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FTON

사운드 디자이너의 최애 뮤지션은?

* 게임 회사 사람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피플온] 시리즈에서는 크래프톤 직원들의 이모저모를 낱낱이 살핀다.

게임 속 ‘소리’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사플(사운드 플레이)로 게임의 승패가 갈리고, 고음질 BGM이 유료로 팔린다. 내가 하는 게임 효과음, 그리고 배경음악은 대체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만드는 건지 궁금한 사람들은 반드시 ★정독★할 것! 크래프톤의 게임 사운드 디자이너를 만났다.

크래프톤 사운드랩 인터뷰 #1

뮤지션님(?)들 반가워요! 우선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장예은(이하 장): 안녕하세요. 크래프톤 사운드 랩 SFX Cell의 장예은입니다. 게임 속 효과음을 만들고 있어요. 음악과 음성을 제외한 모든 사운드를 만들죠. 캐릭터의 동작이나 스킬 사운드 뿐 아니라, 버튼 클릭 사운드와 환경음까지 제작합니다.

장석진(이하 석): 사운드 랩 Recording Part의 장석진입니다. 주로 녹음 관련 일을 합니다. 게임 보이스 위주로 많이 작업하고요. 믹스 작업과 테크 점검도 겸하고 있습니다.

이수경(이하 이): Music Cell의 이수경입니다. 저는 주로 음악, 이른바 게임 배경 음악(BGM)을 작곡하고 있습니다.

세 분 소속이 다른데, 함께 작업하고 계신가요?

석: 네. 저희 셋 뿐 아니라, 사운드 랩 팀원 전체가 협업하고 있습니다.

게임 사운드는 어떻게 제작하시나요? 초기 단계가 궁금합니다.

석: 개발 초기에는 킥오프 미팅을 합니다. 게임의 특징과 개발실의 요구사항을 파악하죠. 장르마다 매력적인 요소가 분명히 갈리거든요. 그런 요소를 살리고 새롭게 포인트가 될 만한 것을 함께 고민하고 협의하죠. 그 후 본격적인 사운드 작업에 들어가요.

콘셉트가 정해지고 나면, 어떤 순서로 사운드 작업이 진행되나요?

석: 이후에는 각 팀에서 컨텐츠들을 만듭니다. 음악, 음성, 효과음 등 이후 각 컨텐츠를 엔진과 미들웨어를 통해 연결하고 밸런싱 작업 및 최적화 작업 등을 합니다.

그렇다면 게임의 비주얼이 먼저 구현된 다음 작업에 들어가나요?

석: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같은 효과음일 제작할 경우라도 효과음이 쓰이는 대상의 여러 외적인 요소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다 보니 보통 비주얼이 어느정도 구현된 후 작업에 들어갑니다.

협업이 많을 것 같네요. 많은 의견을 조율해야 할 것 같은데 어렵진 않으세요?

장: 많은 팀과 협업하고 있어요. 의견이 달라서 어렵다기보다는, 한 번에 여러 부서와 소통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죠.

크래프톤 사운드랩 인터뷰 #3
인터뷰이 3명 SFX Cell, Music Cell, Recording Part

여러 게임의 사운드 작업을 동시에 하나요? 복잡할 것 같은데…

장: 사운드 랩은 공용 조직이라서 크래프톤의 여러 게임을 동시에 작업해요. 하루에 3~4개씩 게임 개발 환경을 오가는 분들도 있죠. 각 게임의 팀원들과 소통해야 해서 복잡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런 부분이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운드 랩에서 제작한 사운드가 거절당하는 경우도 있나요?

장: 거절당하기보다는 피드백을 주고 받죠(웃음). 타 팀과 회의를 진행하며 의견을 주고받지만, 서로의 머릿속에 있는 걸 이해하기가 쉽진 않거든요.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차이를 좁혀야 하죠.

석: 퀄리티만큼은 사운드 랩 내부에서 판단할 수 있지만, 만든 사운드가 기획 의도와 잘 맞는지는 저희가 판단할 수 없어요. 의견을 조율하며 개발실에 최대한 많은 레퍼런스를 달라고 요구하죠.

크래프톤 사운드랩 인터뷰 #4
인터뷰이 1명 Recording Part
레코딩 업무를 주로 하는 장석진 님

원래 세 분 모두 음악을 전공하셨나요?

장: 저와 수경님은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어요.

석: 저는 홍대 클럽에서 음악을 공부했습니다. 밴드 활동을 했어요.

와! 밴드 이름을 여쭤봐도 되나요?

