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은 아트 디렉터, 알고 보니 1인 게임 개발자? 게임 원화로 시작해 1인 개발로 콘솔게임 출시까지 경험한, 라이징윙스의 백호종 님을 만났다. ‘DOTORI’, ‘만렙법사 키우기’, ‘귀묘의 전설’까지. 혼자 코딩을 독학해서 콘솔 게임까지 출시한 그 노하우를 공개한다.
반갑습니다 호종 님. 크래프톤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라이징윙스 레버리지실에서 프로젝트R팀에서 아트를 담당하고 있는 백호종입니다.
현재 라이징윙스 레버리지실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아직 프로젝트를 자세히 공개할 순 없지만 저희 팀에서는 캐주얼 슈팅 게임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개발한 지 3개월 정도 됐고, 내부 테스트를 거쳐 외부 테스트용 빌드를 제작 중입니다. 저는 아트 디렉터로 일하면서 실무를 겸하고 있어요.
게임 회사 아트 디렉터의 대략적인 업무가 궁금합니다.
회사나 프로젝트마다 다를 수 있지만, 프로토타입 단계부터 회의를 거쳐 어떤 콘셉트로 갈지 전체적인 방향성을 정하고요. 꾸준히 유관부서와 커뮤니케이션하며 수정 작업을 거쳐 그래픽을 완성합니다.
아트 디렉터 전에는 캐릭터 원화가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게임 회사에서 일한 지 15년 정도 됐는데요. 원화가로서 8년 일했고, 이후에는 쭉 아트 디렉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게임 업계에서 일하기 전에는 만화를 그렸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3년 동안 문하생 생활을 했어요. 고3 때에는 ‘12지 전사’의 작가인 손태규 작가님 밑에서, 스무 살 때는 ‘니나 잘해’의 작가인 조운학 선생님 밑에서 만화를 그렸죠.
만화를 그리시다가 게임 업계로 발을 들인 계기는 무엇인가요?
일단 제가 게임을 좋아했고, 게임 업계가 성장하는 시기였죠.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그림을 잘 그리고 게임에 관심에 있다면 지금보다 게임 업계의 문을 두드리기 쉬웠어요.
어릴 적부터 게임을 좋아하셨나요?
네. 지금도 많이 좋아하고요. 인생 게임은 ‘JOURNEY’, ‘INSIDE’ 같은 게임인데요. 그래픽이 화려하지 않으며 전투도 없고, 대화도 없지만 유저가 게임을 클리어하고 게임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보게끔 만드는 게임입니다.
저도 그런 메시지를 주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죠. 요즘에는 간단한 모바일 게임을 즐겨 하는데요. 라이징윙스의 ‘게임잼’ 행사에 참가해 게임을 제작 중이라,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비슷한 콘셉트의 게임을 자주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게임잼에 출품하기 위해 제작 중인 게임은 어떤 것인가요?
게임잼은 라이징윙스의 문화로, 매년 구성원들이 본인의 업무 프로젝트 외에 자유롭게 게임을 기획하고 제작해 참여하는 행사입니다. 선정되면 시장 반응 테스트까지 진행할 수 있죠. 저는 팀을 꾸리지 않고 혼자 참여해서 캐주얼 디펜스 게임을 제작 중입니다. 행사를 늦게 참여하게 되어 빠른 진행이 필요한 터라 올해는 혼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1인 게임 개발 경험이 있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1인 스튜디오도 운영하고 있는데.
라이징윙스 입사 전에 쭉 혼자 게임을 만들어왔고, ‘indev-studio’라는 1인 스튜디오를 설립했어요. 대표작은 2020년 스팀에 론칭한 게임 ‘DOTORI’로, 1년 동안 퇴근 후에 혼자 공부하며 개발했죠. 그 후에 퍼블리셔 업체와 연락이 닿아서 추가 작업을 일 년 정도 하고, 닌텐도 스위치 콘솔 버전으로 론칭했습니다.
게임 DOTORI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주신다면?
하드코어 3D 플랫포머 게임으로, 중간중간 보스들이 있고 총 40판으로 이루어진 스테이지 형식의 게임이에요. 당시에 2018년에 출시된 게임 ‘셀레스트(Celeste)’를 굉장히 인상 깊게 플레이했거든요. 거기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죠.
너구리, 다람쥐, 고양이가 떠오르는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하고, 보스도 악어나 부엉이 같은 캐릭터예요. 외적으로는 귀엽지만 사실 난이도는 높은 게임이죠. 제가 타겟팅한 유저가 하드코어 플랫포머 유저라서, 퍼블리셔 업체나 유저분들께 어렵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추가 작업시에는 난이도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콘솔 버전 출시 과정이 궁금합니다.
콘솔에 본인 타이틀이 올라가는 게 많은 게임 개발자의 로망이 아닐까요? 처음에 퍼블리셔 업체에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 DOTORI 제작 후, 홍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거든요. 그 와중에 게임 개발자 커뮤니티에 개발 일지를 올려봤는데, 일본 퍼블리셔 업체와 한국 퍼블리셔 업체에서 연락이 와서 미팅을 진행했어요. 그 후 한국 퍼블리셔 업체와 계약하고 콘솔 출시를 위한 작업을 진행했죠.
