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FTON

재미를 전하는 또 하나의 언어, 게임 사운드를 만드는 사람들

크래프톤 Audio 실 인터뷰

화려한 시각적 표현부터 감동을 주는 스토리텔링, 정교하게 구성된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게임은 다양한 방식으로 플레이어들에게 재미를 전합니다. 그래서 종합 예술이라고 불리기도 하죠. 게임 사운드는 청각을 통해 즐거움을 선사하는 게임의 또 다른 중요한 축입니다. 게임 속 배경 음악과 효과음을 만드는 일은 물론 오디오와 관련된 다양한 영역에서 재미있는 게임 경험을 만들고 있는 크래프톤 Audio 실의 이혜진, 박태호, 유지훈 님의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께 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 드려요.

박태호: 안녕하세요, 저는 박태호라고 합니다. 크래프톤에서 일한지는 만 4년이 조금 더 됐는데, 현재는 Audio Production 팀의 Dev 파트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렸을 적 두 가지를 특히 좋아했어요. 한 가지는 노래하는 거였고 다른 하나는 게임하는 거예요.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두 가지를 동시에 가까이하면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지훈: Technical Audio 팀의 Live 파트에서 일하고 있는 유지훈입니다. 주로 배틀그라운드 IP와 관련된 개발, 사운드 디자인 업무를 하고 있어요. 어렸을 때 부터 악기 여러 가지를 배웠어요. 바이올린은 특히 오래 했고요. 덕분에 어릴때 부터 음악을 자연스럽게 즐기게 됐고, 학창 시절에는 힙합을 좋아해서 힙합 프로듀서를 하려고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당시엔 힙합이 지금처럼 메이저한 문화가 아니여서 진로를 선택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최대한 도움이 될 것 같은 실용 음악 쪽을 선택해 녹음 파트, 레코딩 엔지니어 분야를 전공했어요. 그런데 대학 시절에 우연히 수강하게 된 수업 중 게임 사운드와 관련된 수업이 있었는데, 막상 해보니 저와 잘 맞아서 너무 재밌더라고요. 게임은 원래 좋아했기 때문에 전공이랑 섞이다 보니 너무 재밌었고 지금까지 이렇게 이어져서 현재 크래프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혜진: Audio 실에서 실장을 맡고 있는 이혜진입니다. 게임 업계에서 일한 지는 거의 20년 가까이 되고, 그 중에 크래프트에서 일한 지 한 10년 정도 됐어요. 굉장히 오래 오래됐죠 (웃음). 7살 때 클래식 피아노를 배우면서 음악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됐어요. 피아니스트를 꿈꾸며 공부를 했는데, 스스로 한계를 느낀 순간이 있었어요. 연주자로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걸 좀 빨리 깨달은 셈이죠.

그런데 막상 다른 공부를 하려고 보니, 음악을 너무 오래 해서 완전 다른 길로 가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음악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오디오 엔지니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독일에 가서 관련 공부를 하고 거기서 일도 좀 했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서라운드 믹싱 하는 프로덕션에서 일을 했어요. 주로 영화 분야 일이 많았어요. 그때 현업을 경험하다가 보니 작곡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재미있어 보이더라고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심포닉 쪽에 초점을 맞춘 작곡이 흥미로웠어요. 그런데 그게 20년쯤 전이니까, 우리나라 영화 음악 분야에서 심포닉의 비중이 크지 않았어요. 지금이야 우리나라도 스케일이 더 커지긴 했지만, 그땐 영화 분야에서 심포닉을 해볼 기회가 잘 없었어요.

그래서 심포닉 작곡을 해 볼 수 있는 분야를 찾다가 생각하게 된 것이 게임 업계였어요. 중세 판타지 같은 배경을 지닌 게임에는 심포닉 음악이 많이 쓰이니까요. 그래서 게임 업계에서 작곡가로 일하기 시작했고, 10년 정도가 지난 후 크래프톤에 합류하게 됐죠.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는 크래프톤이 좀 더 다양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 체질 개선을 하려고 막 시작하던 시점이었어요. 그게 제가 크래프톤을 선택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어요.

