 전투하고 움직이는 건 전부 제 손을 거치죠. 이펙트를 그래픽으로 만드는 작업뿐만 아니라, 그걸 구현하기 위해 프로그래머와 이야기해서 툴을 보완하기도 해요.

충: 배경, 설정 원화, 2D 그래픽을 담당해요. 게임의 배경을 만든다고 생각하시면 쉬워요. 원래 제 그림 스타일은 실사에 가까운데, 이번 ‘미스트오버’에 참여하면서 미국 코믹스 형식의 그림체를 그리게 되었어요.

미스트오버의 캐릭터 스킬이 각각 다르듯 능력 있는 파티원들이 모여서 팀을 이룬 것 같네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디자이너, 아트 직군의 사람은 예민하고 히스테릭(?)할 거 같은데 그런 분이 한 명도 없는 것 같아요.

안: 음, 저는 좀 그런 편인데. (웃음) 화가 났는데 그게 무엇 때문인지 기억이 안 날 때도 있어요.

백: 저도 그랬었는데 이 팀에 와서 많이 바뀌었어요.

이: 보통 어딜 가나 팀에 한 명 정도는 ‘돌아이’가 있다고들 하죠. 그걸 못 느끼면 그게 본인이라고. 제가 ‘돌아이’인 건지는 모르겠는데 여긴. 어, 없… 는 것 같.아.요.

충: 숨기고 있을 수도 있고. (웃음)

게임회사가 야근도 많고 힘들다고 하는데 어떤가요? 팀워크는 잘 맞나요?

안: 팀마다 분위기가 다를 것 같은데 저희는 그렇게 힘들진 않아요. 예전에는 야근도 많이 했는데 다들 늙어서 그렇게 까진 못하고.(웃음) PD님의 계획 하에 분기 단위로 스펙을 정하고 파트장이 세부 회의 이후 개인별로 일을 포인트로 배분해서 그 기간 내에 맡은 업무를 합니다. 그래서 일이 몰리진 않아요.

물론 돌발 상황이 생기기도 하고 퀄리티와 욕심 때문에 일이 무한정 늘어나기도 하지만, 그럴 땐 스펙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해결 하려고 해요.

이: 최종 보스의 스펙을 조정한 적도 있었어요.

안: 맞아요. PD 한동훈 님이 결단하셨었죠. 장기적인 팀 유지를 위해 신경 쓰는 편이에요.

’미스트오버’ 캐릭터를 그리고 있는 안희진님

서로 협업도 많이 하시죠?

백: 배경 위에 캐릭터를 얹고, 그 캐릭터 위에 이펙트와 UI를 얹죠. 이걸 다 합쳐야 게임이 돼요.

충: 근데 합쳐질 때마다 버그가 생기는 묘한 마법! (웃음).

게임 회사 아트 디자이너라고 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제일 많이 듣는 말은 뭔가요? 저도 친구가 디자이너면 마구 질문할 것 같아요.

안: 예전에 엄마가 프로게이머들 보면서 “너는 언제 TV에 나와?”라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웃음) 옛날에는 친구들이 “몇 년 차가 되면 슈퍼마리오를 만들 수 있어?”라고 물어본 적도 있고.

충: 주변에서 아이템 달라, 캐시 달라고 하는 게 제일 많죠.

이: 맞아요. 직원이면 복지로 게임 아이템 받는 줄 알아요. 아닌데. 저도 없어요. (웃음)

유저를 위한 UI/UX를 만드는 백은지님

그럼 이번에 미스트오버 디자인을 맡아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안: 예전에는 캐릭터를 300명씩 그리곤 했는데, 미스트오버는 플레이어 캐릭터가 8명뿐이에요. 근데 캐릭터들의 성격이 다 달라요. 성격에 따라 기술도 다르니 한 캐릭터를 두고 많이 고심했죠. 성격이 한눈에 보여야 하니까요.

캐릭터에서 성격이 드러나려면 무엇이 중요한가요? 눈매? 헤어스타일? 패션?

안: 다 중요하죠. 웃거나 찡그리는 표정도 성격을 표현하는 요소이기도 해요. 공격당했을 때를 예로 들어 볼게요. 맞으면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어요. 어떤 친구는 그냥 맞기만 해요. 누구는 저항하면서 공격을 막죠. 하나의 상황을 두고 성격에 따라 캐릭터들이 다르게 반응하도록 연구했죠.

다른 분들은 어때요?

백: 저는 유저를 많이 고려해요. 아무래도 유저가 직접 사용하는 UI/UX 툴을 만들다 보니, 유저 입장에서 생각해야 해요. 그래서 게임도 많이 하죠. 플레이하면서 어떻게 해야 더 편하고 직관적일까 고민해요. 게임 기획자들에게 종종 건의도 하고요.