DOTORI로 ‘이달의 G-랭크 챌린지 서울상’을 수상했는데.
G-랭크 챌린지 서울상은 매달 수상작이 선정되는데, 2020년 5월에 DOTORI가 선정됐어요. 사실 그런 상이 있는지도 몰랐거든요. 연락이 와서 처음으로 방송국에 가서 촬영도 하고 상을 받았죠. 상패도 받고, 도토리로 번 수익보다 상금이 더 많았습니다. (웃음)
DOTORI가 개인적으로 의미가 큰 게임인데, 수상까지 하게 되어서 감동이 컸어요.
DOTORI 스팀 페이지 바로가기
DOTORI 외, 호종 님이 제작한 다른 게임도 궁금합니다.
총 5개 게임을 제작했는데, 초기에는 하이퍼 캐쥬얼 게임들을 공부 삼아 개발했고, DOTORI는 세 번째 게임이에요. 대부분 혼자 제작했죠. DOTORI 이후에는 방치형 모바일 RPG 게임인 ‘만렙법사 키우기’, ‘귀묘의 전설’을 제작했어요.
사실 DOTORI는 수익을 전혀 고려한 게임이 아니었어요. 콘솔 타이틀을 만드는 게 목표였는데, DOTORI로 그것을 이뤘으니 이후에는 게임 제작시 수익을 고려하며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중 3개월의 개발 기간이 들어간 ‘만렙법사 키우기’는 제작 대비 반응과 수익이 괜찮았어요.
1인 게임 개발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예전 직장에서 일하면서 탑 다운 방식으로 게임을 제작하는 것에 염증이 생겼어요. 그리고 제 미래를 생각했을 때, 쳇바퀴처럼 똑같이 일하고 있을 것 같아 위기감을 느꼈죠.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통 그런 경우 팀을 이뤄서 도전하기도 하는데.
게임 개발은 리스크가 굉장히 크거든요. 시간과 돈, 열정이 필수적입니다. 실패의 가능성을 염두하면서 리스크를 안고 개발하는 건 이기적이라 생각이 들었고, 그런 리스크를 안고 가기에는 개발 시간과 방향, 개발 리딩에 영향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1인 개발은 개발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문서 작업이나 회의가 필요 없어 빠른 결정과 진행이 장점이거든요. 하다 보니 제 적성과도 잘 맞았어요. 요즘 드는 생각은 혼자 게임을 개발하는 것보다 좋은 팀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라 생각해요.
원래 코딩도 할 줄 아셨나요?
전혀 못 했죠. 현재도 수학과 영어는 잘 못합니다. 처음에는 플레이메이커라는 노드형의 서브툴(예.언리얼의 블루프린트)로 코드 구현의 동작 방식을 접했고 그 후에 코딩을 본격적으로 공부했습니다. 대부분의 문제는 구글과 유투브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코딩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2년여간 몇번의 프로젝트를 만들며 우여곡절을 겪다 보니 코딩이 자연스럽게 익숙해졌어요. 정확히 이야기하면 코딩의 실력이 늘었다기 보다 개발하다 나오는 여러가지 문제들을 해결하는 문제 해결 능력이 는 것 같습니다.
호종 님처럼 게임 개발을 독학하는 사람들에게 팁을 알려준다면?
가능하면 작은 게임부터 만들어서 시장에 내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시는 게 좋습니다. 유튜브나 강의를 보고 똑같이 따라 만드셔서 내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강의 수도 가능하면 적고 쉬운 것으로 시작하는 걸 추천해요. 코딩이 처음이면 모든 게 어색하고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러한 과정을 몇 번 경험하시면 자연스럽게 깨우치게 되실 거예요.
앞으로 1인 개발자로서의 다음 게임이 궁금합니다.
1인 게임 개발은 라이프워크로서 앞으로도 계속하겠지만, 지금은 라이징윙스에서 저희 팀의 게임을 성공적으로 만드는 게 최우선 목표고요. 작년 피닉스와 딜루젼스튜디오가 합쳐져 라이징윙스가 출범할 때, 대표님이 ‘글로벌한 게임, 재미있는 게임, 자주 할 수 있는 게임을 많이 만들어보고 실패도 하면서 배우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에 깊이 공감했고, 적합한 게임을 많이 만들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호종 님의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게임 개발자에게 늘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냐는 질문을 많이 하세요. 게임 개발자로서 만들고 싶은 건 많지만, 저는 유저가 어떤 게임을 하고 싶은지 찾고 싶어요. 그래서 다양한 게임을 빠르게 만들고, 변화하는 시장과 유저의 니즈에 맞게 유연하게 게임 개발을 해가고 싶습니다.
시작은 만화, 그 다음은 게임 원화가, 아트디렉터, 그리고 1인 게임 개발까지. 다재다능하고 이미 많은 것을 이룬 호종 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숨겨진 수많은 노력을 유추할 수 있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혼자 묵묵히 보내는 밤들. 호종 님의 계속되는 도전을 응원하며, 앞으로도 게임을 만드는 크래프톤 직원들의 낮과 밤을 [피플온]에서 계속 밀착 취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