석: ‘이데아’라고… 아마 들어도 모르실 텐데(웃음).

유튜브에 검색하면 나오나요?

석: 아뇨. 안 나옵니다.

그럼 세 분은 어쩌다 게임 업계에서 일하게 되었나요?

이: 작곡을 전공한 후, 여러 분야의 음악 작업을 했어요. 연극, 영화 음악을 해보기도 했고요. 혼자 음악을 만드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만드는 게 즐겁다고 느꼈어요. 그렇게 방향을 세우고 보니 게임 회사에 오게 됐습니다. 어릴 때부터 게임을 즐겨 했거든요. 특히 판타지 음악을 좋아했죠. 가상 공간에 소리를 채워 넣는다는 개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게임 음악 작곡 환경은 다른 분야보다 자유로운 편인가요?

이: 그렇지는 않아요. 게임 장르에 따라가야 하는 부분, 개발실에서 원하는 방향이 분명 존재하죠. 하지만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다 보니, 그만큼 다양한 장르, 스타일의 음악을 작업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요.

크래프톤 사운드랩 인터뷰 #5
인터뷰이 1명 Music Cell
게임 배경 음악을 작곡하는 이수경 님

석진님과 예은님은 어떻게 게임 업계에서 일하게 되었나요?

석: 저는 오디오 엔지니어링을 전공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게임을 아주 좋아했죠. 20대 초반에는 프로게이머로 활동도 했고요. 게임 사운드에는 인터렉티브 요소가 많아서 사운드로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엄청나게 넓어요. 거기서 큰 재미를 느꼈죠. 또한 게임업계는 음향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부분도 큰 장점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먼저 권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크래프톤은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장: 저는 영화 음악을 하고 싶어서 음악을 전공했어요. 그러다 인터렉티브 뮤직을 접했죠. 게임 음악은 고정된 프레임에 따라 진행되지 않아요. 유저가 언제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할수가 없기 때문에, 모든 걸 고려해서 생동감 있는 작업을 해야 하죠. 거기에 매력을 느꼈어요.

게임 사운드 디자인을 하려면, 게임 개발 관련 지식이 필요한가요?

장: 경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독학으로 아주 심도 있게 공부하긴 어렵겠지만, 기본적으로 협업을 하기 때문에 개발 과정의 큰 틀을 알고 있다면 작업하는데 훨씬 도움이 되죠.

석: 저는 필수라고 생각해요. 툴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여러 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죠. 게임은 인터랙티브 콘텐츠잖아요? 다방면으로 고민해 볼 수 있고,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낼 수도 있어요. 개발 환경에 대한 이해도는 높으면 높을 수록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운드 디자이너분들은 악기를 잘 다루시나요?

장: 기본적으로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아요. 기악 전공하신 분도 많고요. 전공이 아니더라도 전공자 수준으로 잘 다루시더라고요. 저는 대학 때 피아노를 쳤어요.

석: 저는 밴드에서 베이스 기타를 연주했습니다.

이: 저도 피아노, 그리고 플루트 연주를 했어요.

오, 그럼 종종 합주도 하시나요?

장: 처음엔 가능할 줄 알았으나, 다들 바쁘시기 때문에…(웃음)

크래프톤 사운드랩 인터뷰 #6
인터뷰이 1명 SFX Cell
효과음을 제작하는 장예은 님

크래프톤의 사운드 디자이너는 모두 개인실에서 작업하시더라고요. 퇴근할 때까지 거기서 쭉 혼자 있나요?

석: 저희 되게 화목해요.(웃음) 바쁠 땐 주로 개인실에 있는데, 그렇다고 소통이 없진 않아요.

장: 커피 정도는 같이 마십니다.

보통 회사원은 개인실이 없잖아요. 조금 부럽네요.

석: 우스갯소리로, 저희가 회사 의장님보다 더 큰 공간을 쓴다는 소리도 들었어요. 사운드 디자인 업무 특성상 개인실이 있어야 하니 어쩔 수 없죠. 종일 문 닫고 혼자 갇혀 있으면 멍해질 때도 많습니다. 무조건 좋은 건 아녜요.(웃음)

작업할 때 같은 음악을 계속 듣다 보면, 귀가 무뎌지지 않나요?

장: 그렇죠. 귀도 피로하고, 감정적으로도 피로해져요. 소리에 감정이 담겨 있으니까요.

그럴 땐 어떻게 리프레시하시나요?