게임 회사의 오디오 조직이라고 하면 그냥 게임 배경 음악이나 효과음 만드는 정도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는 무척 다양한 일을 하신다고 들었어요. Audio 실이 하시는 일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소개 부탁 드려요.

이혜진: 사실 기본적으로 말씀하신 것이 맞아요. 우리 크래프톤이 직접 만드는 거의 대부분의 게임 사운드를 우리 Audio 실에서 담당하고 있어요.

박태호: 배경 음악과 효과음 제작도 하고 성우들과 함께 녹음 작업도 하는데요, 거기서 한 발자국 더 들어가서 제작된 배경 음악이나 효과를 예쁘게 ‘보정’하는 작업도 하고요, 또 녹음된 것을 변조하는 작업도 하고 있어요. 그리고 게임 개발에 직접 관여하는 부분도 있어요. 게임 엔진을 통해서 사운드들을 구현하는 작업도 사운드 자체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거든요.

유지훈: 태호 님이 말씀하신 대로, 사운드 디자인 업무보다 게임내에 사운드 시스템을 구현하는 개발 자체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때도 많아요. 좀 더 이해하시기 쉽도록 영화와 비교해서 설명해 보자면, 영화에서는 어느 순간에 어떤 소리가 나오는 게 정해져 있고 어떤 장면이 나오는 게 정해져 있어요. 그런데 게임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플레이어마다 달라요. 플레이하는 방식에 따라 어떤 방향에서, 어느 정도로, 소리가 재생될 지 모르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게임 속의 물리적 설정에 맞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무척 중요해요.

예를 들어 게임 속에서 캐릭터가 걸어가는 발소리를 구현한다고 하면 대상의 속도나 바닥 표면의 재질은 무엇인지, 몇 층에 있는지, 건물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 벽을 사이에 두고 있는지 등 여러 변수에 따라 소리의 차이가 생기는데 이런 걸 구현하는 거예요. 발소리뿐만 아니라 차량의 경우에도 속도에 따라, 그리고 그 차량의 엔진이나 기어 상태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나야 하는데 이런 부분들이 유기적으로 자연스럽게 변조되게 하는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지금 인터뷰 자리에는 안 계시지만, Audio Program Part엔 위와 같은 소리의 변조를 위해 엔진이나 게임 내에 시스템을 구현하는 업무를 더 깊게 연구 및 개발하는 분들도 계세요.

이혜진: 크래프톤 인하우스에 저희 같은 오디오 전담 조직이 있기에 제작한 오디오 콘텐츠, 애셋을 게임 개발 엔진에 직접 적용해 돌아가게 하는 일을 하고 있고, 실제로 이것이 저희가 하는 일의 중요한 부분이예요. 또한 글로벌 원빌드를 장기간 라이브 서비스한 경험과 자체적으로 개발에 필요한 플러그인을 제작할 수 있는 역량도 보유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저희 실의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디오 관련 분야를 전공하신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게임 개발에 직접 관여하기 위해서는 해당 영역에 대한 지식이나 스킬, 툴 활용 방법 같은 것도 계속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Audio 실은 구성원들의 이런 역량 강화를 위해 어떤 것들을 하고 있나요?

이혜진: 사실 오디오만 놓고 봤을 때도 그 안에 세부적으로 굉장히 다양한 분야가 있어요. 우리 Audio 실에만 해도 작곡하시는 분들이 있고, 사운드 디자인하시는 분들이 있고, 믹싱이나 엔지니어링을 하는 분들도 있고요. 여기에 저희는 말씀드린 대로 개발에 직접 관여하는 부분도 있는 거죠. 하나하나가 모두 굉장히 전문적인 분야라 계속해서 교육을 하고 있어요.

