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티(GOTY)는 ‘Game of the Year’의 약자로 한 해를 대표하는 게임을 칭하는 말입니다. 고티는 특정 기관이 시상하는 상은 아닙니다. 해외 웹진이나 시상식 등을 비롯한 수 백 개의 매체에서 매년 올해의 게임을 선정하는데, 얼마나 많은 숫자의 고티를 수상하느냐가 평가의 기준이 되죠.
역대 최대 고티 수상작은 2015년 257개의 고티를 수상한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로, 아직 그 기록이 깨지지 않았습니다. 지난해에는 산타 모니카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갓 오브 워(God of War)’가 198개의 고티를 수상하며 2018년 최고의 게임으로도 자리매김했죠. 국산 게임 중 역대 최대 고티 수상작은 2017년 출시된 펍지주식회사의 배틀그라운드입니다. 10개의 고티를 수상하면서, 국산 게임의 저력을 발휘한 바 있죠.
그렇다면 2019년이 한 달 정도 남은 현시점에서 올해 최다 고티를 수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게임은 무엇이 있을까요?
역대급 리메이크! ‘바이오하자드 RE:2’
바이오하자드 RE:2는 1998년 출시된 바이오하자드2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원작의 강점인 호러 어드벤처의 특성을 디테일한 묘사로 재창조하며 극찬을 받았습니다.
바이오하자드 RE:2를 스토리를 간단하게 소개하면, 신참 경관 S.케네디와 특수부대원 오빠를 찾아 나선 대학생 클레어 레드필드 중 한 명을 선택해 생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맵 곳곳을 탐색해 탄약과 회복 아이템을 모으고, 습격해오는 적을 물리쳐 단서를 찾아 퍼즐을 풀게되죠.
바이오하자드 RE:2는 일반적인 액션 어드벤처 장르와 상당히 다릅니다. 4~6편의 액션 TPS처럼 화려한 전투로 적을 물리치는 방식이 아닌, 1~3편처럼과 유사한 호러 어드벤처를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한된 시야각과 시점, 협소한 장소, 물자의 제약 등 전체적인 구성은 원작을 살리고, 동시에 장점을 추가하며 리메이크의 정석이라는 평가를 받았죠.
실제로 바이오하자드 RE:2는 출시 한 달 만에 출하량 400만 장을 돌파했으며, 엑스박스 원 버전을 기준으로 메타 크리틱 스코어 93점을 기록하는 등 게임성은 물론, 상업적인 성과까지 기록했습니다.
소울라이크의 혁신,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
프롬 소프트웨어의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는 소울라이크 시리즈의 혁신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입니다.
소울라이크란 명확한 뜻을 지니고 있는 장르는 아닙니다. 프롬소프트의 다크소울 시리즈와 유사한 장르를 일컫는 말인데요, 몇몇 유저들은 단순히 난도가 높다고 해서 소울라이크라고 착각하기도 합니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보면 소울라이크라는 단어는 전투 시 전투 자원의 분배가 필요한 게임을 일컫습니다. 다크소울 시리즈의 화톳불처럼 특정 세이브 포인트에 진입하면, 적이 재생되거나 회복 아이템이 충전되는 방식이 대표적이죠.
세키로에서 필요한 전투 자원은 체간입니다. 체간은 게임 내에서 게이지로 표시되는데, 유저와 몬스터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됩니다. 공격을 가하거나 패링(정확한 타이밍에 상대의 공격을 방어)에 성공했을 때 체간이 차오르고, 체간 게이지가 가득차면 상대를 일격에 죽일 수 있는 인살이 가능합니다.
즉, 세키로는 기존 소울라이크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잠입이나 인살, 파고들기 등 신규 요소를 도입하면서도, 특유의 하드한 난이도와 성취감은 그대로 유지해 유저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전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기존 소울라이크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잠입이나 인살, 파고들기 등 신규 요소를 도입하면서도, 특유의 하드한 난이도와 성취감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유저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전달하는데 성공했죠.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는 출시한 지 열흘이 채 되기 전에 전 세계에서 200만 장이 팔려나갔으며, 2019년 6월 기준 380만 장의 판매량을 돌파하는 등 최다 고티의 강력한 후보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코지마 히데오의 ‘데스 스트랜딩’
데스 스트랜딩은 코나미에서 퇴사한 유명 개발자 코지마 히데오가 독자적인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개발한 첫 번째 작품입니다.
게임이 출시되기 전 공개된 트레일러에서 주인공이 택배를 배달하는 내용만 공개돼, 유저들 사이에서 소위 쿠팡맨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출시 이후 인류가 멸종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부서진 세계를 다시 연결하기 위해 여정을 떠난 샘 프리지스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NPC와의 공감대 형성 요소 등은 유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특히, 택배를 배달하기 위한 배송루트 설계, 짐 무게 조절, 이동 시 중심잡기, 각종 외부적인 요소로부터의 방해 등은 데스 스트랜딩이 단순히 택배를 배달하는 게임이 아닌, 유저가 직접 조작하고 고민이 필요한 요소를 제공하면서 게임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죠.
다만, 작품 자체가 지니고 있는 실험 정신과 독창성에 대해 우수한 평가를 내리는 사람과 게임으로서 재미가 다소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대립되고 있어, 취향에 따라 극명하게 평가가 갈리는 게임입니다.
코지마 히데오가 의도한 스토리와 플레이 경험에 대해서는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게임인 만큼, 고티 수상 경쟁에서 경쟁력을 지닐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개념 액션의 도입, ‘애스트럴 체인’
애스트럴 체인은 플래티넘 게임즈가 개발한 닌텐도 스위치용 액션게임입니다. 단발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닌텐도에서 새로운 신규 IP(지식재산권)를 제작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플래티넘 게임즈와 함께 근미래 SF풍의 도심 광경을 뛰어난 최적화로 디테일하게 구현해냈습니다.
게임은 2043년 지구에 운석이 충돌하고 발생한 웜홀로 인해 오염된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오염된 미래인 만큼, 키메라같은 괴생물체가 등장하기도 하죠. 유저는 이러한 괴물들을 물리치는 특수부대 멤버로 활동하게 됩니다.
애스트럴 체인의 가장 큰 특징은 듀얼 액션입니다. 주인공과 레기온(일종의 소환수 개념)이 같은 적을 동시에 공격하거나, 레기온에게 공격을 맡기고 주인공은 지원을 하는 등 다양한 액션 스타일을 연계한 전투가 강점이죠.
플래티넘 게임즈의 이 같은 새로운 시도는 해외 웹진들로부터 ‘애스트럴 체인은 플래티넘 역사상 최고의 작품을 논할 수 있는 색다른 유형의 액션 게임이다(유로게이머)’, ‘베요네타 시리즈 후, 애스트럴 체인은 플래티넘이 만든 최고의 게임이다.(EDGE 매거진)’ 등의 극찬을 받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게임들 외에도 ‘’토탈 워: 삼국이나 데빌 메이 크라이5’, ‘슈퍼 마리오 메이커2’ 등 쟁쟁한 작품들이 올해 최다 고티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올해의 게임을 뽑는 축제에 국산 게임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최근 몇 년을 통틀어 봐도 배틀그라운드를 제외하면 국산 게임이 고티를 수상했다는 소식은 전무하죠.
고티가 단순히 해외 게임사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국내 게임사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축제가 되려면, 보다 다양한 플랫폼을 대상으로 진출하기 위한 국내 게임사들의 도전 정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동준 게임 인사이트 기자 kimdj@gam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