장: 그냥 빨리 퇴근하고, 다음 날 들어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바로 회복이 안 되는 날도 있거든요. 하루 이틀 정도 쉬면 다시 좋아져요.

석: 사운드를 반복해서 장시간 듣다보면 청각기관이 둔감해지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힘들어 집니다. 그래서 저는 덜한 자극을 주기 위하여 최대한 45분 사운드 업무 / 15분 서류 업무를 병행하려고 노력 합니다.

크래프톤 사운드랩 인터뷰 #7
레코딩 현장

가장 만들기 어려웠던 게임 사운드를 꼽아보자면?

장: 어려운 프로젝트를 꼽는다면 ‘배그’! 배틀그라운드는 판타지 장르가 아니라 실사를 기반으로 한 현대전인데요. 그렇다고 현실과 100% 일치하는 건 아니죠. 현실 같으면서도 어떨 땐 현실을 뛰어넘는(?) 소리가 필요해요. 그 선을 지키면서 작업하기가 좀 까다로웠어요.

이: 다양한 콘셉트의 작업 요청이 들어오니까, 늘 도전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저는 특히 메인 타이틀이나 트레일러를 제작할 때 신경을 더 많이 쓰게 되는 것 같아요.

가장 재밌었던 작업은요?

장: ‘에어’에 있는 ‘워로드’라는 클래스를 작업했는데, 제가 터프한 탱커 스타일을 좋아해서 사심 잔뜩 담아 작업했어요.(웃음)

이: 딱히 뭔가를 꼽기보다는, 여러 장르를 오가는 게 재밌어요.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하다 보니 이쪽에선 재즈 스타일로 작업하다가, 또 저기서는 오케스트라 작업을 하기도 하고, 왔다갔다 하는 게 재미있죠. ‘미스트오버’ 제작에도 참여했는데, 곧 론칭을 앞두고 있어 요즘 많이 뿌듯해요.

크래프톤 사운드랩 인터뷰 #8
성우 녹음 현장 - 김하루 성우 님
미스트오버 성우 녹음 현장 (김하루 성우님)

이건 좀 쩔었다 싶은 게임 음악이 있나요?(게임 사운드 분야의 레전드!)

석: 저는 개인적으로 ‘대항해시대’ 입니다. 중세 항해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게임이죠. 게임 속에서 여러 대륙/해역이 나오는데 음악적인 부분으로 지역색을 잘 표현하였습니다. 처음으로 게임 음악을 찾아서 따로 듣게 되었습니다.

세 분의 최애 뮤지션이 궁금해요. 수준 높은 리스너이실 것 같은데…

석: 사운드 작업을 한다고 수준이 높지는 않은 거 같습니다. (웃음) 저는 비틀즈를 좋아해요

장: 저는 전자 음악 장르를 좋아해서, 영국의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이라는 그룹의 음악을 즐겨 듣습니다.

이: 저는 작곡가 ‘존 파웰(John Powell)’을 좋아해요.

요즘 음악은 안 들으세요?

석: 아이돌 음악 좋아해요(웃음). 트와이스 좋아합니다.

트와이스 노래 중에 어떤 걸 좋아하시는지…?

석: 제목은 막상 기억이 안 나네요. 들으면 아는데.

노래보다 그룹을 좋아하시는 거 아닌가요?

석: 노래를 좋아합니다.

크래프톤 사운드랩 인터뷰 #9
인터뷰이 3명 SFX Cell, Music Cell, Recording Part

그럼 마지막으로 가을에 어울리는 음악 한 곡씩 추천해주세요!

이: 존 파웰의 ‘Romantic Flight’요.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OST랍니다. 드래곤이 하늘을 날 때 흐르는 음악이에요. 청명한 가을 하늘과 어울릴 것 같아요.

석: 비틀즈의 ‘Hey Jude’요.

장: 그룹 ‘포플레이(Fourplay)’의 ‘Magic Carpet Ride’라는 곡을 추천합니다. 가을에는 역시 재즈죠!

아티스트의 기운이 물씬 느껴졌던 게임 사운드 디자이너. 그들과의 인터뷰는 마치, 잘 만든 음악 한 곡을 듣는 것 같았다. 게임에 대한 애정, 프로 음악가의 정신으로 똘똘 뭉친 그들이 만들어 낼 멋진 게임 사운드를 기대해 본다.

에디터 클토니: 게임 좋아해요. 게임 회사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장인정신 넘치는 게임 유니온, 크래프톤 직원들을 탈탈 털어보려 합니다. 자칭 크래프톤패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