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무료화 서비스를 시작한 ‘PUBG: 배틀그라운드 (이하 배그)’는 요즘 새롭게 배틀로얄에 도전한 신규 유저들과, 연어처럼 돌아온 복귀 유저들로 북적이고 있다. 오랜 시간 배그를 꾸준히 즐겨온 이른바 ‘고인물’ 유저들에게는 그야말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중에 배그를 직접 만들고 서비스하고 있는 크래프톤에서도 배그 고인물 직원들이 자웅을 겨루는 ‘펍지 고인물 챔피언십’이 열렸다. 크래프톤 블로그가 대회 현장을 직접 찾아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2월 18일 금요일 오후 서초동. 배그의 산실 크래프톤, 그리고 펍지 스튜디오에서도 내로라하는, 자칭 ‘배그 고인물’ 직원들이 격돌한 사내 대회 ‘펍지 고인물 챔피언십 (PUBG GOINMUL CHAMPIONSHIP. 이하 PGC)’이 이곳에서 진행됐다. 폭풍과도 같았던 대회의 전율이 아직 가시지 않은 현장에서, PGC의 기획과 운영 그리고 해설까지 맡은 펍지 개발 본부 Live Production 팀의 임웅빈 님을 만났다.
임웅빈: 솔직히 이만큼 재미있는 대회가 될 거라고 상상도 못했습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각 팀들이 합을 맞추기 위해서 매일 밤마다 연습에 열중하는 대회 공식 디스코드 채널을 보면서 기대가 컸었어요. 우리 회사에 배그를 사랑하는 분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죠. 결과적으로 이렇게 멋진 경기들이 나와서 기쁩니다. 이 열기가 회사 내에서 배그 사랑으로 오래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이번 대회는 2월 17일부터 18일까지 양일간 진행됐다. 놀랍게도 크래프톤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전사 규모 배그 대회다. 경기는 배그 이스포츠 팬들에게 익숙한 수퍼(S.U.P.E.R) 룰셋을 이용해 총 여덟 매치가 치러졌다. 우승 및 상위팀 상품으로는 태블릿 PC, 스마트워치 등이 걸렸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개인 단위 신청을 받은 다음, 플레이타임과 경쟁전 티어 등을 기반으로 참가자들의 ‘티어’를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4인 스쿼드를 랜덤으로 구성했다. 총 16개팀 64명의 고인물들이 참가했다.
임웅빈: 이번에 배그가 무료화 서비스로 전환되면서 많은 신규 유저들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훌륭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게 되기 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죠. 이런 ‘뉴비’ 유저들이 성장하는 데 고인물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배우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펍지 스튜디오에는 매주 금요일 새로운 피처들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플레이데이’라는 행사가 있어요. 처음에는 이 행사를 활용해서 작은 이벤트 대회를 열어볼까 했는데, 이번에는 PUBG Esports 실, Work Connect 팀, Contents 팀까지 많은 분들이 발벗고 나서 더 멋진 대회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어요.
PGC라는 이름에 걸맞게 실시간 중계를 통해 대회를 함께 즐기는 직원들을 위한 ‘우승팀을 맞춰라 (Pick’Em Challenge)’ 이벤트도 진행됐다. 배그 이스포츠 라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우승팀과 MVP 인터뷰다. 대회 마지막 날에는 이현경 아나운서도 현장을 찾아 예상을 뛰어넘는 고인물 직원들의 플레이를 함께 즐겼다. 특히, 매치 7 후반부 WATCH 팀의 ‘Kanga’ 김태환 님이 단신으로 15킬을 달성하는 순간은 많은 이들에게 이번 대회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혔다.
