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FTON

지식보다는 지혜를 얻게 되는 프로그램

크래프톤 Pathfinders 팀 인터뷰

크래프톤에는 게임 PD 양성 과정인 프로듀서 패스파인더 프로그램 (Producer Pathfinders Program)이 존재합니다.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통해서 게임 PD에게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 과정인데요. 2기를 수료하고 현재 크래프톤의 PD로서 팀을 이끌고 있는 황선일 님을 직접 만나 어떻게 PD가 되었는지 자세한 스토리를 들어봤습니다. 그는 게임 PD를 ‘대항해 시대의 선장’ 이라고 표현했는데요, 게임 PD가 되려면 어떤 경험이 필요한지, 크래프톤의 PD 양성 과정은 무엇이 다른지 함께 들어보시죠.

반갑습니다. 블로그 독자분들께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2월부터 패스파인더 (Pathfinders) 팀에서 일하고 있고, 현재 Commander TF라는 전략 카드 게임을 만드는 팀도 이끌고 있는 황선일이라고 합니다.

소속 팀이 2개이시네요, 각각 어떤 일을 하시나요?  

Commander TF에서는 PD로서 제작을 총괄하고 저희의 비전을 따라서 게임을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걸 만들지, 얼마동안 만들지를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그 길을 따라서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패스파인더 (Pathfinders) 팀에서는 이런 제작 과정속에서 얻는 경험들을 서로 공유하고, 고민이나 우려가 생길때 조언을 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게임 업계에 들어오게 되셨나요?

저는 원래 전자공학과 출신이었습니다. 1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가게 되었는데, 군대에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내가 앞으로 일을 하게 되면 몇 십년을 하게 될 텐데, 어떤 일을 해야 즐겁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고, 게임을 만드는 일이 저와 가장 잘 맞는다고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대 후, 바로 컴퓨터공학과로 전과했고 게임과 관련된 교내 활동이나 대외 활동 같은 것을 손 가는 대로 다 참여했어요. 게임 제작 동아리 활동도 하고, 보드게임 제작 동아리와 보드게임 카페 룰 매니저 활동도 했습니다. 게임 제작 동아리에서는 기획 관련된 스터디들을 주도적으로 진행했고, 보드게임 제작 동아리에서는 보드 게임을 만드는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공모전과 게임 잼 (Game Jam)도 많이 참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생각이 많아졌어요. ‘게임은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배운 적이 없다 보니 제가 현재 지니고 있는 실력이 실무에서 먹힐 수 있는지 의문과 갈증이 생겼습니다. 그러던 중 게임인재원 1기 출신인 지인을 통해 게임인재원의 커리큘럼에 대해 알게 되었고, 저와 잘 맞을 것 같아 2기로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들어가서는 3개월 단위의 프로젝트 성 게임 제작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웠어요.

보드 게임 관련 이력은 흥미롭네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게임과 관련된 활동이라면 어떤 것이든 다 해보고 싶은 시기였어요. 그중 하나가 보드 게임 카페에서의 아르바이트였습니다. 취직하기 전까지 3년 반은 했어요. 보드게임의 시스템이나 룰 같은 것을 숙지하는 게 게임 제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처음에는 아르바이트였는데 나중에는 어려운 게임을 알려주고 게임 하는 걸 봐주는 룰 매니저도 되었습니다. 현재도 제가 알고 있는 보드게임 룰이 수백 개는 되는 것 같아요.   

보드게임을 잘 아는 것이 게임 개발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나요?

제 DNA에 보드 게임이 좀 녹아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점으로는 워낙 오랫동안 보드 게임을 했다 보니 게임의 룰을 만드는 것이 자연스럽고 게임이 어떻게 발전되겠구나 예상하는 것이 어렵지 않아요. 다만 유저의 입장은 그렇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좀 딱딱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뭐가 정답인지는 알 수 없어서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게임 잼이라는 게임 개발 행사도 참가를 많이 하셨다고 들었어요. 게임잼이나 공모전에서 기억나는 일화가 있을까요?

