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스토 프로토콜 디자인 디렉터 벤 워커 인터뷰
어린 시절 바이오하자드 1편의 스릴 가득한 플레이 경험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벤 워커 (Ben Walker)는 지난 20년이 넘는 시간을 비디오 게임 제작업에 투신해 왔습니다. 크래프톤의 독립 스튜디오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 (Striking Distance Studios)의 신작 서바이벌 호러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 (The Callisto Protocol) 디자인 디렉터로서 그는 이 게임에 등장하는 여러 몬스터들이 움직이는 메커니즘과 박진감 넘치는 전투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크래프톤 블로그가 그를 직접 만나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배경이 되는 블랙 아이언 교도소에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 들어 봤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크래프톤 블로그 독자 여러분들께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반갑습니다, 벤 워커라고 합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디자인 디렉터를 맡고 있습니다. 시스템 디자인과 레벨 디자인 두 가지 업무를 모두 맡고 있어요.
저는 게임 디자인과 게임 플레이의 모든 방면에 걸쳐 제반 사항을 챙기고 있습니다. 시스템 부문, 그리고 레벨 부문 동료들과 함께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처음 칼리스토 프로토콜 개발에 착수하면서 저는 전투 시스템, 그리고 다양한 적 캐릭터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레벨을 디자인하고 여러 시스템과 레벨을 결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럼 칼리스토 프로토콜에 나오는 무시무시한 몬스터를 직접 다 만드신 건가요?
동료 애니메이터, 엔지니어 분들과 함께 몬스터 메커니즘을 만들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겠네요. 몬스터들의 다양한 행동 방식, 공격 스타일, 체력, 플레이어의 공격으로부터 대미지를 입는 방식, 무기류, 중력을 활용한 ‘그립 (GRP Gun)’의 메커니즘, 근접 전투 시스템 같은 것들의 모든 부분을 제작했어요. 여러분들이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플레이하시면서 컨트롤러 스틱에 뭔가 느낌이 온다면 그건 바로 제가 저희 팀 동료들과 함께 만든 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몬스터와 캐릭터의 외형적인 부분은 크리처 및 캐릭터 팀에서 만들어 주신 거고요.
벤 님의 커리어에 대해서도 잠깐 여쭤보겠습니다. 게임 개발자로 처음 일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1998년에 크리스탈 다이나믹스 (Crystal Dynamics)라는 게임 회사에 테스터 포지션으로 취업했어요. 지금은 QA로 더 많이 알려진 그런 직무였죠. 당시 그곳 사람들은 전부 점심시간에 퀘이크 (Quake)나 카운터 스트라이크 (Counter Strike) 같은 슈터 게임을 즐겨 했어요. 그리고 저는 퇴근후에 만든 자작 맵으로 동료 개발자들과 플레이하는 걸 좋아했어요. 이런 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어떤 분들이 저에게 처음 게임 디자이너로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안했어요. 그들이 바로 지금 제가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글렌 스코필드 (Glen Schofield) 님과 스티브 파푸트시스 (Steve Papoutsis) 님이었어요.
그럼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에는 언제 합류하셨나요?
어느 날 스티브 님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글렌 님과 함께 새로운 게임 개발 스튜디오를 만들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여기서 새롭게 시작할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고요. 망설임 없이 면접을 봤어요. 스티브 님과 글렌 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예요.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만드는 이 프로젝트의 일원이 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제 칼리스토 프로토콜 개발 관련 질문을 드려 보겠습니다. 앞선 크래프톤 블로그 콘텐츠를 통해 글렌 스코필드 님은 칼리스토 프로토콜 개발의 근간이 되는 개념으로 ‘호러 엔지니어링’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요,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호러 게임을 제작에 관한 정말 훌륭한 방법론이라고 생각해요. 말씀드린 대로 저는 과거에 스티브 님, 글렌 님과 함께 일 했는데요, 당시에도 이와 비슷한 발상과 논의를 했어요. 하지만 이번에 우리가 이야기하는 호러 엔지니어링이라는 개념은 과거에 우리가 했던 것보다 한층 더 정교한 버전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전투 시스템 개발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을 예로 들어 볼 게요. 호러 게임에 근접 전투를 접목한 것이 핵심 전투 메커니즘 가운데 하나인데요, 이를 통해 플레이어들은 적에게 정말 가까이 접근해야만 하고, 매번 공격을 할 때 마다 그 잔혹함을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게 되죠.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가 적에게 가까이 접근해야 한다는 건 그만큼 전투에 확실한 위험성과 보상이 뒤따른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이런 접근 방식을 근간으로 우리는 슈팅, 근접 전투, ‘그립’ 시스템 등 모든 전투 메커니즘을 설계했어요. 개발 과정에서 게임 안에 새로운 무언가를 넣을 때마다 우리는 그것이 호러라는 측면에서 어떻게 플러스가 되는지, 어떻게 플레이어들을 생존 확률이 희박한 그런 불편한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을지를 고민했어요.
