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FTON

갈수록 진화하는 지능적 몬스터를 만들어내다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 최고 기술 책임자 마크 제임스 인터뷰

베테랑 개발자 마크 제임스 (Mark James)는 34년 경력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일은 언제나 색다른 도전의 경험을 선사한다고 말합니다. 크래프톤 산하의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에서 최고 기술 책임자 (Chief Technical Officer. CTO)를 맡고 있는 그는, 이전까지 불가능했던 많은 것들을 가능케 한 차세대 콘솔 플랫폼 개발 과정의 즐거움을 강조했습니다. 크래프톤 블로그가 직접 그와 만나, 신작 서바이벌 호러 칼리스토 프로토콜 (The Callisto Protocol) 속에서 플레이어들이 느낄 공포를 끊임없이 컨트롤하는 게임 시스템과 인공지능을 개발한 뒷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 이 인터뷰는 12월 2일 칼리스토 프로토콜 글로벌 런칭을 앞두고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 다섯 리더들을 만나 진행한 연재 시리즈의 하나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마크 제임스 (Mark James)라고 합니다. 이 곳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 (Striking Distance Studios)의 최고 기술 책임자 (Chief Technical Officer. CTO)를 맡고 있는데요, 우리 스튜디오 곳곳에서 기술적인 니즈가 있을 때면 언제나 제가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마크 님은 게임 개발 업계에서 봐도 잔뼈가 굵은 베테랑 개발자인데요, 처음 게임을 만드는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때가 기억나시나요?

네 기억나요. 제가 10대 때였을 거예요. 방과 후 수학 선생님께 프로그래밍을 배웠어요. 그 분이 프로그램에 좀 진심이었거든요. 제가 열 여섯 살이 되던 해에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을 하려고 학교를 그만 뒀어요. 당시에 저는 흔한 80년대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돈 많은, 폼 나는 스포츠카 몰고 다니는 사람들을 동경하던 소년이었거든요. 네 저도 그런 때가 있었죠. (웃음) 그러니 사실 저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하는 공식적인 자격증 같은 건 없었어요. 그냥 그 이후로 34년간 열심히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왔죠. 어떤 분들에겐 평생과도 같은 긴 시간이예요. 사실 제가 과거에 만들었던 게임들을 어릴 적에 즐겨 플레이했다고 저에게 말씀해 주는 분들이 종종 계시기도 해요. (웃음)

글렌 스코필드 (Glen Schofield) 님이 이 프로젝트에 대해 처음 이야기하고 스튜디오에 합류하는 걸 권유했을 때 어떠셨나요?

사실 제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한 이유가 바로 글렌 님이예요. 그 분의 작품들을 참 좋아했거든요. 그 분이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의 창의적인 모습도 좋아하고요. 그래서 글렌 님과 함께 일하며 그의 일하는 방식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제가 알고 있는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지식이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를 알아가는 과정이 좋은 도전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CTO의 시각에서 보셨을 때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호러 엔지니어링 (Horror Engineering)’이라는 개념은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저는 호러 엔지니어링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봤어요. 항상 그것이 시스템 엔지니어링의 일종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마치 게임 속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과 같이요. 이 시스템은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하면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계속해서 지켜보고, 또 깜짝 놀라게 되는 경험을 선사하는 역할을 해요.

이런 시스템의 한 가지 좋은 예가 바로 우리가 만든 ‘환기구’ 시스템이예요. 플레이어들이 환기구에 들어가면 적들이 계속해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게임 내내 따라다닐 거예요. 이런 여러가지 시스템들이 모여 게임 내에서 공포와 긴장감을 만드는 역할을 해요. 물론 구체적으로 설정된 스크립트 기반 이벤트도 두려운 경험을 전할 수 있기는 하겠지만, 제가 말하는 건 그런 것이 아니예요. 저희는 우리 게임을 구성하는 이런 시스템들을 호러 엔지니어링에 기반해 만들고자 했어요. 그러니 저에게 호러 엔지니어링이란 플레이 상 공포의 경험을 조절하는 여러 시스템들의 집합과 같은 개념이었죠.

