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FTON

게임 만드는 여자들

* 게임 회사 사람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피플온] 시리즈에서는 크래프톤 직원들의 이모저모를 낱낱이 살핀다. 이번에는 여성 게임 제작자 두 명을 만났다.

게임 제작자는 왠지 대부분 남성일 거라 생각했던 에디터 반성해! 누구보다 게임을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그녀들이 가득한 크래프톤. 그녀들에게 회사 생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두 분 크래프톤에서 어떤 일을 하시나요?

문지현(이하 문): 안녕하세요. 테라 PC실 디자인 2팀의 문지현입니다. 게임 디자인 일을 하고 있어요. 테라 콘텐츠에 세계관을 추가해서 퀘스트를 만들거나, 파편화되어 있는 스토리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장은진(이하 장): TECH HIVE의 서비스 인프라 Cell 소속 장은진입니다. 현재 기술 PM 및 데브옵스(DevOps)를 맡고 있는데요. 서버 운영과 점검 등을 자동화해서 효율을 높이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기술 PM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개발자와 많이 다른가요?

장: PC 게임이나 콘솔 프로젝트 론칭할 때 서버를 구성해요.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업무가 다르기 때문에 중간 커뮤니케이션도 맡고 있죠. 원래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어요. 컴공의 전형적인 루트로 쭉 갔다면 아마 개발자가 됐을 거예요.

대학 3학년 때, 저는 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프로그래밍 언어로 작업하는게 적성에 안 맞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인프라 쪽으로 진로를 틀었죠.

크래프톤에서 일한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장: 저는 6년 차에요. 2013년 12월에 입사했습니다. 크래프톤이 첫 회사죠.

문: 2017년에 하계 인턴으로 입사했고, 정직원으로 전환되어 그때부터 일하고 있습니다.

게임 업계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문: 저는 대학에서 문화 콘텐츠와 미디어를 복수 전공했어요. 원래 홍보 분야에 관심이 많았는데, 특히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었어요. 한창 스토리텔링을 공부하면서 영화가 아닌 다른 매체를 찾다가 게임에 자연스럽게 흥미를 느꼈어요.

인문대생이었지만 프로그래밍에도 관심이 있어서 미디어학과에서 프로그래밍 수업을 들었어요. 그런데 너무 어려운 거에요. 그러다 게임 소학회에 들어가면 C언어를 가르쳐 준대서 덜컥 들어갔죠. 그렇게 게임 쪽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갔어요.

장: 사실 저는 게임 업계를 고집하지는 않았어요. 프로그래밍은 제 길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취업 전에 다른 회사에서 잠깐 인턴 생활을 했어요. 그러고 나서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했죠. 여러 회사의 채용 공고를 보는데, 블루홀(현 크래프톤)의 업무 내용을 보고 홀려서 지원했어요. 그렇게 정신없이 자기소개서 쓰고 면접 준비하고 보니까 어느 순간 게임 회사에 다니고 있더라고요. 운명처럼. (웃음)

그럼 두 분 입사 전에 게임을 즐겨 하셨나요?

문: 원래 게임을 좋아하긴 했는데 잘하진 못했어요. 자주 플레이하지도 않았고요. 캐주얼하게 즐기는 정도였죠. ‘드래곤 에이지’라는 게임을 즐겨 했는데, 캐릭터들과 상호작용하는 느낌이 정말 좋았어요.

장: 저는 테라도 해본 적 없었어요. (웃음) 대학 때 게임에 쭉 관심이 없었는데, 취업 준비할 때 갑자기 ‘디아블로3’에 크게 빠졌죠. 주말이면 친구들이랑 PC방에서 6시간 넘게 게임하고 그랬어요. 게임 회사는 자기소개서에 게임 관련 질문이 꼭 있는데 그때 도움이 됐어요. 정말 게임 회사에 올 운명이었나 봐요.

게임 잘 모르면 게임 회사에서 일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어떠셨나요?

장: 게임이 일주일마다 정규 업데이트를 하면 콘텐츠가 추가되거든요. 입사 초반에는 추가되는 길드나 이벤트의 독특한 네이밍이 적응이 안 됐어요. (웃음) 지금은 익숙해져서 괜찮아요.

막상 게임 회사에서 일해보니, 입사 전에 생각했던 것과 다른 건 없었나요?

장: 6년 정도 일해보니, 오히려 다른 회사 가기가 두려워졌어요. 기본적인 업무 룰을 지키면서 자유롭게 일하는 크래프톤의 문화에 완벽히 적응해버렸어요.