우리는 일련의 전투가, 그리고 이 게임 전체가 주인공인 제이콥 리 (Jacob Lee)가 생존을 위한 처절하게 고군분투하는 모습으로 그려 지기를 바랐어요. 이것이 바로 우리가 게임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중심을 잡아준 핵심이자 근간이었어요. 그리고 그러한 우리 노력들이 게임에 잘 녹아 들었다고 생각하고요.
디자인 디렉터로서 칼리스토 프로토콜 개발 과정에서 특별히 더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전투 부문에서는 앞서 제가 말씀드렸던, ‘생존을 위한 처절한 고군분투’의 느낌을 살리는 것이었어요. 적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더 무섭게, 더 위험하게, 그래서 살아남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보이도록 하는 거죠.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기준이었어요.
레벨 디자인의 측면에서는 무드와 텐션, 그리고 속도감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액션의 리듬, 혹은 리듬감이라고 할까요? 플레이어들이 ‘뭔가 벌어질 것 같아’라고 느끼지만 사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런 상황을 만들고자 했어요. 이렇게 하는 것이 실제로 플레이어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보다 그들을 더 긴장하게 만들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딱 들어 맞는 적절한 전투의 리듬을 찾는 것, 그리고 언제 배경의 잡음이 들리도록 할지 같은 부분들이 정말 중요하게 작용했어요. 사람들이 가장 큰 긴장감을 느끼며 컨트롤러를 꽉 부여잡게 되는 순간은 너무 오랫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그래서 조만간 뭔가 일이 터질 것 같다고 느낄 때예요. 문제는 그들은 그게 언제 일지 알 수 없다는 거죠. 이것이야 말로 흔히 말하는 공포감이죠.
공포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어요. 우선, 잔혹성이나 피 같은 것이 있어요. 호러 그 자체죠. 그리고 둘째로 공포감이 있는데요, 뭔가 일어날 것만 같은데 그게 언제 일지 알 수 없는 그런 느낌이예요.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들죠. 제가 레벨을 디자인하고 적절한 속도감을 설정하는 방법은 ‘딱 들어 맞는’ 그 순간을 포착하는 거였어요. 이를 통해 플레이어들이 충분한 공포감을 느낄 수 있게요. 이런 건 또 너무 많이 하면 안 돼요. 그럼 플레이어들이 지쳐버릴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적절한 양과 적절한 밸런스를 잡는 것이 중요해요.
“적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더 무섭게, 더 위험하게,
그래서 살아남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보이도록 하는 거죠.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기준이었어요.”
말씀하신 ‘딱 들어 맞는’ 타이밍과 속도감이라는 건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감(感)’ 인가요?
물론이죠. 이건 정말 감의 영역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매 경우가 다 달라요. 호러에 있어서 표준이나 공식 같은 건 없어요. 게임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유기적으로 풀려 나가도록 해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너무 뻔해져요. 호러에 관해서는 스스로의 직감을 믿어야 해요. 왜냐하면 여기에는 분위기, 텐션, 잔혹성 등 정말 다양한 요소들이 작용하기 때문이예요. 본인이 내리는 결정에 스스로 믿음을 가져야 해요.
그렇게 ‘딱 들어 맞는 타이밍’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논의와 의견 대립의 과정을 거쳐야 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정말 회의를 많이 했어요. 애니메이션, 엔지니어링 부문의 동료들과 긴밀하게 협업하며 다양한 이슈에 대응에 매달렸죠. 하지만, 그 과정 조차도 언제나 즐거웠어요. 사실 이런 프로토타이핑 단계야 말로 게임 개발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예요. 계획한 바를 실행에 옮길 때면 최초에 설정한 최상위 단계의 목표라는 것이 있을 거예요. 그리고 실제로 작업에 착수하고 나면 되는 것은 무엇이고 그렇지 못한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되죠. 이후에 다른 조직의 동료들과 협업이 시작되는데 이 단계에서 그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색다른 문제 해결 방법을 제시해 주곤 해요. 정말 개인적으로 즐겁게 여기는 일의 순간이예요.
다른 호러 게임들과 비교해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특별히 더 뛰어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칼리스토 프로토콜에서 근접 전투와 원거리 전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부분이 그렇다고 생각해요. 근접 전투 절반, 원거리 전투 절반 정도로 비율을 맞추는 것이 개발 초기 목표 가운데 하나였어요. 이렇게 하려고 했던 이유는 생존이라는 측면과 관련이 깊은데요, 우리는 플레이어들이 항상 탄약 부족을 느끼도록 하려고 했어요.
또, 근접 전투를 하면 가까이 다가가서 일대일로 맞붙어야 해요. 스스로를 위험에 내모는 거죠. 많은 플레이어들이 전투를 할 때 자연스럽게 우선 멀리서 원거리 공격부터 시작해서 적이 가까이 다가오면 그제서야 근접 전투로 넘어가곤 해요. 누구라도 그럴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이 순서를 반대로 뒤집고자 했어요. 전투에 있어서 우리만의 공식을 찾아가는 데 정말 중요한 부분이었어요.