‘공포의 경험을 조절한다’고 하시니 뭔가 엄청나 보이는데요?

네 맞아요. 저는 공포의 심리학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어요. 사실 제 취미 중 하나라 공포라는 것에 대해, 우리의 마음 속에서 공포라는 것이 어떻게 작용하는 지에 대해, 그리고 어떤 사람들을 두렵게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아무 느낌도 주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거예요.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공포심을 자극하기 위해 정말 여러가지 장치들을 만들었는데, 정말 즐거웠어요.

저는 항상 두려움이란 풍선에 헬륨가스를 채워 넣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곤 했어요. 공포를 창출하는 과정이 마치 풍선에 가스를 주입해 점점 커지게 만들고, 끝내는 펑 하고 터지게 만드는 거죠. 이때 펑 하고 터지는 그 순간이 바로 두려움의 정점이죠. 하지만 서서히 헬륨가스가 풍선에 채워지는 것처럼 서서히 긴장감이 고조되는 과정, 즉 공포를 만들어가는 과정 또한 두려움이라는 감정의 한 부분이예요. 만약 긴장감이 고조되는 과정이 없다면 두려움의 순간도 큰 의미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 개발팀은 두려움이 정점에 이르기까지의 ‘오르막길’을 만드는 장치로서 인공지능, 사운드 디자인 및 기타 여러가지 시스템을 고안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어요. 특히 우리가 만든 인공지능은 적들이 플레이어 주변을 끊임없이 서성이게 하면서 미지에서 오는 공포를 창출하고, 두려움이 절정에 이르기 까지의 과정을 만들어 나가요.

앞선 인터뷰에서 마크 님은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개발하는 과정의 또 다른 개념 가운데 하나로 ‘제너레이티브 디자인 (generative design)’이라는 것을 언급하셨는데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 자세하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은 우리 개발팀이 특히 게임의 배경을 만들 때 많이 활용한 개념이예요. 저희는 만약 우리 게임 속 세계가 3D 프린터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칼리스토라는 공간에서 3D 프린팅을 위한 재료를 구하기가 굉장히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리 게임 속의 무언가를 디자인할 때면 항상 최소한의 재료만 사용하더라도 최대한의 장력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했어요.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플레이하시다 보면 서로 다른 배경과 배경 사이에 아주 적은 양의 자재만 사용하고도 유기적으로 배경들을 연결하는 부분들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죽은 위성이라고 불리는 곳에 있으니 자원이 얼마나 적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의 거대한 구조물들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리 개발자들은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이라는 개념에 기반한 건축에 착안했고, 여기에 우리가 만든 인공지능을 접목해 배경의 표면들 사이에 작용하는 장력 메커니즘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개발 초기부터 컨셉트 아티스트 분들과 함께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에 기반해 게임 속에 등장하는 구조물들을 디자인했죠.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이란 우리가 게임 속 배경 세계를 만드는 기본 원칙과 같은 것이었기에 여러분들이 게임을 플레이하시면서 잘 보시면 배경 곳곳에 그 흔적을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인공지능 말씀을 하셔서 생각이 났는데, 마크 님은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인공지능은 플레이어들을 죽이는 것 자체보다 그들을 두렵게 만드는 데 목적을 두고 설계됐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이게 무슨 뜻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그 동안 우리 개발팀이 만들고자 했던 여러가지 피처들에 대해 여러 번 언급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지능적인 몬스터들이예요. 게임에 등장하는 적들이 상대하기 어려운 존재로 느껴지기를 바랐거든요. 적들이 플레이어들을 진심으로 공격하려고 한다고, 그것도 가능한 최선의 방법으로 공격하려고 한다는 느낌을 주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인공지능과 크리처 행동 메커니즘 부분에 많은 공을 들였어요. 플레이하면서 쉽게 알아보실 만한 것들 중 하나가, 만약 여러분들이 적 앞에서 스턴 곤봉을 계속해서 휘두르다 보면 적은 이내 그걸 막아낼 거라는 점이예요. 이처럼 지능적인 행동 방식을 선보임으로써 플레이어들이 공격 방식을 다양하게 가져갈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자 했죠.

