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FTON

우리 주변의 세상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다

서브노티카: 빌로우 제로 개발 총괄 데이빗 칼리나 인터뷰

게임을 만드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독특한 게임 경험을 만들고 전하는 저마다의 방법이 있습니다. 언노운 월즈에서 ‘서브노티카: 빌로우 제로’의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끈데 이어, 신작 프로젝트의 개발 총괄을 맡고 있는 데이빗 칼리나는 영감의 원천을 비디오 게임의 세계에 국한시키지 말고, 우리 주변의 세상 모든 것으로 시야를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게임 인공지능 프로그래머부터 모바일 게임 개발자를 거쳐, 원격 근무를 기반으로 전세계에 퍼져 있는 개발팀을 이끌 고 있는 데이빗 칼리나의 경험에 대해 들어 봅니다.

반갑습니다.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언노운 월즈의 데이빗 칼리나 (David Kalina)라고 합니다. 뉴욕 출신이지만 지금은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열다섯살난 반려묘 ‘베이글’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언노운 월즈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신가요?

전에는 ‘서브노티카: 빌로우 제로(Subnautica: Below Zero, 이하 빌로우 제로)’ 리더였고 지금은 신작 개발 프로젝트를 리드하고 있어요. 우리 프로젝트의 다른 리더들과 함께 프로젝트 비전을 수립하고 팀을 구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새로운 디자인 프로토타입을 디깅하고 있는데, 작업 과정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부서 간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프로젝트를 리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궁극적인 목표는 당연히 팬들이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출시하는 겁니다!

어떤 게임을 계기로 게임 개발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요?

진지하게 게임 개발에 관심이 생긴 계기는 리처드 개리엇(Richard Garriott)의 ‘울티마(Ultima)’ 시리즈였어요. 특히, 4편부터 7편까지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죠. 개리엇은 게임 캐릭터 ‘로드 브리티시(Lord British)’에 본인을 투영시키곤 했는데, 그런 창의적인 발상을 통해 그가 어떻게 그렇게 대단한 세계와 경험을 만들어냈는지 이해할 수 있었어요. 중학생 때의 일이었는데, 제가 일자리를 구하고 싶어서 로드 브리티시에게 편지를 썼던 게 아직도 기억나요. 편지가 정말 전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이전에 AI 개발자와 모바일 게임 개발자로 일했다고 들었는데,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주세요.

처음에는 유비소프트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뉴욕에서 일을 시작했다가 이후에 몬트리올로 옮겼죠. 운 좋게도 ‘톰 클랜시의 스플린터 셀 (Tom Clansy’s Splinter Cell)’ 초기 개발자로 함께했어요. 이때의 경험 덕분에 관심사가 인공지능 (AI) 개발로 바뀌었고 이후 오스틴으로 옮겨와 이온 스톰이라는 회사에서 ‘데이어스 엑스: 인비저블 워 (Deus Ex: Invisible War)’와 ‘시프: 데들리 섀도우스 (Thief: Deadly Shadows)’의 AI 작업에 참여했어요.

처음 일을 시작하고 10년 정도는 AI 아키텍처 작업에 몰두했어요. 게임 디자인 상의 다양한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쓰이는 복잡한 시스템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일이었죠. 게임 내에서의 플레이어의 경험이 세계관 내 캐릭터가 어떻게 행동하고 또 플레이어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하는 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게임 AI는 무척 중요하고도 흥미로운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게임 AI에 관한 일을 하면서 디자이너, 작가, 애니메이터, 사운드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다같이 협력해야 비로소 하나의 게임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이 게임 개발의 매력인 것 같아요.

미드웨이 스튜디오 오스틴에서 근무한 지 몇 년이 지났을 때, 오랜 이온 스톰 출신의 동료이자 친구인 랜디 스미스 (Randy Smith)가 아이폰용 게임 회사 공동 창업을 제안했습니다. 그게 2009년이었는데, 모바일 개발 분야에서 이른바 ‘골드 러시’가 일어나던 시기였죠. 우리는 함께 자유로운 분위기의 독립 스튜디오, ‘타이거 스타일’을 설립했습니다. 업계 생활을 통해 만난 친구들과 지인들이 함께하는 그런 곳이었죠. 우리 혁신적인 터치 스크린 매커니즘을 기반으로, 창의적이면서도 폭력적이지 않은 액션 어드벤처 게임을 제작하기로 했고, 2016년에 사업을 철수하기 전까지 ‘스파이더: 더 시크릿 오브 브라이스 메이너(Spider: The Secret of Bryce Manor)’와 ‘웨이킹 마스(Waking Mars)’를 출시해 꽤 괜찮은 성적을 거뒀어요. 이 게임들을 만들고 소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게임 AI 개발자로 일하기 시작한 지 몇 년 만에 프로덕트와 사업 개발부터 게임 엔진과 에디터 툴 만들기, 2D 애니메이션과 마케팅 업무까지 갑자기 수많은 일을 맡게 됐으니까요. 스트레스가 가득했지만 정말 특별했던, 딱히 다시 겪고 싶지는 않은 그런 경험이었어요 (웃음).

