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FTON

게임을 만드는 일은 내 삶의 행복이자 안식처 같아요

언노운 월즈 공동 창립자 & CEO 찰리 클리브랜드 인터뷰

어떤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도전을 갈구한다. 그것이 짜릿함과 성취감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언노운 월즈 (Unknown Worlds)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찰리 클리브랜드 역시 그런 도전을 즐기는 사람이다. 언노운 월즈는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Gamescom) 2022’에서 기존 게임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신작 ‘문브레이커(Moonbreaker)’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매번 색다른 게임을 만들기 위해 도전하는 그를 만나 게임 제작자로서 인생, 그리고 그와 함께하는 개발팀이 문브레이커 제작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안녕하세요! 독자분들께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언노운 월즈 CEO이자 게임 디자인 디렉터인 찰리 클리브랜드(Charlie Cleveland)라고 합니다.

언노운 월즈 창립 이전에 게임 개발자로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말씀 부탁 드립니다.

할 얘기가 많아서 시간이 좀 걸리겠네요. (웃음) 학부 때 친구들과 버몬트 (Vermont)에 있는 집을 빌려 그곳에서 여름 방학을 보내곤 했습니다. 내내 방에 틀어박혀서 비디오 게임을 만들곤 했죠. 1990년대였으니까 이렇다 할 엔진도 없고 참고할 책도 전혀 없을 때죠. 간신히 게임 개발 책 하나를 찾았는데, 아트 관련 도서였어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마이클 애브라시(Michael Abrash)가 저술한 ‘그래픽 프로그래밍의 도 (Zen of Graphics Programming)’였던 것 같아요. 그땐 정말 모든 걸 우리 스스로 알아내야 했어요. 렌더링이나 픽셀과 선 표현, 폴리곤 같은 것들 전부요.

처음 몇 년 간은 게임 만드는 데 계속 실패만 반복했어요. 그래서 친구들은 대부분 놀러 나가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체스를 했는데, 저는 방에서 혼자 어떻게 해야 게임을 만들 수 있을지 계속 연구했어요. 세 번째 여름 방학 때도 결국 실패를 겪었는데, 한 친구와 저 두 사람만 두 달 더 머무르기로 했어요. 둘이서 좀 전에 망친 3D 게임을 어떻게 2D 사이드 스크롤 게임으로 만들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다듬는 작업을 했어요. 그 당시 제가 가장 좋아했던 ‘스타 컨트롤 2(Star Controll II)’를 카피해 볼 생각이었죠. 그래서 만든 게 2D 사이드 스크롤 수중 수족관 게임이에요. 수조 안에 클레이로 만든 인형이 들어있는 게임인데, 애니메이션을 만들 듯이 인형들 포즈를 다양하게 바꿔가면서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을 했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우리가 스스로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만들었다는 거예요. 정말 짜릿했어요. 그 게임을 처음 플레이한 순간은 절대 잊지 못할 거예요. 자리 잡고 앉아서 친구와 게임을 했죠. 그 때처럼 저는 이후 게임을 개발할 때면 스스로를 플레이 모드로 세팅합니다.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이겨보려고 하는 거죠. 그 순간이 지금의 저를 만든 기적과도 같은 순간이었어요. 제작 과정을 반복하고, 게임을 만들고, 게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직접 플레이해보면서 제가 얼마나 신이 났었는지 아직도 기억나요. 그 경험은 매번 정말 달랐으니까요.

게임 업계에서 첫 발을 디딘 곳은 자동차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드는 회사였는데, 솔직히 제가 전혀 좋아하지 않는 장르였어요. 그렇지만 그곳에서 게임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정말 많이 배웠고 그 경험이 저를 게임 개발자로서 다음 단계로 이끌었습니다. 그 시점에 저는 다시 저만의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생겼고, ‘하프라이프(Half-Life)’의 모드인 ‘내추럴 셀렉션(Natural Selection)’ 제작을 시작했죠.


“중요한 건, 우리가 스스로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만들었다는 거예요. 정말 짜릿했어요.”


그럼 언노운 월즈는 어떻게 창립하게 되셨나요?