박태호: 실제로 내부적으로 교육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어요. 저희 구성원들은 굉장히 세분화된 오디오의 각 영역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겪은 분들이예요. 같은 Audio 실에 있지만 경험이 다른 분들인거죠. 같은 사물을 그림으로 그릴 때도 사람이 다르면 다른 그림체가 나오듯이 오디오도 똑같아요. 각자의 창의성이나 독창성을 최대한 존중하되, 어느 정도 일관된 퀄리티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그런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구성원들의 역량이 상향 평준화되는 효과가 있어요.

유지훈: 교육 외에도 다양한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다 보면 매번 색다른 케이스를 만나게 돼요. 굉장히 좋은 경험, 그러나 일반적으로 흔하게 마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나만 알기는 아깝잖아요. 이런 것에 대해서 실 내부에서 동료들과 공유하는 자리도 정기적으로 갖고 있어요. 프리젠테이션도 하고요.

저희가 어떤 프로젝트에서 특정 오디오 구현을 위해서 제법 오래 연구를 했던 적이 있었어요. 당시에 이것을 실제 개발에 적용시키지는 못했지만, 내부적으로 더 연구를 진행해서 다른 프로젝트에서 활용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요. 이런 과정에서 작업자마다 기술 응용력이 생기고, 오디오 미들웨어의 활용성이 높아졌어요.

이혜진: 우리는 늘 새로운 것을 도전하고 싶어 하지만 사실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뭔가를 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워요. 개발할 때도 마찬가지죠. 시간에 쫓기기도 하고, 그래서 타협하게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우리는 공용 조직이기 때문에 이전의 경험에서 깨달은, 새롭게 도전해볼 만한 것들을 다른 프로젝트에서 또 활용할 수 있어요. 그렇게 각 구성원의 전문성이 강화되고, 분업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우리 같은 조직에서 일하는 또 다른 장점이죠.

이렇게 오디오 분야에 전문 지식이 있으면서 동시에 게임 개발에 대한 이해도 있어서 동시에 할 수 있는 역량이 사실 업계 내에서 흔하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런 역량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은 크래프톤 Audio 실에서 일하는 큰 메리트가 될 것 같아요.

유지훈: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저도 입사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이 있고 다채로운 일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계속 할 수 있어서 만족감이 커요.

박태호: 사운드를 만들었다고 해도 막상 엔진에 대한 지식이 없거나 프로그래머와 협업하지 않으면 사운드를 게임 안에 제대로 구현하기가 힘들어요. 밖에서 혼자 하기는 많이 어려운 부분이죠.

유지훈: 실제로 적용해볼 수 있는 게임이 있어야 직접 해볼 텐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고, 있다고 해도 그걸 잘 적용할 수 있냐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니까요. 이런 건 학교에서도 배우기 쉽지 않아요.

이혜진: 맞아요. 왜냐하면 현업과 같은 작업 환경이 구축돼 있지 않으면 시도해보기 어렵거든요.

음악 전문가 분들이시니 음악적인 취향도 궁금한데요, 일할 때 말고 자유 시간에는 주로 어떤 음악을 들으시나요?

박태호: 저는 요즘 힙합 많이 들어요. 굉장히 공격적인 힙합이요 (웃음). 청소년기에는 발라드 위주로 많이 들었고, 20대 때는 EDM을 많이 들었어요. 취향은 계속 변하는 것 같아요.

유지훈: 저도 요즘은 힙합을 많이 듣고 있어요. 요즘 주류 장르 중에 하나라서 그런지 많이 나오기도 하고요. 공부하던 시절에는 다른 장르 음악도 많이 들었는데, 마지막에 플레이 리스트에 남는 것들은 힙합이더라고요.

이혜진: 오디오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사실 계속 공부하는 마음으로 다양하게 들어야 하는 건 맞는데 그래도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건 탱고 음악이예요. 아르헨티나 쪽의, 사람들의 어두운, 혹은 애절한 마음을 표현한 음악을 많이 들어요. 피아졸라라는 아티스트를 제일 좋아하고요. 감성을 쥐어 짜는 듯한 선율이 정말 좋아요.