김태환 (대회 MVP): Brand Creative Seoul 팀의 캡처 아티스트 김태환이라고 합니다. 대회 둘째 날 팀 성적이 좋아서 많이 흥분해 있었는데, 팀 동료들이 저를 잘 진정시켜준 덕분에 매치 7에서 침착하게 좋은 플레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배그를 약 4,000시간 이상 즐겨운 고인물로서, 배그가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좋은 게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대회 결과는 최종 라운드인 매치 8에서 대격변을 맞았다. 이 매치에서만 무려 25킬을 쓸어담은 3Y1S 팀이 경쟁자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것. 회사에서도 소문난 고인물 ‘KRAFTON’ 전영환 님이 이끄는 이 팀은 직원들이 뽑은 ‘우승자를 맞춰라’ 이벤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다음은 우승팀 3Y1S 멤버들과의 일문일답.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강영환: fforce2라는 닉네임으로 대회 참가한 강영환이라고 합니다. Brand Creative Seoul 팀이라는 조직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김성희: 안녕하세요 Platform QA 팀 김성희라고 합니다. Baejjang_e라는 닉네임으로 대회 참여했어요.
최영윤: 펍지 개발 본부 Contents Tech 1팀 최영윤이라고 합니다. 이름 그대로 YYCHOI라는 아이디로 대회 참가했습니다.
전영환: 팀에서 오더를 맡은 Separate Accounting 팀 전영환이라고 합니다. 닉네임은 라이브 닉네임인 KRAFTON을 썼는데, 크래프톤을 대표하겠다는 뜻까지는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웃음).
대회 준비는 어떻게 했는지?
최영윤: 이번 대회가 개인이 각자 따로 참가 신청을 하면 플레이타임과 티어 등 개인의 지표를 기준으로 티어가 나뉘고, 티어별로 네 명씩 한 스쿼드로 팀이 임의 배정됐어요. 팀 배정이 대회를 2주 앞두고 발표됐는데, 그때부터 2~3일에 한번 꼴로, 한 번에 세 시간 정도 다 같이 모여서 합을 맞췄어요.
강영환: 저희 팀원들이 다들 조용한 성격이라 메인 오더인 KRAFTON 님이 시키는대로 잘 따랐던 것 같아요. 연습을 경쟁전으로 했는데, 합이 맞기 시작하면서 치킨도 자주 먹고, 그러니까 순위도 잘 올라서 재미있게 즐기면서 연습할 수 있었어요.
김성희: 팀원들이 다들 실력이 좋아서 연습할 때 마음을 무겁게 먹고 했어요. 1인분이라도 해야 하는데 하면서요. 실제로 제가 먼저 죽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그럴 때마다 뭐가 문제였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KRAFTON 님이 잘 알려주셔서 그 부분에 개선이 잘 되었던 것 같아요. 덕분에 실제 대회에서 어느 정도 기여도 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전영환: 지금에 와서 솔직히 말씀드리는 건데, 팀 배정이 발표되고 나서 우리 팀원 분들의 스팀 아이디로 전적 검색을 해봤는데, ‘괜찮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처음 연습 시작할 때는 손발이 잘 안 맞았어요. 원래 제가 게임하면 같이 하는 분들께 잔소리를 좀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그런 걸 최대한 억제했는데 잘 했던 것 같아요 (웃음).
대회에 참여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김성희: 저는 원래부터 회사에서 하는 사내테스트나 행사에 잘 참여하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배그를 주제로 이런 규모로 열리는 사내 행사는 처음이라 망설임없이 참여했어요. 펍지 스튜디오에서 예전부터 해오던 플레이데이 행사에도 참여해 보고 싶기도 했고요. 두둑한 G-Coin 참가 보상도 물론 탐났고요 (웃음).
각자 그 동안 배그를 얼마나 플레이했는지 궁금한데.
최영윤: 저는 여태 1,000시간 정도 플레이했어요. 사실 저는 그 동안 스쿼드로 플레이해본 적은 거의 없어요. 솔로 모드로만 했죠. 솔로 모드에서는 위치 선정을 잘 해서 숨어있는 것만으로도 높은 등수에 드는 것이 가능하고, 거기서 재미를 느끼는 타입이었어요. 그런데 이번 대회 참여를 계기로 스쿼드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성희: 저는 사실 실력에 큰 자신이 없어서 뉴비 대회에 참여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친구들이랑 배그는 스쿼드 맞춰서 자주 해서 플레이시간은 1,800시간 정도 돼요. 그래서 뉴비 대회에 참가하기엔 양심이 너무 없는 것 같아서 고인물 대회에 참가하게 됐죠. 플레이시간만 고인물이고 에임은 뉴비예요.