문: 원래 글을 쓰고 싶었는데, 크래프톤에서 글을 아주 많이 쓰고 있어요. (웃음) 요즘은 테라 연대기 문서를 정리해서 내부 위키에 올리고 있어요. 동료들이 재밌어하고 다음 편을 기다려줘서 뿌듯해요  

그리고 크래프톤은 지식 공유 문화가 정말 활발해요. 적극적으로 목소리 내는 걸 장려하죠. 내가가진 지식을 남들과 공유하고 함께 발전하는 분위기가 크래프톤에 깔려 있어요. 그 점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일하시는 팀의 분위기가 궁금해요. 팀에는 여성 동료가 있나요?

장: 저희 팀은 7명인데, 남자 5명 여자 2명이에요. 재작년까지는 저 혼자 여자였죠. 근데 저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남성이 많은 집단에 익숙해요. 실제로 일하면서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고요. 물론 여성 동료 한 분이 들어오시니까 좋긴 하더라고요.

문: 현재는 팀의 유일한 여자예요. 인턴 시절에는 사수님과 팀장님이 다 여성이었죠. 그런데 저는 이 부분을 크게 생각한 적이 없어요. 크래프톤에서는 여성과 남성을 구분해서 생각할 일이 전혀 없거든요. 우리 모두 ‘개발자’인 게 중요하죠.

게임은 남성적 콘텐츠라는 인식도 종종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장: 그런 편견이 있다고는 생각도 못 해 봤는데요. 게임은 평범한 취미 중 하나잖아요. 남녀 상관없이 즐기는 콘텐츠고요. 제가 게임 회사 다닌다고 하면 주변에서 재밌겠다고 부러워만 해요.

문: 게임을 할 때 성별은 잘 드러나지 않아요. 성별을 생각할 필요가 없는 분야죠. 제 경험상 테라에서 길드 활동을 할 때 여자 길드원들도 있었는데, 어, 여자네? 하고 크게 신경 쓰는 분위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일하면서 힘든 순간은 없었나요?

장: 힘든 건 딱히 없었어요. 신규 게임 론칭 시기에는 긴장을 하죠. 이슈가 생기면 기술 PM이 가장 처음 접해요. 이슈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 가능한 팀에게 연결해주죠. 그러다 보니, 저 연차 때는 긴장감 때문에 힘들었어요.

문: 힘든 일은 없었고, 서툰 게 많았죠. 초반에는 메일 보내는 것도 어려웠어요. (웃음) 간단한 메일인데 받는 사람이 100명이 넘어가니까 겁나더라고요. 사수에게 보내도 되냐고 허락받고 그랬어요. (웃음) 그런데 최근에 입사하신 분이, 메일 받는 사람이 80명이 넘는데 괜찮냐고 저한테 똑같이 물어보시더라고요. (웃음)

이 일 하기 정말 잘했다 싶은 순간도 분명 있을 것 같은데.

장: 제가 회사를 오래 다니는 이유 중 하나가 팀원들 때문이에요. 구성원들이 각각 다른 매력이 있어요. 일을 즐겁게 한다는 공통점도 있고요. 즐겁게 일하다 보니까 일을 일로 생각 안 하게 돼요. 재밌게 트렌드 따라가고, 기술을 습득하죠. 그런 걸 잘 공유해주시는 분도 계시고요. 그들과 함께하다 보니까 벌써 6년이 지났네요.

문: 저도 은진 님과 비슷한 경험을 해서 은진님처럼 6년 넘게 이 회사에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들 각자의 분야에서 치열하게, 즐겁게 일하거든요. 저도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 같아요.

요즘은 테크/아트 직군분들과 함께 수학 스터디를 하고 있어요. 게임은 기술적인 부분과 감성적인 부분이 맞닿아 있거든요. 게임 디자이너로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무지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살짝 끼어서 참여하고 있습니다. 많이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죠.

앞으로 게임 제작자로서 목표가 있다면?

장: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일할 때 스트레스받는 이유는 처음 하는 일이라 겁이 나기 때문이에요. 생각을 바꿔서 이 일을 하고 난 후 성장한 내 모습을 먼저 상상해요. 일의 장점을 찾아서 하고 싶은 일로 바꿔버리죠.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즐기면서 일하고 싶어요.

문: 게임 만드는 걸 업으로 삼고 있으니 좋은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 과정에서 물론 힘든 일도 많을 테지만, 저도 은진 님처럼 즐기면서 일하고 싶네요.

일에 대한 애정을 넘어 일을 대하는 자세까지 배울 수 있었던 이번 인터뷰. 게임 콘텐츠, 관련 업무에 성별을 논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다양한 사람들의 수많은 노력을 [피플온]에서 밀착 취재할 예정이다.

에디터 클토니: 게임 좋아해요. 게임 회사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장인정신 넘치는 게임 유니온, 크래프톤 직원들을 탈탈 털어보려 합니다. 자칭 크래프톤패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