지금은 언노운 월즈 아트 디렉터를 맡고 있는 코리 스트레이더 (Cory Strader)와 함께 우주 해병들이 외계인에 맞서는 게임인 내추럴 셀렉션을 만들었어요. 그 당시 코리와 저는 스테인리스 스틸 스튜디오 (Stainless Steel Studios)라는 개발사에서 초창기 3D 실시간 전략 게임들 중 하나인 ‘엠파이어 어스(Empire Earth)’를 제작하고 있었어요. 내추럴 셀렉션은 여가 시간을 활용해서 만들고 있었죠. 얼마 뒤에 저는 퇴사를 하고 내추럴 셀렉션을 최고의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 저의 거의 모든 시간을 쏟았습니다. 과장하는 게 아니라 방을 거의 나가지도 않았어요. 방에서 나간 게 거의 일주일에 한 번 정도였던 것 같아요. 게임 제작에 완전히 미쳐 있는 수준이었죠.

그 게임을 만들려고 외계인 관련 콘텐츠를 매일 보고 업데이트 현황도 포스팅 했는데, 그게 결국은 저에게 얼리 액세스에 대한 믿음과 신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어요. 2001년 즈음이었는데, 저는 코리가 작업한 텍스처 아트워크를 온라인에 공개 포스팅 하면서, ‘나는 이런 게임을 만들고 싶어. 이건 하프라이프 에디터를 사용해서 레벨을 만드는 방법이야. 내 동료가 이런 엄청난 텍스처도 만들었어. 혹시 도와줄 수 있는 사람 있어?’라는 식으로 코멘트를 남겼어요. 덕분에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게임의 레벨을 만들어 줄 동료를 찾을 수 있었죠. 그들이 만든 레벨 디자인을 반영하고, 파티클 시스템을 만들면서 작업을 계속했고, 그것들을 공개하자 사람들이 애트머스페릭 SF 파티클 이펙트를 만들어줬어요. 그건 그야말로 홍보와 채용, 게임 개발이 같이 이루어지는 선순환 구조였어요. 2002년 할로윈에 게임을 출시하면서 그 선순환 사이클을 마무리할 수 있었죠. 약 30만 명의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보고 정말 흥분됐던 기억이 나요.

하지만, 내추럴 셀렉션으로 수익을 창출하지는 못했고, 오히려 그걸 만드는 데 제 돈을 전부 썼어요. 게임을 계속 만들려면 회사를 차려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게임 만드는 데 자금을 보탤 사람들을 구하려고 기부 페이지를 만들었죠. 우리는 그걸 별자리 프로그램 (Constellation program)이라고 불렀어요. 페이팔을 이용하거나 스팀(Steam) ID를 기입하고 우편으로 20 달러를 부치는 방식으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어요. 그렇게 기부를 하면 그들이 그 게임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커뮤니티에 보여줄 수 있도록 게임 내 특별한 스테이터스를 부여했어요. 그 프로그램으로 1년 만에 약 만 8천 달러를 모았고 생계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금액이었어요.

그 이후 투자자를 찾고 게임 개발자로서의 새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는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했습니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부단히 노력해서 투자자를 찾았고, 지금은 언노운 월즈 최고기술경영자(CTO)인 맥스 맥과이어(Max McGuire)가 합류하도록 설득하고, 코리도 공식적으로 합류하도록 설득했어요. 미들웨어와 다운로드가 가능한 스도쿠 게임도 만들었는데 다 자금을 모으기 위한 과정이었죠. 덕분에 엔진을 만들고, 투자자를 구하고, 스팀에 출시하기까지 10년이 걸린 ‘내추럴 셀렉션 2(Natural Selection 2)’ 제작을 할 수 있었죠. 그리고 그 게임 덕분에 그로부터 3년 뒤에 출시된 ‘서브노티카(Subnautica)’를 제작하기에 충분한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그건 그야말로 홍보와 채용,
게임 개발이 같이 이루어지는 선순환 구조였어요.”


개임 개발업을 계속 이어 나가는 본인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게임 그 자체, 그리고 게임을 만드는 과정을 좋아하는 마음인 것 같아요. 동기부여가 많이 필요한 편은 아니에요. 게임을 만든다는 건 내 삶의 행복이자, 안식처와 같아요.