직접 작업하신 것 말고 지금까지 들어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 음악은 무엇인가요?

유지훈: ‘리그오브레전드’는 신규 챔피언이 나올 때마다 새로운 로그인 테마도 같이 나오는데 재미있는 시도나 캐릭터에 어울리는 컨셉트를 잘 잡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캐릭터의 스토리를 음악에 담으려는 노력도 보여서 좋았고요.

박태호: 저는 리그오브레전드에서 아티스트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만든 음악들이 좋았어요.

이혜진: 저는 제레미 소울이라는 작곡가가 만든 ‘엘더스크롤’ 음악들이 좋아요. 이 사람이 엘더스크롤 시리즈 음악을 쭉 했는데, 멜로디가 없는 음악들을 많이 작곡하거든요. 잘 만들기 어려운 거라고 생각해서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번에는 조직 문화에 관한 질문을 드려 보겠습니다. Audio 실의 업무 공간도 보면 각자 따로 방에 들어가서 일하고 계시고 환경도 다른 것 같은데, 구성원 간에 정보를 공유 한다거나 의사를 결정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혹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사용하는 도구가 있다면 소개 부탁 드려요.

이혜진: 저희는 팀 별로 ‘트렐로’라는 툴을 사용해서 업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요. ‘지라’를 기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팀 별로 좀 더 정돈된 형태로 업무를 파악하기 위해 트렐로를 함께 쓰고 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업무를 하는 공간이 각자 분리되어 있기도 하고, 또 최근 한동안은 재택 근무, 원격 근무를 많이 하다 보니 이런 것들을 더 많이 활용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사실 저희는 코로나 이전에도 서초나 역삼, 혹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나 미국 매디슨에 있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스튜디오의 개발자들과 많이 협업해왔어요. 그래서 이런 도구를 활용하는 것에는 이미 익숙하다고 할 수 있겠고요. 덕분인지 코로나로 인해 재택 근무를 처음 시도했을 당시에도 저희 실은 업무 측면에서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국내에 있는 개발자들 말고도 해외에 계신 분들 크래프톤 글로벌 스튜디오 동료들과도 협업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경험을 하고 계신지 소개 부탁 드려요.

박태호: 저희가 원격 기술을 활용해 외국인 성우분들과 일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그 중에는 아주 잘 알려진 게임 개발에 참여하셨던 유명 성우분들도 있어요. 최근에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게임에서 목소리 연기를 하셨던 분과 협업할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설레더라고요 (웃음). 이처럼 국내 성우뿐만 아니라, 해외 성우와도 함께 협업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워요.

유지훈: 암스테르담이나 매디슨에 있는 개발자들과 협업하면 문화의 차이에 따른 다른 유저 피드백을 접하는 경우가 많아서 새로워요.

박태호: 과거에 ‘리버브 피처 (Reverb Feature)’라는 것을 개발한 적이 있어요. 공간에서 사운드가 울리는 것을 구현하는 거예요. 개발이 어느 정도 완료가 됐을 때 동양권과 서양권의 테스터들로부터 상반되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동양권에서는 상대방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기능을 줄이거나 없애 달라는 피드백이 있었던 반면, 서양권에서는 본인의 플레이의 경험이 풍부 해져서 좋다는 피드백이 있었어요.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어떤 경험에 더 집중하는가에 따라 기능에 대한 피드백도 다르게 나오는 경험을 했죠.

이혜진: 저희 구성원 분들 중에는 체코에 있는 사격장에 실제로 가서 총기 관련 사운드를 직접 체험해보고 오신 분도 있어요. 반대로 암스테르담에서 오디오 프로그래머가 저희 쪽으로 파견 와서 함께 협업했던 적도 있고요. 당시 굉장히 밀도 높은 협업을 경험했던 기억이 있어요.

유지훈: 맞아요. 소리라는 것이 그냥 말로 설명해서 전달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그냥 ‘직접 와서 한번 들어보면’ 한 방에 해결되는 경우가 있죠. 서로 협업할 때 쉽게, 그리고 더 명확하게 납득할 수 있어요.