과거에 플레이 해 보신 호러 게임 가운데 오늘날까지 이 장르에 빠져 들게 만들어 준, 특별한 인상을 준 작품이 있었나요?
두말할 것 없이 바이오하자드 (Resident Evil)예요. 제일 처음에 나온 1편이요. 다른 분들도 많이들 이렇게 이야기하실 것 같은데, 그 게임에서 개가 창문에 들이받던 그 장면이야 말로 제가 꼽는 최고의 순간이예요. 저도 너무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정도였으니까요. 그 이후로 지금까지 제가 게임을 하면서 그 정도로 격한 리액션을 한 적은 없었어요. 그 게임을 플레이하자 마자 그것이 얼마나 특별한 경험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죠. 처음 등장하는 좀비가 숨어있던 모퉁이 하나까지 그 게임의 배경이 된 저택의 모든 구조가 아직도 생생하게 다 기억이 나요.
다른 작품을 하나 더 꼽자면 바이오하자드 4 (Resident Evil 4)예요. 저는 이 게임이 호러 게임이라는 장르의 전반을 재정의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사일런트 힐도 텐션, 분위기, 무드 등 모든 것을 훌륭하게 잘 살린 게임이예요. 하지만 바이오하자드 4가 나오면서 호러 장르의 모든 부분이 한 단계 발전했다고 생각해요.
이제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출시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지난 수년간의 개발 과정을 돌아볼 때 벤 님과 팀 동료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와,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개발 과정에서 정말 많은 중요한 순간들이 있었어요. 그 중에서 생각해 보자면 우리 전투 시스템에 딱 들어 맞는 리듬과 플로우를 찾아 정의하던 순간, 근접 전투와 원거리 전투의 적절한 밸런스를 찾은 그 순간, 그리고 전투가 더 좁은 공간 안에서 일어나도록 구현에 성공하던 그 순간들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모든 순간들이 저에게는 정말 크게 다가왔어요.
한 가지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주변의 동료들이 개발의 과정에서 크고 작은 성공을 거두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저에게 언제나 큰 행복이예요. 그것이 소규모의 태스크 포스 팀이건, 일반적인 규모의 팀이건 사람들을 모아 조직을 만들고, 이들이 함께 하는 과정에서 함께 웃으며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아요.
“우리 전투 시스템에 딱 들어 맞는 리듬과 플로우를 찾아 정의하던 순간,
근접 전투와 원거리 전투의 적절한 밸런스를 찾은 그 순간,
그리고 전투가 더 좁은 공간 안에서 일어나도록 구현에 성공하던 그 순간들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모든 순간들이 저에게는 정말 크게 다가왔어요.”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주인공 제이콥이 사용하는 무기로 알려진 ‘그립’과 스턴 곤봉 (Stun Baton) 가운데 벤 님은 개인적으로 어느 것을 더 선호하시나요?
사실 그 두 가지는 같이 써야 되는 거예요 (웃음). 그게 바로 우리가 만든 전투에서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물론 근접 전투에서 큰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두 가지를 다 써야 한답니다. 그러니 제 대답은 ‘둘 다’로 하겠습니다 (웃음).
플레이어 여러분들이 좀 더 잘 생존할 수 있도록 팁을 한 가지 주신다면?
‘촉수를 쏘세요’ (웃음). 사실 이건 칼리스토 프로토콜 게임 내에 실제로 등장하는 문구이자 주요한 생존 전략 가운데 하나예요. 게임 내에 등장하는 몬스터를 가리키는 ‘바이오파지 (Biophage)’에게 일정 수준의 대미지를 입히면 가슴 부분에서 촉수가 돋아나요. 그걸 쏘면 적을 빠르게 제압할 수 있어요. 하지만 촉수를 제때 제거하지 않으면 몬스터들은 변이를 일으키고 더 강한 존재가 돼요. 이런 것이 반복되면 게임의 난이도도 올라가게 되죠. 그래서 제가 ‘촉수를 쏘라’고 말씀드린 거예요.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플레이하시면서 유의해야 할 사항들 중 단연 첫째라고 하겠습니다.
여기서 제가 드릴 팁이 한 가지 있는데요, 사실 플레이어 여러분들이 겨냥해야 할 부분은 몬스터들의 가슴 부분이예요. 무슨 뜻인가 하면, 각각의 촉수를 하나하나 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예요. 엄밀히 말해, 촉수 끝이 아니라 가슴 한 가운데를 쏴라 정도가 되겠네요 (웃음).
마지막으로 게임을 기다리고 있는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팬 여러분들이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마음껏 즐겨 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게임이 팬 여러분들을 무섭게 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플레이하면서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거나, 얼굴을 잔뜩 찌푸리게 되는 일이 종종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 여러분들 스스로도 그런 경험을 하기를 기대하고, 또 실제로 플레이 과정에서 그런 경험을 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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