본인이 개발한 게임을 제외하고 가장 좋아하는 게임은 무엇인가요? 그 이유도 궁금해요.

‘스타크래프트(StarCraft)’요. 1인지, 2인지를 묻는다면 스타크래프트 1이 더 좋은 것 같아요. 게임 디자인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생각하거든요. 스타크래프트 1을 공부하면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정말 많이 배웠어요. 게임 내 자원 경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비대칭적인 구조의 세 종족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각종 스킬은 게임에서 어떻게 고려돼야 할 지와 같은 것들이요. 어텐션 오버로드 (Attention overload)나 스킬 커브 (Skill curves),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하게 만드는 요소들, 그들이 게임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되 무한하게 실력을 높여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내러티브와 게임 디자인을 어떻게 융합하는지 등과 같은 것들을 배웠죠.

새롭고 신선한 게임을 디자인할 때 어떤 것에서 영감을 얻나요?

특별히 영감의 원천이라고 할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쉬거나 휴가를 떠나는 걸 좋아해요. 그럴 때면 그저 신이 나곤 하죠. 새로운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가 문득 떠오르면 그걸 가지고 바로 작업을 시작합니다. 벌레에 물렸을 때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도 있어요. 그러면 그 순간 바로 그 아이디어에 집중해요. 그게 부질 없다는 생각이 들기 전까지 아주 오랫동안 거기에 몰두하곤 해요. 언젠가는 괜찮은 아이디어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요.

언노운 월즈 동료들, 특히 문브레이커 개발 팀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우리 팀에는 서브노티카 팀에서 온 동료도 있지만 최근에 언노운 월즈에 합류한 동료도 많습니다. 아주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창의성이 넘치는 팀이에요.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가들이죠. 다들 본인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어하고 서로가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우리 팀 자체가 아이디어의 근원인 것 같아요. 제가 게임 디자인을 리딩하고는 있지만 그 아이디어가 저에게서만 나온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우리 팀이 가진 아주 긍정적인 자질이죠. 다들 본인이 게임을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언노운 월즈는 팬데믹 전부터 완전 원격으로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였어요. 어떻게 원격 근무 스튜디오를 만들 생각을 하셨나요? 그동안 그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했는지도 궁금해요.

사실 원격 업무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첫 번째 내추럴 셀렉션을 만들 당시에 가지고 있던 건 제 몸뚱이 하나 뿐이었고, 돈도 없었습니다. 채용을 할 수도, 사무실을 구할 수도 없었어요. 그래서 계속 온라인으로 업데이트된 내용을 포스팅하고 도움을 요청해야 했죠. 그 사람들이 어디 사는지 까지 고려할 여유는 없었어요. 그렇게 원격으로 게임을 만드는 스튜디오가 된 거죠. 그런 스튜디오를 만들겠다고 특별히 결심하고 한 건 아니었지만 어느덧 20년째 계속 그런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언노운 월즈가 얼리 액세스를 기반으로 하는 개방형 개발 모델 (Open development)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유는 많죠. 첫 번째 이유는 퍼블리시티 (Publicity) 때문입니다. 우리가 개발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팬들이 좋아하거든요. 둘째로 이러한 방식 덕분에 훨씬 더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데, 팬들이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고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까지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게임 하나를 오랫동안 만들다 보면 놓치는 것들이 있어요. 그래서 외부의 시각이 필요한 거죠. 셋째, ‘이 얘기를 해도 될까? 그 얘기를 해도 될까?’ 이렇게 고민하거나 일정이 있어서 뭔가를 얘기하기 껄끄러운 상황을 만드는 것보다는 자유롭게 대화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그게 사람들이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방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개방형 개발 모델을 좋아합니다.