학생 시절에 게임 잼을 15번 정도 나갔습니다. 게임 잼에 대해 짧게 설명 드리면, 게임 개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참여해서 개발자들과 즉석에서 팀을 결성하고 짧게는 2박 3일에서 길게는 2주까지 철야 개발을 거쳐 프로토타입 형태의 간단한 게임을 개발해 보는 행사입니다.

처음에는 완성도 하지 못해서 완성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완성을 한 다음에는 입상이 목표였고요. 참여하다보니 나중에는 1등, 2등, 3등을 골고루 해보았어요. 입상은 한 10번 정도는 한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게임 잼에서 만든 게임 중 괜찮았던 것을 모아서 스마일게이트 스토브 (Smilegate STOVE)에 데모 게임으로 5종 정도 출품해본 경험입니다. 하나 더 꼽자면, 2등 입상한 게임이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 (Busan Indie Connect Festival)에 초청 받아서 전시되었던 적도 있네요. 다작을 한 것이 제 장점인 것 같아요.

여러 게임 사 중에 크래프톤을 선택한 이유는요?

PD를 ‘키운다’ 고 하는 회사가 크래프톤 밖에 없었어요. 게임업의 길을 걸어야 겠다고 생각할 때부터, 그리고 이전 게임 회사에서 라이브 기획자를 하면서도 늘 PD가 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습니다. 다만 현재 게임 업계에서는 기획자든 프로그래머든 아트든 최소 8년, 10년은 해야 PD의 길이 열리기 마련인데, 크래프톤에서는 전혀 다른 루트를 뚫고 있다는 게 신선했습니다.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지난 패스파인더 2기 모집에 이력서를 넣었습니다.  

PD 라는 직무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게임 제작을 총괄하고 싶어서 선택했습니다. 사실 PD라는 직무가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는지 들어오기 전에는 몰랐어요. 게임 잼에서도 기획자나 프로그래머를 맡았고요. 그러다 나중에는 총괄 역할을 많이 해봤는데 크래프톤에 입사해서 PD일을 해보니까 과거의 경험들이 프로듀싱이었구나라는걸 깨닫고 있습니다.

평소에 어떤 게임을 즐기시는 지 궁금합니다.

‘시드 마이어의 문명 (Sid Meier’s Civilization)’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래서 평소에 가장 많이 하고 있고요. ‘슬레이 더 스파이어 (Slay the Spire)’도 많이 하고 좋아합니다.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컨트롤을 많이 하는 게임보다는 조작이 간단한대신 생각을 많이 하는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지난 프로듀서 패스파인더 프로그램을 통해 PD가 되셨는데, 어떤 점을 가장 크게 배우셨나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제가 생각한 아이디어나 게임의 룰 등이 ‘성공’ 할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것을 가장 크게 배웠어요. 제가 생각한 거는 다른 사람이 이미 생각해 봤거나 시장에 나와있을 수 있더라고요. 성공 사례 분석을 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것들, 운이건 다른 요소 건 많은 것들이 맞물려야 성공한다는 것을 보면서 게임의 성공이라는 것은 쉽지 않구나라는 것을 배웠어요.

조금 낙관적이지 못한 시선으로 말씀드리게 되는 것 같은데, PD는 이런 시선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팀원들 중에서 낙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인데, 제작 총괄로서 반대로도 생각을 해야 낙관적으로만 생각할 때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챙길 수 있거든요. 그분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본인의 기획이나 디자인을 펼칠 때 기저에서 부정적이거나 비관적인 것들을 미리 대처해보는 것이 프로듀서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유저들이 뭘 원하는지, 어떤 부분이 지금 비어 있는지 찾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걸 통감하게 되었고 여러가지 실마리를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기존 프로젝트와 실무는 난이도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게임 잼, 게임 인재원에서의 프로젝트는 사람을 모을 때 고민할 게 많이 없었습니다. 재밌어 보이는 게임에 사람들이 들어오게 되는 형식이니까요.