서브노티카: 빌로우 제로 게임플레이 트레일러

그럼 언제, 그리고 어떻게 언노운 월즈에 합류하게 됐나요?

타이거 스타일을 정리하고 약 1년 동안 좋은 기회를 기다리면서 프리랜서 개발자로 일했습니다. 2017년 초에 ‘서브노티카(Subnautica)’ 프로젝트에서 단기 계약직 개발자를 구한다는 광고를 봤어요. 처음에는 다른 일을 찾기 전까지 퍼포먼스 최적화 정도만 도울 생각이었죠. 그러나 서브노티카 팀을 만나본 후, 제가 정말 좋은 팀과 일했다는 것을 깨닫고 좀 더 함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서브노티카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요?

서브노티카 팀 합류 당시 PC 게임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창의적이고 비폭력적인 SF 어드벤처 게임 서브노티카에 큰 매력을 느꼈어요. 웨이킹 마스가 떠오르는 게임이었는데, 물론 규모가 훨씬 더 컸죠. 인기가 많은 얼리 억세스 게임 개발 팀에 합류하게 된 것도 즐거웠습니다. 저에게 개방형 개발 프로젝트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기 때문이죠.

솔직히 말하자면, 주어진 레시피가 존재하는 크래프팅 게임플레이는 딱히 제 스타일이 아니라 처음에 몇 번 플레이하면서는 애를 먹었던 것이 사실이예요. 새 프로젝트를 위한 리서치 차원에서 플레이했던 최초의 오리지널 서브노티카 게임 경험과는 별개로, 장엄한 모험에 나서는 느낌과 그 분위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척 경이롭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서브노티카라는 게임이 주는 경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게임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가보고, 낯선 생태계와 잃어버린 문명을 탐험해보고 싶어요. 생명체를 소재로 한 판타지는 절대 질리지 않을 것 같아요. 친구들과 실제로 그런 모험을 해보고 싶어요. 함께 정처없이 떠돌아 보고 싶어요 (웃음).

빌로우 제로를 만들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빌로우 제로 제작 당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새로운 내러티브 방향성에 맞추는 작업이었어요. 처음에 우리는 주인공 ‘로빈(Robin)’과 ‘알-안(AL-AN)’, ‘마게릿(Marguerit)’이라는 캐릭터들을 활용해서 서사 중심의 서브노티카 게임을 만들기로 했어요. 개방형 개발을 위해 얼리 억세스 공개를 했을 때 우리는 피드백을 통해 팬들이 우리 게임의 방향성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결국 개발 도중에 스토리를 갈아엎기로 결정했죠. 공을 많이 들인 주요 캐릭터들과 핵심 스토리는 유지하고 싶었지만, 구조상 거의 모든 내용을 다시 만들어야 했습니다. 팬들은 주인공이 ‘충분히 고립되어 있다’고 느껴지지 않았고 그래서 게임 경험이 너무 단편적이라고 느낀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는 주인공 로빈의 이야기를 수정했습니다. 로빈이 어떠한 도움도 없이 그 행성에 떨어지게 된 개인적인, 그리고 진짜 같은 동기를 부여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생존’에 좀 더 긴박한 느낌을 주도록 했습니다. 비록 로빈이 서브노티카의 ‘라일리’처럼 전형적인 ‘조난자’는 아니었지만 말이죠. 로빈의 언니 ‘샘’이 행성 4546B으로 향하는 미션을 수행하다가 사망하게 되고, 이로 인해 로빈이 큰 위험을 감수하고 이 행성에 도착하게 되는 설정으로 결정했어요.

우리는 게임의 구조 또한 개방형으로 만들었어요. 뇌에 설계자 외계인 알-안을 다운로드 받은 이후부터는 알-안이 게임 진행에 대한 힌트를 제공해요. 그러나 유저가 원하는 방식대로 세계를 탐험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도 여전히 가능하도록 했어요.