저는 우리가 만든 몬스터들이 게임 속에서 갈수록 진화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것이 구현됐다는 점은 사실 우리 게임에 딱 맞다고 할 수 있는데요, 왜냐하면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교도소 전역에서 점차 진화하는 미지의 바이러스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이예요.

이것과 관련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재미있는 일화가 있어요. 앞서 제가 우리 게임에 등장하는 환기구 시스템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하루는 사내 테스트 중에 제가 어떤 방에 들어가서 적 하나와 마주쳤어요. 그런데 녀석이 저를 바로 공격하는 대신 환기구로 쑥 들어가더니, 제 뒤를 치려고 하더라고요. 그때 테스트를 지켜보던 우리 동료들이 모두 그걸 버그라고 했던 걸 기억해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말했죠. “아니야 이건 저 녀석이 나를 공격하기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 저렇게 한 거야”라고요. 인공지능이 이런 식으로 움직이면 플레이어들을 놀라게 해 드릴 수 있을 텐데요, 그럴 수 있다면 그 인공지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거라고 저는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이 게임 내에서 환기구란 그저 환기를 위한 시설 그 이상의 의미와 쓰임을 지닌 공감으로 설계된 것이군요?

그렇죠.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게임에서 환기구는 적들이 플레이어들에게 더 가까이 접근하기 위해 쓰이기도 해요. 기본적으로 우리 적들은 녀석들이 하는 공격이 얼마나 성공적일지를 그들과 플레이어 사이의 거리를 기반으로 가늠해요. 그러니 녀석들이 플레이어에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공격이 제대로 먹힐 가능성도 높아지는 거죠. 우리 인공지능은 그 과정에서 적들이 환기구를 이용해 몰래 플레이어에게 다가가 갑자기 눈 앞에 등장할 지, 아니면 그냥 보자마자 마구 달려들 지를 계산해서 판단해요.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이, 최고 기술 책임자로서 마크 님이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만들 때 반드시 구현하고자 했던 목표나 비전은 무엇이었나요?

이 게임의 개발을 시작했을 때 큰 목표 중 하나는 차세대 콘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거였어요. 이건 정말 가슴이 웅장해지는 도전이었는데요, 왜냐하면 전에는 불가능했던 기술적인 제반 사항들이 갖춰져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예요. 예를 들면 훌륭한 3D 오디오 엔진, 고속 SSD, 고성능 그래픽 처리 장치 같은 것들이 레이 트레이싱 (ray tracing)과 같은, 구세대 콘솔에서는 불가능한 멋진 것들을 가능케 했죠.

개발 초기부터 우리가 구현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사진처럼 리얼한 캐릭터, 영화에 나올 것 같이 고퀄리티의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실제로 우리 개발자들은 영화 같은 고퀄리티 캐릭터를 맨날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제 생각에 우리 개발팀이 그걸 실제로 해낸 것 같아요. 게임을 해 보시면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주인공 역을 맡아 열연해준 배우 조시 더하멜 (Josh Duhamel)과 카렌 후쿠하라 (Karen Fukuhara) 님과 똑같이 생긴 캐릭터들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정말 보는 사람들 마다 이거 사진 아니냐, 진짜 배우들 데려다 찍은 거냐 물어보더라고요. 이런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우리가 캐릭터에 일대일로 대응하는 실사 렌더링을 했기 때문이예요. 이처럼 우리는 개발 초기부터 캐릭터 구현에 집중했고, 게임 속에서 빛에 올바른 방식으로 반응하는 렌더링을 구현하고자 노력했어요.