강영환: 저는 좀 많이 한 것 같은데, 3,000시간 정도 했어요.
전영환: 저는 배그를 아주 초창기부터 해왔고, 여러 플랫폼에서 아이디도 여러 개예요. 이번 대회 참가를 계기로 다 계산을 해봤는데, 합산하니까 대략 6,300시간 정도 했더라고요. 초창기 시절 이야기지만 아시아에서 대략 20위권 정도에 들어갔던 적도 있었고요.
대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전영환: 역시 마지막 매치 8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어요. 마지막 매치 시작하던 시점에 저희가 3위였고, 4위와 점수 차이가 30점 정도라 3등안에는 들겠구나 싶었고 마음 편하게 먹어야지 생각은 했지만 사실 마음 한편엔 욕심이 그득했어요. 무조건 1등 해야 된다 생각했죠. 제일 기억에 남는 순간은 1등으로 역전에 성공했다고 직감했던 때였던 것 같아요. 경기 시작할 때 1등과 9점 차이가 났었는데, 제가 5킬 정도를 했고 fforce2 님이 5-6킬 정도 했던 것 같아요. 이제 순위 점수만 챙기면 1위 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그때부터 심장이 정말 빨리 뛰더라고요.
강영환: 저도 역시 마지막 매치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마지막 한 매치에서만 저희 팀이 25킬을 했는데, 비록 그 매치 치킨은 못 먹었지만 그 전까지 팀원들과 합이 정말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김성희: 저도 마지막 매치가 기억에 남는데, 사실 아쉬움도 많아요. 마지막에 딱 두 팀 남은 상황에서 상대편 한 분에게 저랑 YYCHOI 님, KRAFTON 님 세 명이나 당했어요. 만약 제가 쓰러지지 않고 이겼으면 치킨을 먹으면서 우승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아쉬웠고,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예요.
최영윤: 저는 매치 4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에란겔 맵에서 저희가 치킨을 먹은 판이었죠. 저희 팀은 언덕에서 넓게 진영을 잡고 상대와 대치 중이었어요. 그때 KRAFTON 님이 동시에 같이 공격하자고 오더를 주셨고, DMR 총기를 이용해서 적을 한 번에 쓰러뜨릴 수 있었어요. 저는 그 동안 솔로로만 플레이 했었으니까, 이런 무기로 한 방에 적을 기절시키는 건 잘 못해봤어요. 그 때 스쿼드의 재미를 제일 크게 느꼈던 것 같아요.
전영환: 저희 팀이 역할 분담이 잘 됐어요. 대회 끝나고 YYCHOI 님 스탯을 봤는데, 기절한 동료를 살리는 소생 부문에서 1위를 하셨더라고요. 역할을 정말 충실하게 잘 수행해주신 거죠.
배그 고인물로서 느끼는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지?
최영윤: 저는 총을 되게 못 쏴요. 훈련을 해 봐도 안 되는 건 안되더라고요. 그럼에도 스쿼드로 역할을 잘 나누고 수행했을 때 큰 재미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이번에 느꼈고, 그 점에 배그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김성희: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서 소위 ‘아이템빨(?)’이 없는 편이다 보니 개인이 순수하게 노력을 통해서, 그리고 운영의 묘를 발휘해서 승리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강영환: 리얼함. 그게 제일 큰 매력 같아요.
전영환: 저는 팀워크가 필요한 게임을 좋아하는데, 그런 점에서 팀워크가 잘 발휘될 때 재미가 배가 되는 점이 배그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배그라는 게임에서 처음으로 큰 재미를 느낀 순간은 언제였는지?
김성희: 게임을 처음 시작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스나이퍼 라이플(Sniper Rifle. SR)은 나는 건들면 안 되는 총이다, 고수들만 쓸 수 있는 총기라고 생각했죠. 그러다가 우연히 Kar98k로 처음 헤드샷 킬을 했는데,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하더라고요.