이: 종종 이펙트는 무조건 화려해야 한다는 사람이 있어요. 저는 타격감, 타이밍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리고 그 이펙트와 캐릭터가 사용하고자 하는 스킬의 성격이 잘 맞는지 고민도 많이 했어요.

충: 미스트오버 캐릭터는 단순한 편이에요. 그래서 최대한 배경이 거슬리지 않도록 신경을 썼죠. 배경 퀄리티는 좋아야 하고, 캐릭터는 부각되어야 해요. 이게 참 어려워요. 있는 듯 없는 듯한데 뭔가 있어 보이는 배경. 무슨 말인지 이해 가시죠? (웃음)

게임의 배경, 설정 원화, 2D 그래픽을 담당하는 이충열님

요즘 유행하는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같은 거네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잖아요. 각자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궁금해요.

안: 같은 장르의 게임을 많이 접하려고 해요. 만화도 많이 봐요. 저는 디즈니 작가를 좋아해요. 일본 동인계 그림도 많이 찾아보고 있어요.

백: 숨기고 싶은 저만의 노하우인데, 저는 인테리어에서 영감을 많이 얻어요. 인테리어와 UI는 묘하게 닮았어요. 아마 UI/UX 디자이너라면 공감할 거예요. 소재나 구조적인 면에서 일맥상통하는 게 있어요. 결국은 사람이 사용하는 거니까요.

충: 보통 배경을 그릴 때 사진을 많이 찾아봐요. 미스트오버 프로젝트 하면서는 사진보다 만화를 많이 참고했죠. 만화도 되게 다양해요. 미국 코믹북은 명암이 대비되는 톤을 사용해요. 일본 만화 『베르세르크』는 터치가 강렬하죠.

이: 연출은 기존에 나온 게임이나 액션 영화의 카메라 무빙을 많이 참고했어요. 이펙트 같은 경우는 오히려 다른 레퍼런스를 안 찾아보는 편이에요. 보면 볼수록 생각의 틀에 갇히더라고요. 계속 본 것만 떠올라서 그것과 비슷한 이펙트만 만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캐릭터에 이입해서 직접 움직여보곤 해요. 늑대인간을 예로 들자면, 발톱이 있다고 가정하고 손을 직접 휘둘러보는 거죠.

연출/이펙트를 담당하는 이태헌님, 목에 핏대를 세우고 늑대 인간을 찬양 중이다

각자 미스트오버의 최애 캐릭터를 꼽는다면?

백: ‘위치’요! 마법의 재능을 타고난 폭주 마녀죠. 예쁘게 생겼어요. 반짝반짝 꽃 모양으로 눈이 빛나는데 그게 정말 예뻐요. 중간에 미친 캐릭터처럼 변신도 해요. 다른 캐릭터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점이라 좋아해요.

이: 저는 ‘웨어 울프’요. 늑대 인간이죠. 제가 워낙 늑대 인간 캐릭터를 좋아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남자답잖아요. 최근에 성우가 녹음한 걸 들었는데 목소리도 완전히 제 스타일이더라고요.

충: 저는 ‘로닌’이요. 사무라이 대장 출신의 검사예요. 제가 일본도를 좋아해서 일본 검술을 배운 적이 있거든요. 집에 진검도 두 자루나 가지고 있어요.

안: 저는 ‘팔라딘’. 여기사예요. 가장 처음에 그린 캐릭터라 그런지 애착이 가더라고요.

마지막으로, 미스트오버를 꼭 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세요. (내 새끼 영업 타임!)

백: 돈 내고 고통을 맛보고 싶다면 꼭 해보세요. 너무 쉬운 건 식상하고 재미없잖아요.

안: 로그라이크 장르에 관심이 있다면 미스트오버를 추천해요! 근데 쉽지는 않을 거예요. 쉬운 난이도 설명에 ‘산책하러 가는 기분으로 즐길 수 있음’이라고 되어 있는데, 돈 없고 식량 없어서 죽을 수도 있어요. (웃음)

충: 테스트 튜토리얼에서 죽는 사람도 많았어요. (웃음) 그래도 해보시면 분명 재밌을 거예요. 승부욕이 끓어오를걸요?

들을수록 신기한 게임 아트 이야기. 제작 과정도 재밌지만, 게임 속 캐릭터와 디자인 요소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이 특히 감명 깊었다. (물론 미스트오버도 출시되면 바로 해 볼 생각!) 하나의 게임을 완성하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 앞으로도 수많은 노력들을 [피플온]에서 밀착 취재할 예정이다.

에디터 클토니: 게임 좋아해요. 게임 회사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장인정신 넘치는 게임 유니온, 크래프톤 직원들을 탈탈 털어보려 합니다. 자칭 크래프톤패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