크래프톤의 Audio 실에 잘 융화되어 일하려면 어떤 스킬셋/마인드셋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박태호: 저는 일단 진취적인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게임 산업이 정말 빠르게 변화하거든요. 그것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스스로 공부해서 쌓아야 하는 역량도 많이 필요해요. 저희 조직 내에서 정보도 많이 공유하고 공부 함께 하고 있지만, 현업을 하다 보면 프로젝트마다 다른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혼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더 업무를 수월하고 진행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지훈: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한 발 늦었네요 (웃음).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중요해요. 아까 말했지만 소리를 말로 전달하는 게 정말 어려워요. 소리를 ‘좀 더 가볍게 해주세요’나 ‘좀 더 따뜻하게 해주세요’하는 식으로 표현하는 본인의 머릿속에서만 알고 있는 소리를 전달받을 때도 많아서, 이런 부분을 다른 분야의 개발자들과 조리있게 말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이혜진: 일단 게임을 좋아하셔야 될 것 같아요. 게임을 많이 플레이해본 경험이 있는 분이 필요하거든요. 그리고, 저희는 누가 시켜서 일하는 걸 지향하지 않아요. 게임 산업이 그렇듯이 오디오 분야도 트렌드도 기술도 계속해서 빠르게 바뀌고, 발전하고 있어요. 그렇기에 스스로 노력을 많이 해야 해요. 저희 실은 내부적으로 교육 시스템도 갖추고 있고, 그 동안 축적된 노하우도 아카이빙이 잘 돼 있지만, 그 이상으로 본인이 늘 배울 것을 찾아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결과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Audio 실이 지향하고 있는 목표, 그리고 오디오 분야에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세 분 각자의 목표를 생각해 본다면?

박태호: 콘솔 플랫폼의 트리플A급 게임을 멋지게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이혜진: Audio 실은 작은 조직으로 시작해서 이제는 제법 규모 있는 조직이 됐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목표는 항상 같아요. 게임 업계 오디오 부문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제시해서 다른 많은 게임 회사들이 우리의 방식을 따라오는, 그런 조직이 되는 것을 지향하고 있어요.

박태호: 역시 사운드는 크래프톤! 이런 느낌이죠 (웃음).

이혜진: 맞아요 (웃음). 그래서 우리 크래프톤만의 아이덴티티를 갖고 팬들에게도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한번 들어보면 누구나 ‘역시 크래프톤에서 만든 오디오야, 그럴 줄 알았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유지훈: 저도 비슷한 이야기인데요, 갈수록 높아지는 유저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면서도 누가 들어도 우리가 만들었다는 것이 느껴지는, 아이덴티티가 느껴지는 오디오를 만들고 싶어요. 그런 것이 가능하다면 정말 엄청난 성공이 아닐까 해요.

박태호: 평소에는 늘 대박 터지고(?) 싶다고 그러시더니..

유지훈: 물론 그렇죠 (웃음). 배틀그라운드 이후에 또 대박 나는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싶어요.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나에게 게임 사운드란 이런 것이다 라는 것을 한 마디로 표현해 보신다면?

박태호: 저에게 게임 사운드란 ‘소금’과 같아요.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풍미를 더하는 역할을 하니까요.

유지훈: 저는 ‘에너지’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게임 속에서 정적인 순간에는 정적인 에너지를, 반대로 다이내믹한 장면에서는 익사이팅한 에너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혜진: 저에게 게임 사운드는 이제 그냥 삶이 된 것 같아요. 사운드의 의미가 고정되어 있거나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맥락과 환경 안에서 구성된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미 사운드가 가득한 공간에 살고 있고, 현실과 게임 속 두 공간 모두를 살고 있는 저는 이것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게 된 것 같아요.


Jr. Sound Designer (2년 이하)

Sr. Sound Designer (7년 이상)

Senior Recording & Mix Engineer (7년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