강영환: 저는 비켄디라는 맵에서, 저는 혼자였고 두 명의 적을 동시에 상대한 적이 있었어요. 연막탄이 자욱하고 숨막히는 긴장감이 맴돌던 찰나 제가 두 명을 동시에 잡았어요. 이 때 정말 기분이 좋아서 따로 이 영상만 저장해서 휴대폰에 담아서 갖고 다니면서 지금도 가끔 다시 봐요 (웃음).
최영윤: 저는 과거 에란겔 맵에 짙은 안개가 끼는 설정이 있던 시절의 기억이예요. 솔로로 하던 중에 옆에 여러 사람이 지나가길래 숨죽이고 숨어 있었어요. 서로 싸우다가 결국 다 죽고 저만 살아남았죠. 그런데 마지막에 남은 한 명도 끝까지 저를 못 찾고 결국 자기장 때문에 죽고 제가 치킨을 먹었어요. 정말 심장이 터질 것 같았죠.
전영환: 저는 첫 킬도, 첫 치킨도 이제 기억이 안 나요. 그런데 가장 강렬한 기억은 있어요. 요즘은 그럴 기회가 잘 없지만, 과거에는 1인칭 모드로 플레이하면 가끔 프로 선수들을 만날 수 있었거든요. 그때 우리 팀이 프로 팀을 잡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 쾌감을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강렬했어요.
배그를 처음 즐겼던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달라진 점이 체감되나? 얼마 전에는 무료화 서비스까지 시작했는데.
최영윤: 과거에 비해 지금은 전략적인 선택지가 더 많은 게임이 됐다고 생각해요. 특히 드론 같은 전술 장비는 저 같이 솔로 위주로 하는 유저에게 도움이 많이 돼요. 직접 가서 눈으로 보거나 소리로 듣고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위험한 방법 외에도 작전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옵션이 더 생긴 셈이니까요.
전영환: 배그가 무료화 서비스를 시작하고 신규 유저가 많이 늘어나서, 뉴비들을 괴롭히는 재미가 쏠쏠해요 (웃음).
김성희: 제 주변에 배그를 접었다가 최근에 무료화 서비스를 계기로 다시 시작한 친구들이 많아요. 과거에는 그 친구들에게 제가 게임을 배우는 입장이었는데, 그 사이에 새로 업데이트된 콘텐츠가 많아서 이제는 제가 알려주고 있어요. 꾸준히 플레이해온 것이 뿌듯해지더라고요.
배그가 벌써 5주년을 맞이하는데, 오랜 유저로서 바람이 있다면?
전영환: 게임을 할 때 그것을 오래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같이 즐기는 동료들, 사람들 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배그에도 클랜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맵은 언제나 환영이고요 (웃음).
최영윤: 전략, 전술의 다양성을 넓혀주는 콘텐츠가 계속 업데이트 되면 좋겠어요. 고인물 유저들도 생각 못했던 다채로운 플레이가 나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강영환: 돌이켜보면 3,000 시간이 넘에 시간을 투자했다는 건 제가 배그라는 게임을 정말 좋아한다는 뜻인 것 같아요. 예전에도 좋아했고, 지금도 꾸준히 좋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제가 꾸준히 좋아할 수 있는 게임이 됐으면 좋겠어요.
배그에 진심인 크래프톤. 사내 대회는 이것이 끝이 아니란다. 고인물들이 겨루는 PGC와는 반대로, 뉴비 직원들이 격돌하는 대회 ‘펍지 뉴비 챔피언십 (PUBG NEWBIE CHAMPIONSHIP. PNC)’도 열린단다. 갓 태어난 아기 사슴 같은 뉴비들이 좌충우돌하는 장면을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데. 크래프톤 블로그는 PNC 현장도 밀착 취재할 예정이다.
배그 뉴비 직원들의 진검승부!
펍지 뉴비 챔피언십 (PUBG NEWBIE CHAMPIONSHIP)
왕초보들의 좌충우돌 대회 체험기가 궁금하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