또 한가지 더 있어요. 호러 게임을 만들 때 주의해야 할 점이 게임이 너무 크고 거창해지면 두려움의 경험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거예요. 호러란 긴장을 주는 좁은 공간에서 펼쳐져요. 그래서 우리 개발팀은 공간에 다양한 변주를 주고자 했어요. 프로젝트의 초기부터 우리는 매 공간과 매 순간이 다른 느낌을 주기를 원했어요.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하면서 똑 같은 장소에 다시 오는 느낌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고요. 이를 위해 고속 SSD 장치의 힘을 빌어 게임 속 세계에서 플레이어들이 상호작용하는 것들에 더욱 다양하고도 디테일한 디자인을 구현하고자 했어요.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오픈월드 온라인 RPG가 아니라 스토리 중심의 액션 게임인데 그런 것이 어떻게 가능했나요?

우리 개발팀은 칼리스토 프로토콜 속 세계가 여러 겹 재료들을 층층이 쌓아 만든 것이라고 접근했어요. 즉, 우리 인공지능이 배경을 만들 때 아무것도 없는 표면에서 시작해서 그 위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먼지를 쌓아 나가는 방식으로 세계를 만들어갔어요. 여기서 우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더 많은 층을 쌓아 나가고, 그 층들이 우리 세계와 어떻게 일관성 있는 느낌을 주도록 할까, 그러면서도 다채로움을 살려 이 세계가 실제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혹은 살았던 곳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이를 위해 더 디테일을 살리는 방향을 선택했죠. 세계의 복잡성이라는 측면에서 폭을 넓히는 대신 우리는 반대로 폭을 좁혀갔어요. 광대한 영역의 렌더링을 하는 대신, 표면을 구성하는 아주 미세한 부분의 디테일에 집중했죠.

마크 님은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중에 업계 종사 30주년을 맞이했다고 들었어요. 한 분야에서 그렇게 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쩌면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 별로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매번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임할 때마다 저는 그것이 색다른 도전이라고 여겨요. 제가 기술적으로 구현해야 하는 크리에이티브들은 하나하나 모두가 저에게 새로운 도전이예요. 그렇기 때문에 글렌 님과 일하는 것이 저는 무척 즐거워요. 그는 굉장히 시각적인 표현에 능한 크리에이터거든요. 글렌 님은 사진을 보듯, 영화를 보듯 사고하고, 그것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것처럼 항상 생각해요. 저는 영화를 보는 것 같은 크리에이티비를 생각해내는 사람과 일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글렌 님이 그리는 비전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구현할까 하는 것이 저에게 정말 큰 도전이었어요.

그 밖에도, 우리가 게임을 만드는 방식은 지난 30년여년 간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제가 처음 게임을 만들던 때만 해도 저는 혼자서 그 모든 걸 다 해야 했어요. 배경에 있는 나무도 제가 다 만들고, 폴리곤 작업도 다 하고, 아트워크도 다 만들고요. 사운드 디자인, 심지어 마케팅까지 제가 다 해야 했죠. 하지만 이제는 우리 스튜디오 안에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는 다양한 분들이 있어요. 칼리스토 프로토콜만 해도 이 작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여러 회사들이 있죠.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뿐만 아니라 크래프톤도 여기에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시고요. 그래서 저는 우리 게임이 정말 글로벌하게 제작된 프로덕트라고 생각해요. 해가 지지 않는 프로젝트인 셈이죠. 전세계 각지에서 계속해서 개발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어요.

테크 측면에서 크래프톤과의 협업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아주 좋은 협업이었다고 우선 말하고 싶어요. 처음 개발을 시작할 때부터 우리 개발팀은 그 과정을 각각의 과업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설계했어요. 특히 각 과업을 아주 명확하게 정의해서 그것을 담당할 각 부서에 나누어 진행될 수 있도록 했죠. 그렇기 때문에 크래프톤과 함께하는 것도 사실 정말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었어요. 크래프톤의 개발자 분들이 함께 해주실 수 있는 과업들이 이미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과업에 대해 크래프톤의 개발자 분들이 그것들을 검토하고, 그들의 전문지식을 활용해 기술적 과제 해결을 도와주셨어요. 잘 준비한 과업 관리 체계 덕분에 저희도 크래프톤 동료들의 도움을 효과적으로 잘 받을 수 있었어요.

