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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미연시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이하 미연시)은 1990년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게임의 역사와 함께하는 장르입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인 사랑을 소재로 하기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관심을 가질 법한 장르죠.

특히, 국내 미연시를 대표하는 ‘캠퍼스 러브 스토리’를 필두로 10년 넘게 유저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일본의 ‘러브 플러스’ 시리즈, 모바일게임의 태동과 함께 등장한 ‘수상한 메신저’ 등 수많은 미연시가 유저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유저들의 곁에서 연애 세포를 깨워주고 있는 미연시,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미연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국내 미연시 대표작, ‘캠퍼스 러브 스토리

캠퍼스 러브 스토리는 기념비적인 게임입니다. 1990년대 국내에 범람한 일본판 미연시 사이에서 혜성처럼 등장했죠. 지금은 없어진 남일소프트에서 1997년에 출시해 국내에서 성공한 몇 안 되는 사례입니다.

게임의 목적은 일반적인 미연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남일대학교 96학번 새내기인 주인공이 학교를 다니면서 최대 9명의 히로인을 만나게 되며, 각종 데이트와 이벤트를 거쳐 2000년에 1명의 히로인과 결혼을 하는 것이 최종 목표죠.

이미지 출처: 나무위키

기본적인 시스템은 맵을 돌아다니면서 동선을 짜고, 장소를 지정하는 등 일본의 유명 미연시와 유사합니다. 다만, 체력이나 근성, 화술, 감수성 등 주인공의 능력치 시스템이나 자금 확보 등의 요소가 있어 생각보다 난이도가 까다로운 편이죠. 특히, 히로인 중 몇 명은 주인공의 능력치가 미달일 경우,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게임이 끝나버릴 수 있습니다.

캠퍼스 러브 스토리는 당시 연소자 관람 불가 등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이 백업 CD를 구워 서로 돌려서 플레이했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습니다. 다만, 남일소프트가 출시한 후속작 나의 신부가 IMF와 맞물려 크게 실패하면서, 회사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죠.

기대에 비해 아쉬운, ‘센티멘탈 그래피티’

이미지 출처: camp-fire JAPAN

센티멘탈 그래피티는 출시 전과 후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린 게임입니다. 출시 전 공개됐을 때, 당시 셀화나 도트 그림 위주의 일러스트에 비해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하며 이목을 끌었죠.

하지만 해당 일러스트를 선보였던 그래픽 디자이너가 불참하면서 실제로 출시된 일러스트는 많은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센티멘탈 그래피티는 아버지의 이직으로 전학이 잦은 주인공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각 지역에서 총 12명의 소녀들을 만나게 되죠. 어느 날 정체불명의 편지를 받은 주인공은, 편지를 보낸 사람이 12명의 소녀들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녀를 만나러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독특한 점은 게임에 등장하는 지명은 모두 일본에 실존하는 장소이며, 활용된 사진 모두 실사라는 것입니다. 또한 히로인 공략의 기준이 호감도가 아닌 스토리가 중심이라 비주얼 노벨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미연시 대표 장수 타이틀, ‘러브 플러스 시리즈’

이미지 출처: konamistyle JAPAN

2009년 닌텐도DS용으로 발매된 러브플러스는 2019년 10월 31일 시리즈의 최신작이 발매될 만큼, 오랜 기간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러브플러스는 게임의 이름에서부터 차별화된 방향성이 드러납니다. 러브(Love)+플러스(Plus), 사랑이 계속해서 더해져 간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죠. 일반적인 미연시가 히로인을 공략해 고백을 받는 것이 목표라면, 러브플러스는 연인이 된 히로인과 어떤 추억을 쌓게 될지에 포커스를 두고 있습니다.

러브플러스의 또 다른 독창성은 게임 내 시간이 닌텐도 DS의 내장된 시계에 따라 흐른다는 것입니다. 특히, 계절의 변화에 따라 히로인들의 복장이 바뀌거나 데이트 장소 및 이벤트가 달라지며 현실감 있는 모습을 자랑하죠.

이 밖에도 2010년 러브플러스+ 발표 당시 일본 각지의 DS 스테이션에 접촉하면 러브플러스 캐릭터 1종을 입수할 수 있는 고장 러브플러스라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게임과 현실을 연동해 유저들이 더욱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모바일 미연시의 대표주자, ‘수상한 메신저’

이미지 출처: 구글 플레이스토어

대모바일게임 시대로 접어들면서 미연시도 자연스럽게 모바일 플랫폼에 탑재됩니다. 체리츠에서 개발한 수상한 메신저는 모바일 미연시의 대표주자 중 하나로 볼 수 있죠.

수상한 메신저는 게임의 이름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단체 메신저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모든 대화는 실시간으로 진행되죠. 문자와 전화, 채팅 모두 이용할 수 있으며 특정 시간대 채팅방이 오픈됩니다.

채팅방에 입장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펼쳐지고 유저는 선택지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고를 수 있습니다. 어떤 선택지를 고르느냐에 따라 인물마다 호감도가 쌓이기 때문에 순간순간의 선택이 게임의 향방을 가르죠.

수상한 메신저는 해외에서 더욱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텀블러에서 오버워치를 제치고 게임부분 인기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죠. 영미권에서 비주류인 미연시 장르지만, 풀텍스트 현지화가 현지의 미연시 팬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2017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올해의 인디게임상을 수상할 만큼, 인정받은 게임성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성공적인 IP 확장, 일진에게 찍혔을 때

이미지 출처: 구글 플레이스토어

일진에게 찍혔을 때는 데이세븐에서 개발한 여성향 게임으로 2016년 출시됐습니다.

탄탄한 스토리와 더불어 높은 퀄리티의 일러스트를 앞세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2019년에 웹드라마가 출시될 정도로 스토리는 검증됐으며, 한국 미연시 최초로 100만 다운로드 수를 돌파하는 등 게임성과 상업성을 모두 잡았죠. 후속작인 일진에게 반했을 때 또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확실한 팬덤을 구축하기도 했습니다.

게임의 구성 자체는 일반적인 미연시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일러스트의 퀄리티가 워낙 좋아 여성 유저들로부터 엄청난 호응을 받았습니다. 또한 주인공과 공략해야 하는 캐릭터가 가까워지는 모습을 탄탄한 스토리로 잘 풀어내면서 비주얼노벨을 읽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기도 하죠.

배우들이 직접 알려주는 일찍때 [일진에게 찍혔을 때] 원작 게임 비교!

특히, 일진에게 찍혔을 때는 2019년 동명의 웹드라마로 제작되었고 방영 첫 화부터 500만 뷰를 돌파한데 이어 마지막 에피소드 공개를 앞두고는 누적 조회 수 5,000만 건을 넘기는 등 성공적인 IP 확장 사례를 남겼습니다.

미연시의 인기는 앞으로도 꾸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연시가 다루고 있는 사랑이라는 키워드는 과거와 현재는 물론, 먼 미래에도 여전히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로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어떤 미연시가 등장해 우리의 연애 세포를 자극하게 될지 기대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김동준 게임 인사이트 기자 kimdj@gam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