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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게임 업계에는 무슨 일이?

신축년 어서 오고! 2021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면 코로나19에 대한 기억만 가득한데요. 하얀 쥐는 가고, 하얀 소가 왔지만 코로나19는 여전합니다. 모든 이슈가 코로나19로 뒤덮였고 삶이 멈춰섰지만, 국방부 시계가 돌아가듯 2020년의 시간은 흘러갔고 그사이 게임 업계에도 굵직한 일들이 제법 쌓였습니다. 2020년 게임 업계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코로나19와 ‘동숲’ 그리고 ‘어몽어스’

게임은 종종 별세계처럼 여겨지지만, 우리네 삶과 사회를 투영한 콘텐츠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게임 업계의 가장 큰 키워드도 코로나19입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레 사람들의 시선도 게임에 쏠렸습니다. 코로나19가 게임 업계의 호재냐 악재냐고 물었을 때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재택근무 여파로 인한 개발 지연 등 여러 문제점이 나타났지만, 집에서 게임을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일부 게임은 신드롬 현상을 일으키기도 했는데요. 그 중심에 ‘동물의 숲’이 있었습니다.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 (이미지 출처. 닌텐도)

지난해 3월 출시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출시 11일 만에 1177만 장이 팔리는 등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닌텐도 스위치’의 판매량도 견인했죠. 닌텐도 스위치는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지연, ‘동숲’ 대란이 겹쳐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습니다. 출시 4년 차를 맞은 게임기에 추첨제 판매가 적용될 정도였습니다. 정가 36만 원인 스위치는 40~50만 원대로 치솟고 ‘동숲’ 디자인을 입힌 ‘동물의 숲 에디션’은 한정판이 아닌데도 60만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됐습니다.

‘모동숲’은 비대면 시대에 너와 나의 연결 고리가 됐습니다. 무인도를 배경으로 자신만의 마을을 가꾸는 샌드박스 장르 게임인 ‘모동숲’은 랜선을 타고 다른 사람의 섬을 구경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 요소를 통해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역할을 했죠. 또 이 같은 게임의 특징이 게임 스트리밍 문화를 통해 확장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동숲’ 명곡 ‘나비보벳따우’를 외치게 했습니다.

인싸들을 불러모은 마피아 게임 ‘어몽어스’ (이미지 출처. 어몽어스 공식 일러스트)

상반기에 ‘동숲’이 있었다면 하반기엔 ‘어몽어스’가 있었습니다. ‘어몽어스(Among Us)’라는 게임 이름처럼 우리들 내부의 적을 찾는 일종의 마피아 게임입니다. 2018년 3명의 개발자가 만든 인디게임 ‘어몽어스’는 ‘보는 게임’에 최적화된 심리 역할극, 코로나19 상황, 게임은 잘 몰라도 마피아 게임에는 익숙한 ‘인싸’들이 한데 엉켜 출시 2년 만에 인기 역주행에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구글 검색어 게임 부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화제를 낳았습니다.

WHO의 게임 태세 전환

코로나19 상황 속에 게임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여기에 주목했습니다. WHO는 떨어져서 함께 게임을 즐기자는 내용의 ‘플레이어파트투게더(#PlayApartTogether)’ 캠페인을 진행하며 게임을 권장했습니다. 게임을 통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자는 의도죠. 액티비전 블리자드, 라이엇 게임즈 같은 대형 게임 개발사를 비롯해 트위치, 유튜브 등이 여기에 동참했습니다.

바비 코틱 액티비전 블리자드 CEO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연결되는 게 중요하다, 게임은 기쁨, 목적, 의미를 전달해 사람들을 연결하는 완벽한 플랫폼이다”라며 WHO의 캠페인을 환영했습니다.  같은 상황은 게임 업계에 고무적인 일이지만, 시계를 조금만 더 돌려보면 ‘웃픈’ 일이기도 합니다. 2019년 WHO는 게임이용장애 분류 결정으로 게임 업계와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죠. 당시 WHO는 게임 중독을 새로운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의결했습니다. 코로나19라는 전무후무한 상황에 WHO가 빠르게 태세 전환을 한 모습입니다.