언노운 월즈에서 일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내추럴 셀렉션 2를 출시했을 때였던 것 같아요. 런칭하던 바로 그날 밤이요. 출시가 되기까지 10년이 걸렸기 때문에 중간에 그만둘 뻔한 순간도 많았습니다. 애정 없이는 어려울 만큼 힘든 작업이었거든요. 그래서 그 게임이 세상에 나왔다는 게 너무 기뻤어요. 그리고 그 날이 팀원들끼리 처음으로 다같이 모인 날이었어요. 얼마 남지 않았던 예산을 좀 써서 사무실에 모여 출시를 축하했습니다. 그리고는 게임이 거의 출시되자마자 스팀에서 1위를 했는데 정말 믿을 수가 없었어요. 그 당시에는 스팀에 게임이 많지 않아서 1위 하는 게 비교적 쉽기는 했어요. 그럼에도 인정받은 기분이었어요. 내가 그걸 어떻게 해냈는지는 상관없이 인정받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상관이 있기는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게임을 내는 게 목표였고 그래서 너무 뿌듯했어요. 그리고 팀원들과 다같이 출시를 축하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찰리 클리브랜드가 개발한 보드 게임 ‘뱀파이어: 마스커레이드 – 벤데타’ 킥스타터 트레일러

여가 시간에 보드 게임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고 들었어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보드 게임을 계속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비디오 게임과 보드 게임을 만들고 영화 대본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늘 했거든요. 제 개인적인 목표인 거죠. 비디오 게임은 예전에도 지금도 만들고 있는데, 보드 게임도 마찬가지로 만들어도 보려고 도전한 거죠. 예전에 여름에 이탈리아를 갔는데 밤에 할 게 없는 거예요. 그러다가 보드 게임을 만들 만한 아이디어가 문득 생각났고 어쩐지 만들어야 할 것만 같았어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지금 보드 게임을 만들 거니까 내일 해보자고 했죠. 바로 만들기 시작해서 90분 뒤에 그야말로 세계 최악의 보드 게임을 만들었어요! (웃음) 다음날 정말 그 게임을 했는데 저는 정말 즐거웠어요. 오래 전 만든 아쿠아리움 파이터 게임 같았어요. 30개에서 40개 정도 되는 변형된 버전도 만들어봤어요. 순수하게 제작 경험만으로 보드 게임 디자인 석사나 박사 학위는 받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웃음)

시간을 많이 버렸지만 결국 그 게임은 ‘뱀파이어 마스커레이드 벤데타 (Vampire: The Masquerade – Vendetta)’가 됐습니다. 몇 년 전에 실제로 출시도 했는데 안타깝게도 펜데믹 직전이었어요. 그리고 아주 유명하고 훌륭한 보드 게임 디자이너인 브루노 파이두티 (Bruno Faidutti)와도 협업했어요. 그에게서 보드 게임에 대한 많은 것을 배웠어요. 그게 제가 실제로 출시까지 한 유일한 보드 게임이에요. 다른 아이디어가 더 있기는 하지만 요즘은 문브레이커 일로 너무 바빠서 보드 게임 작업을 하고 있지는 않아요.

그럼 이제 언노운 월즈가 준비 중인 신작 문브레이커에 대해 얘기해 볼 게요. 먼저 독자분들께 게임 소개 부탁드려요.

문브레이커는 테이블탑 게임 경험을 모방한 턴제 전략 게임입니다. 실시간 테이블탑 미니어처 게임인데 좀더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디지털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전장에 미니어처를 배치해 전진시키거나, 그것들을 자유롭게 도색할 수 있어요. 스토리와 거대한 세계관 속에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있는 게임이죠. 각기 다른 능력을 보유한 유닛들도 게임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예요.

문브레이커는 언노운 월즈의 기존 게임들과 꽤 달라 보이는데요, 이렇게 완전히 다른 장르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1인칭 슈팅 게임이자 실시간 전략 게임인 내추럴 셀렉션 2를 만든 이후 이어서 싱글 플레이어 비폭력 생존 게임인 서브노티카를 만들었을 때도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사실 우리에게는 장르를 바꾸는 게 그렇게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다들 색다른 것을 시도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같은 걸 계속 반복하면 지루함을 느끼기도 하고요.

테이블탑 게임에 대한 찰리 님의 애정이 문브레이커를 디자인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나요?