이러한 방향성의 변화를 위해 우리 개발팀은 내러티브 디자이너와 작가를 새로 영입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애니메이션부터 프로그래밍, 레벨 디자인, 아트에 이르기까지 모든 팀원들이 함께 바뀐 부분을 지원하는 데 뛰어들었죠. 같은 맥락에서, 제가 맡았던 새로운 역할은 개인적인 도전이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을 때 개발을 리드하는 건 비교적 쉽습니다. 그러나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변화가 꼭 필요하다고 팀원들을 설득하고 그에 동의하도록 만드는 건 많은 협조와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했어요.

결과적으로는 감성적인 스토리라인를 중심으로 내러티브에 집중한 서브노티카를 만들고자 한 비전을 이뤄냈다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결국에는 팬들이 인정하는 방향을 실현한 팀원들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이예요.

서브노티카: 빌로우 제로 얼리 억세스 트레일러

독특한 게임 경험을 만들고 제공할 때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게임 속 세계뿐 아니라 우리 주변의 세계에서 영감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정말 독특한 뭔가를 만들려면 최신 게임 트렌드 그 너머를 보고, 자신만의 관점을 갖고자 하는 의지가 반드시 있어야 해요.

데이빗 칼리나(왼쪽에서 세번째)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모인 팀 동료들과 함께 ‘미니 워크샵’을 즐기고 있다.

언노운 월즈는 본사 오피스 없이 여러 국가에 퍼져 있는 원격 근무 기반 스튜디오로 잘 알려져 있어요. 이런 환경에서도 팀원 간 케미를 만들어 내고 개발자 간 팀워크를 견고하게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요?

모든 구성원들이 원격 근무로 일하는 방식이 성공적으로 작동하려면 좋은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개방적인 환경이 반드시 필요하고, 팀원들도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태도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빌로우 제로 팀은 표준시간대가 제각각인 상황에서 작업했어요. 그렇게 멀리 떨어진 상황에서도 하나의 팀으로서 기능하려면 팀원들 간 유대감이 있어야 하고 업무상 필요한 정보를 알아서 찾을 줄 아는 능동적 태도가 필요합니다. 설령 다른 팀원들이 아무도 온라인 상태가 아닐 때도 말이죠.

사실 이것을 실천하는 방법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예를 들어, 가능한 모든 미팅을 녹화하고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공유하는 방법이 있어요. 다만, 팀 규모가 커지고 프로젝트가 더 복잡해질수록 이는 더 어려워질 수는 있습니다.

팀워크를 형성하는 데 워크샵과 같은 대면 모임은 대대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는 보통 9개월 마다 한 곳에 모여 컴퓨터가 아닌 서로를 마주하고 유쾌한 시간을 보내곤 했어요.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이걸 3년 넘게 하지 못하고 있어요! 올해 여름부터 재개할 예정인데, 빨리 다른 동료들과 새로운 동료들을 만나고 싶네요.

앞으로 이런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것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호기심이 많고, 협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본인의 시야를 계속 넓히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요.

쉴 때는 주로 무엇을 하시나요?

몇 년 간 러닝을 자주 했는데 제가 생각보다 러닝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랐어요. 몸을 움직이고, 음악을 듣고, 자연을 거니는 것 모두 신체와 정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호주 친구들과 ‘테니스 트레직(The Tennis Tragic)’이라는 테니스 팟캐스트도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강제로’ 수많은 프로 경기를 직접 혹은 TV로 보고 있어요. 요리와 베이킹도 좋아하고 현대문학, SF, 판타지 읽는 것도 좋아해요. 가끔 노래방에서 파티도 합니다.

언젠가 꼭 개발에 도전해보고 싶은 게임을 떠올려 본다면 어떤 것일까요?

액션 게임보다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시뮬레이션 게임에 가까운, 전형적이지 않은 스포츠 게임을 만들어 보는 게 제 오랜 꿈이었습니다. 실제 사람들이 하는 스포츠야 말로 궁극적인 스토리텔링 장치라고 생각해요. 스포츠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이야기를 시뮬레이션 형태로 담아내고 싶어요. 예를 들어 성격, 인간관계, 라이벌, 슬픔, 논란 등 스포츠를 보게 만드는 요소들이 있겠죠. 요즘 출시되는 스포츠 게임은 대부분 유저가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지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 대신 스포츠 경기 중에 일어나는 드라마에 집중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게임 개발자로서 개인적인 목표가 무엇인가요?

똑똑하고 영감을 주는 다른 개발자들과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만한 경험을 제공하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그리고 그들과 건강하고, 협력적이고, 창의적인 환경에서 함께 일하고 싶어요. 사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데이빗 칼리나와 함께 살고 있는 열다섯살짜리 반려묘 ‘베이글’이 빌로우 제로 프로젝트 스케줄을 체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