모바일 ‘포트나이트’ 삭제

지난해 하반기를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는 플랫폼 갑질 논란입니다. 모바일 앱 생태계에서 구글과 애플 양대 플랫폼이 거둬들이는 30%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국내외에서 불거졌습니다. 이를 상징하는 사건 중 하나가 모바일 ‘포트나이트’ 삭제입니다.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포트나이트가 사라진 일인데요. 개발사인 에픽게임즈가 구글과 애플의 30% 수수료 정책을 우회하는 자체 ‘인앱(In-App)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에픽게임즈는 애플을 독점 기업으로 규정하는 ‘프리포트나이트’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 에픽게임즈)

에픽게임즈는 지난해 8월 iOS와 안드로이드 ‘포트나이트’에 자체 결제 수단인 ‘에픽 다이렉트 페이’를 추가하고, 이를 이용할 경우 게임 내 재화와 유료 상품을 최대 2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포트나이트 메가 드롭’을 발표했습니다. 30% 수수료를 떼이지 않는 만큼 가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거죠.
이 같은 발표 직후 애플이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며 앱스토어에서 ‘포트나이트’를 삭제했고, 에픽게임즈는 이에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애플이 iOS 앱 배포 시장과 iOS 인앱 결제 처리 시장에서 독점과 반경쟁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러한 와중에 구글도 구글플레이에서 ‘포트나이트’를 제거했습니다. 이를 둘러싸고 많은 갑론을박이 오갔지만, 수수료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애플은 중소 개발사를 대상으로 수수료를 30%에서 15%로 낮추는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에픽게임즈와 애플의 소송은 아직 현재 진행형입니다.

기대작 ‘사이버펑크 2077’의 배신

기대작 ‘사이버펑크 2077’이 2020년의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안 좋은 쪽으로요. ‘사이버펑크 2077’은 지난해 12월 출시된 오픈 월드 액션 RPG 게임입니다. 오픈 월드 게임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위쳐3: 와일드 헌트’를 개발한 CDPR의 신작으로 8년간 1억1200만 달러가 들어간 대작 게임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게이머들이 출시 전부터 ‘사이버펑크 2077’을 올해의 게임, ‘고티(GOTY)’로 꼽으며 기다려왔습니다. 하지만 패를 까보니 ‘사쿠라’였습니다. 게임 진행이 힘들 정도로 버그가 심각한 상태였던 겁니다.

사람들의 기대를 배신한 ‘사이버펑크 2077’ (이미지 출처. CDPR)

게임이 튕기는 문제뿐만 아니라 암전, 물리 엔진 오류, NPC 인공지능(AI) 문제가 수많은 ‘짤’로 생성됐습니다. 하늘을 나는 사람, 건물을 뚫는 차량, 운전할 줄 모르는 NPC, 총격전 중에도 여유로운 사람들 등 그야말로 사이버펑크 같은 버그들이 게임에 대한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특히, 사양이 낮은 PC나 콘솔 게임기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 버그가 발생했죠.

CDPR에 따르면 ‘사이버펑크 2077’은 출시 후 현재까지 약 1300만 장이 판매됐습니다. 기대감에 따른 높은 판매고를 기록한 셈인데요. 하지만 결국 ‘사이버펑크 2077’ 버그 논란은 대규모 환불 및 소송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소니는 PS4판 ‘사이버펑크 2077’을 PS 스토어에서 잠정 판매 중단하는 조치까지 내렸습니다.
 
2020년, 게임이 어느 때보다 삶과 밀착한 한 해였습니다. 코로나19로 삶이 분절됐지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게임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차세대 콘솔인 ‘PS5’와 ‘XSX’가 출시되기도 했죠. 2021년 한 해도 무사히 게임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마스크와 코로나19와는 이제 그만 헤어질 때도 된 것 같네요.

이기범 블로터 기자 spirittiger@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