그런데 크래프톤에 와서 사람들을 설득할 때는 다른 이야기더라구요. 나랑 같이 게임을 안 만들어도 되는 사람들한테 다가가서 함께하자고 설득하는 게 난이도가 훨씬 높았어요. 신경 써야 되는 부분도 완전히 달라지고 폭도 넓었어요. 나아가서 경영진을 설득하는 것도 해보지 못한 경험이어서 그런지 되게 어려웠어요. 그래서 제가 설득이나 제작 총괄 같은 일을 대외 활동 때부터 많이 하긴 했지만 여기 들어와서 한 설득이 가장 어렵고 가장 날 것의 것이 아니었나 이런 생각을 해요.

크래프톤의 프로듀서 패스파인더 프로그램이 차별화되거나 자랑할 만한 포인트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업계에서 전무한 PD 양성 프로그램이라는 점, 지식보다는 지혜를 얻게 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차별점인 것 같아요. 어떤 특정 지식을 배운 시간이 아니라 깨달음, 생각의 변화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하드 트레이닝을 하며 지혜를 갖추는 성장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프로듀서 패스파인더 프로그램 기존 경험자로서 어떤 역량, 스킬, 마인드 셋을 가진 사람이 지원하면 좋을 것 같나요?

일단 스킬이라고 하면은, 게임 제작의 기본기 정도는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기본기라고 하면, 적어도 유니티 (Unity) 나 언리얼 엔진 (Unreal Engine) 만져서 프로토 타입 (Prototype) 빌드 정도 만들 수 있는 정도요. 기획 적인 부분은 시스템에서 속성 나누고, 코어 루프 (Core loop)는 무엇인지, 메커닉스 (Mechanics)는 어떻게 돌아가는 지 정도 알면 좋을 것 같아요. 아트적인 건 색 차이 정도는 구별할 줄 알고, 구도는 볼 줄 알고, 어떤 시스템에 어떤 아트가 어울리겠다고 볼 수 있는 정도면 좋을 것 같아요.

마인드 셋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개발을 하다 보면 본인의 원래 가치관이 꺾이게 되는 순간이 찾아올 수 있거든요. 그 순간에도 낙담하기보다는 털고 일어나서 다시 이어 나갈 수 있는 강한 마인드 셋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패스파인더 팀 내에서의 황선일 님의 목표, 그리고 PD로서 개인적인 목표를 생각해 본다면요?

패스파인더 팀에서의 저의 목표는 더욱 유의미한 의견이나 통찰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가 되는 데 기여하는 것입니다. 저희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저희의 가장 큰 장점은 서로 다른 관점과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북극에 한 명, 남극에 한 명, 사막에 한 명 가 있다고 가정할게요. 모두에게 각자 ‘어떤 것이 가장 힘든가요’ 라고 물었을 때 거기서 살아남는 방법은 다 다르더라도 통하는 가치는 있습니다. 사막에서는 수분을 잘 섭취해야 하고 남극이나 북극에서는 추위를 잘 방어해야 하고요. 그런 ‘통하는 가치’들을 통해 어떤 위험이 닥쳤을 때 어떤 마음으로 나아가면 낫더라 라는 그런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르지만 통하는 가치와 관점을 많이 나누는 것이 목표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현재 Commander TF에서 개발중인 전략 카드 게임을 완성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성공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능성을 못 본 채로 묻혀버리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실패를 하더라도 시장에 나가서 평가를 받아보고 실패하고 싶습니다. 나아가서는 실패에 의연해지는 태도를 갖춘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야 끊임없이 시도를 하고, 그 시도 끝에 성공이 있을 것이라고 믿으니까요.

마지막으로, 게임 PD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대항해 시대의 선장에 비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 시대는 어디에 뭐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해요. 다만 사람들의 부를 얻고 싶다는 니즈는 동일하니까, 선원들을 모으고, 귀족한테 가서 후추 이만큼 가져올 테니 지원해 달라고도 하고, 선단 꾸려서 밀고가고, 그 과정에서 침몰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고. 항해사도 필요하지만 항해에 관한 지식도 선장인 제가 가져야 하고. 이런 다양한 점에서 대항해 시대의 선장이라고 생각해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