좋은 질문이네요. 어렸을 때는 사실 미니어처로 게임을 많이 하지는 않았어요. 도색을 더 많이 했던 걸로 기억해요. ‘워해머(Warhammer)’와 ‘멕워리어: 다크 에이지(Mech Warrior: Dark Age)’는 조금 해봤습니다. 수집형 카드 게임(Collectible Card Game. CCG)을 더 좋아하기는 했는데, 미니어처 도색은 친구들과 많이 했어요. 확실한 건 저는 테이블탑 게임을 정말 좋아하고 거기에 완전 빠져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 그게 문브레이커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하기는 어렵죠.

비디오 게임 중에 ‘매직 더 개더링(Magic: The Gathering)’과 ‘하스스톤(Hearthstone)’이 문브레이커제작에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렇지만 테이블탑 게임에서 영감을 더 많이 받았으니 문브레이커는 테이블탑 게임에서 영감을 받은 비디오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취미로 미니어처를 수집하고 도색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문브레이커의 도색 기능은 굉장한 매력이 될 것 같아요. 도색 기능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 부탁드려요.

테이블탑 게임이 가진 취미라는 특성을 디지털로 옮겨오고 싶었어요. 문브레이커는 그냥 게임이 아니라 취미의 영역과 스토리텔링도 포함하고 있어요. 그 두 요소가 취미로서의 테이블탑 게임의 핵심입니다. 그래서 아마 일반 유저들이 문브레이커를 플레이하는 시간 중 절반은 미니어처를 도색하는 시간일 거예요. 나머지 반이 플레이 시간이 되겠죠. 또 플레이 타임의 10% 정도는 오디오 드라마와 세계관 이야기를 듣는 데 쓸 수도 있겠네요. 합해보니 100%가 아니라 110%군요. 어쨌든 취미의 영역을 게임에 녹이고 싶었어요. 미니어처 도색은 커뮤니티의 성향도 가지고 있으니까요.

문브레이커 세계관을 작가 브랜던 샌더슨 (Brandon Sanderson)과 함께 작업했는데 어떠셨나요?

정말 좋았어요. 브랜던은 이야기꾼이지만 게임 디자이너이기도 해요. 사고 방식이 정말 게임 디자이너 같거든요. ‘코스미어 (Cosmere)’ 세계관이나 다른 책에서 판타지 세계관을 브랜던이 어떻게 설계했는지를 보면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거예요. 그래서 문브레이커 세계관 작업 과정이 꽤 수월했습니다. 브랜던이 게임에서 필요한 부분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거든요. 어떤 문제가 생겨도 그걸 신경쓰는 대신 게임에 필요한 부분을 더 살펴보거나 새로운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본인이 문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브랜던은 무슨 기계 같아요. 잠을 자기는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혹시 미니어처나 테이블탑 게임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문브레이커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문브레이커를 하는 데 미니어처나 테이블탑 게임 경험이 꼭 필요한 건 아니에요. 물론 전략 게임 경험이 분명 도움이 되기는 하겠죠. 게임플레이 측면에서 봤을 때요. 본인의 유닛이 어떻게 배치돼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해요. 그게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예요. 그리고 어떤 유닛이 본인 진영의 다른 유닛에게 어떻게 방패막이가 되어 줄 수 있을지도 고민해봐야 합니다. 움직이는 순서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돼요.

이런 게임을 많이 해봤다면 첫 번째 이동을 하기 전에 어떻게 유닛을 움직이고 행동할 건지 미리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문브레이커를 정말 잘 한다면 한 판의 모든 내용을 먼저 계획해볼 수도 있을 거예요.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30초 주어지는데 그 안에 모든 계획을 세우고 최대한 빨리 실행해야 해요.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감이 오지 않을 때도 있어서 퍼즐을 푸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정확히 필요한 움직임을 해냈을 때는 자물쇠가 철컥 풀리는 듯한 쾌감이 있을 거예요. 굉장히 특별한 기분이 들어요. 다만, 차례가 돌아올 때마다 풀어야 하는 퍼즐이 계속 바뀐다는 건 꼭 기억하세요!


*문브레이커 공식 홈페이지: https://moonbreaker.com/

*문브레이커 스팀 상점 페이지: https://store.steampowered.com/app/845890/Moonbrea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