크래프톤에는 게임 속에서 천분의 일초 정도 되는 아주 미세한 순간을 활용하는 개발 관련 경험이 풍부한 개발자들이 많이 계세요. 배틀그라운드라는 온라인 PvP 슈터에서 그런 미세한 순간을 들여다봐야 하는 개발을 오래 해 오셨기 때문이예요. 우리가 칼리스토 프로토콜 개발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크래프톤 개발자 분들의 그런 경험과 지식은 우리에게 큰 힘이 됐어요. 우리가 개발 상 그래픽 처리 장치의 2천분의 1초에 해당하는 연산을 줄여야 했을 때 크래프톤의 동료분들이 도와주실 수 있다는 걸 알았거든요. 그리고 한 편으로, 크래프톤 개발자 동료분들은 칼리스토 프로토콜과 같은 선형적 내러티브 기반의 게임을 만드는 과정을 아주 흥미로워 하셨어요. 우리가 그 분들의 전문 지식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 만큼, 그 분들도 그럴 수 있었기를 바라는 마음이예요.

크래프톤의 Global Publishing Platform (GPP) 실이라는 조직과 크래프톤 ID 프로그램 관련해서도 긴밀하게 협업하셨다고 들었어요.

저는 플레이어들의 데이터가 가진 힘을 믿는 사람이예요. 어떤 분들은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선형적 진행 구조의 싱글 플레이어 게임이기 때문에 크래프톤 ID 프로그램과 같은 온라인 시스템이 필요치 않다고 하실 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그런 온라인 기반 시스템들이 우리가 게임플레이와 관련해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왜냐하면 이전에도 그런 경험이 있었거든요. 이전에 참여했던 프로젝트에서 온라인 시스템들을 활용했고, 거기서 오는 효용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크래프톤의 GPP실이 하는 일에 대해 들었을 때 저는 바로 그 분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우리 개발팀은 플레이어들이 언제 두려움을 느끼는지, 언제 걸음걸이를 느리게 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종류의 무기를 사용하는지 알고 싶었어요. 이런 플레이어들의 데이터를 들여다봄으로써 개발 상, 디자인 상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어요. 그게 가능하다면 정말 대성공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다른 호러 게임들과 차별화하는 중요한 기술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렌더링을 빛에 대한 실사적 인터랙션의 차원으로 접근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다른 게임에서는 보기 힘든 수준의 퀄리티를 선사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우리 개발팀은 ‘OLAT (One-Light-At-a-Time)’이라는 시스템을 채용했는데요, 머터리얼을 캡처할 때 서로 다른 라이팅 메커니즘에 따라 빛을 회전시켜서 해당 머터리얼에 대한 라이트 리스폰스 (light response)까지 캡처되도록 했습니다. 캐릭터의 얼굴이나 옷 등 모든 머터리얼을 이런 방식으로 캡처했는데요, 금속이나 유리, 천 같은 머터리얼을 우리 게임에 사용할 때 이 모든 부분에 정확한 라이트 리스폰스가 구현되도록 했습니다. 이건 정말 다른 게임에서는 흔히 보기 힘든, 한단계 높은 수준의 디테일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처럼 칼리스토 프로토콜에는 라이트 리스폰스의 정말 미세한 디테일까지도 다 살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물론 많은 분들에게 이런 기술적인 부분들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누구라도 퀄리티의 차이는 알아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누구라도 딱 맞게 잘 구현이 됐다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라고, 누구라도 우리 캐릭터들을 보면서 진짜 같은 조시 더하멜, 카렌 후쿠하라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건 바로 고퀄리티의 라이트 리스폰스가 잘 구현되어 있기 때문이예요.

그 말씀은 앞선 인터뷰에서 글렌 님이 이야기한 것을 생각나게 하네요. 인터뷰 중에 ‘고퀄리티’라는 말을 정말 많이 하셨거든요.

우리가 있는 이 스튜디오는 모든 구성원들이 가능한 최고의 장인이 되기를 추구하는 그런 곳이예요. 실제로 우리 스튜디오의 핵심 철학 가운데 하나가 장인정신 이거든요. 저는 항상 이걸 목공예에 빗대서 이야기하곤 해요. 어떤 목수라도 의자는 쉽게 만들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특별한 ‘그’ 의자, 모든 목수들이 꿈꾸는 그런 명품 의자는 아무나 만들지는 못해요. 마찬가지로, 이곳에 일하는 많은 구성원들이 각자 자기 영역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도출하고 싶어해요. 최고의 애니메이터, 최고의 렌더링 장인이 되고 싶어 하듯이요. 저도 최고의 CTO가 되고 싶고요. 이 프로젝트의 누구라도 그런 자기실현을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우리 모두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각자의 커리어에서 최고의 작품이 되기를 희망하며 일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오디오 관련 내용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오디오 측면에서 더 몰입감 있는 경험을 선사하게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차세대 콘솔 기기들은 정말 멋진 3D 오디오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어서 전에는 불가능했던 것들 것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우리 개발팀은 ‘포지셔널 오디오 (positional audio)’라는 것을 구현하는 데 많은 노력을 했는데요, 이를 통해 플레이어가 쓰고 있는 헤드폰 혹은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으로 특정 소리가 정확하게 어디에서 나는지를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이 부분은 호러를 구현하는 차원에서 정말 환상적인 기능이예요.

캐릭터가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소리가 다르게 들리는 경험도 만들 수 있었어요. 이것을 구현하기 위해 사용한 기술 중 하나가 ‘포탈링 (portaling)’이라고 불리는 것인데요, 다른 방에서 난 소리를 플레이어가 들을 때 그 소리가 어떻게 이동되는가에 대한 기술이예요. 예컨대 한 방에서 난 어떠한 소리는 창문이나 문, 혹은 그 방에 있는 다른 방해물들을 거쳐 흘러가게 돼요. 그래서 그 옆방에 있는 사람은 그에 따른 정확한 음량, 정확한 감쇠 정도, 정확한 반사가 적용된 상태의 오디오를 들을 수 있어요. 이런 것들을 구세대 콘솔 기기에서는 구현할 수 없었어요. PC에서 조차도 이를 위한 전용 하드웨어 없이는 여전히 어려운 것이고요. 하지만 차세대 콘솔 기기들은 우리 개발자들에게 포지셔널 오디오의 정확한 3D 구현을 가능케 하는 프로세싱 파워를 선사했죠.

그럼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기다리고 있는 전세계 호러 게임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이 게임을 처음 만들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플레이어 분들이 지금까지 겪어본 가장 무서운 게임을 만들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리고 공포를 이해하기 위해, 무엇이 두려움을 창출해 내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고요. 어떤 사람은 높은 곳을 무서워해요. 그런 고소공포의 경험도 우리 게임에 들어가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거미를 무서워해요. 그래서 거미같이 생긴 몬스터도 게임에 등장해요. 공포란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 개발팀은 정말 많이 연구했어요. 공포란 그저 고어한 것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예요. 그래서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공포를 두루 이해하고자 했어요. 누군가는 어둠을 무서워하고, 누군가는 소리를 무서워하고, 또 누군가는 물을 무서워해요. 바라건대 여러분들이 우리가 공포에 대해 고민한 것들을 게임 속에서 찾으실 수 있기를, 그리고 여러분들의 공포를 자극하는 무언가를 찾으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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